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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천국과 지옥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련 책들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죽음보다는 단순히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컸지만, 성장해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 지옥이라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지옥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 그 안에 삶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자인 주호민 님은 그동안 웹툰을 통해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고, ‘신과 함께 - 저승편’으로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웹툰 ‘신과 함께 - 저승편’의 만화책 출간 작이다. ‘신과 함께’는 3년 프로젝트로 올해 2011년에 저승편, 2012년에 이승편, 2013년에 신화편으로 출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죽음에 이르러 저승으로 가게 된 ‘김자홍’과 그를 변호하는 국선변호사 ‘진기한’에 대한 이야기와 저승차사 3인(강림도령, 이덕춘, 해원맥)의 이야기를 위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김자홍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하고 불쌍한 소시민 중에 하나다. 그렇게 나쁘게 살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착한 일을 많이 하거나 잘 살지도 못했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착하고 성실하게만 살아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효도도 못해보고 결혼조차 못한 채로 업무상 마신 술이 화근이 되어 죽음에 이른다. 그렇게 저승차사의 손에 이끌려 저승에 도착하고, 국선변호사인 진기한을 만나 재판을 준비하게 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저승차사 3인, 리더인 강림도령과 함께 이덕춘, 해원맥 두 차사들은 해당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영혼들을 찾아가 저승으로 안내한다. 그러던 중 한 영혼이 원귀과 되어 저승으로 가는 길에 탈출을 하고 이들은 원귀를 추적한다. 우여곡절 끝에 원귀를 잡게 되지만,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강림도령과 이덕춘은 마음이 흔들린다.
이 책에는 전래동화나 우리나라 고전에서 자주 들었던 지옥이야기와 저승사자, 귀신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섭거나 무겁지 않게 재미와 교훈을 잘 섞어서 위트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서 자신을 변호해주는 변호사의 레벨이 달라지고, 각 지옥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이동할 때 이동수단조차 다르게 배정받는다는 것, 각 지옥과 대왕들의 묘사, 지옥의 형벌종류와 구조, 첫 변호사 임무를 수행하는 진기한 변호사의 뛰어난 임기응변과 전략, 저승사자들의 임무와 활동 등도 익숙한 이야기들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서 묘사하며 이끌어가기에 색다른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왠지 무서울 것 같은 저승사자들인 저승삼차사와 원귀에 얽힌 이야기도 권선징악의 흐름을 토대로 나름의 반전과 함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이 책은 만화라는 형식과 함께 훈육의 느낌을 줄이기 위해 고민했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기에 지옥과 죄와 벌이라는 소재가 등장함에도 가벼운 느낌으로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다. 각 지옥에 대한 묘사와 정보도 한국의 고전을 토대로 전해지는 신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였고, 관련 옛 그림들도 공유하고 있기에 작게나마 우리나라의 신화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만화라는 형식과 지옥에 대한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지만, 다 읽고 난 후 의외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매스컴에서 하루에도 안 좋은 소식과 사건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인륜을 저버리는 수많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성실하고 선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악한 사람들보다 선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연 그런 사람들 속에 속할 수 있을지, 그동안 선하게 살아오고 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가진 것이 많지 않다고 불평을 하고, 부모와 형제,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보다는 남을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좀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좀 더 베풀고 나눠야겠다는...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해야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