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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김진아 옮김 / 오래된미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젊음의 패기, 배짱, 열정이라는 나름의 특권으로 두려움도 버텨냈고, 실패를 생각하기 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기도 했다. 20대 후반에 다다르면서 노년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늙는 것에 대한 노년보다는 누구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시대였던 만큼 경제적인 노후 대책에 대한 관심이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30대에 이르러서 노년의 삶에 대한 생각까지 이르렀다. 어르신들이 아신다면 젊은 사람이 애늙은이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핀잔을 주실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현 시대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평생직장이 사라진 불안정한 고용현실이 젊은 세대들에게도 노후대책과 부양 문제, 노년의 삶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대가족 문화에서 이제는 대부분이 핵가족인 시대인 만큼 중년과 노년의 삶에 접어든 분들에게는 자식들의 소극적 부양문제로 인해서 자신의 남은 삶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노년이라는 것 자체가 젊은 세대부터 이후 세대까지 스트레스이자 걱정거리로 자리 잡아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노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남은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길잡이로써 좀 더 올바르게 자신을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안젤름 그륀 신부님은 동양의 명상법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지역과 종교를 넘어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고,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읽히는 영성 서적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시간, 깨어남, 도전, 사랑, 내려놓음, 화해, 이별이라는 7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잔잔한 깨달음이 함께 한다. 각 주제별로 읽어가다 보면 노년의 시간 순서로 진행된 듯 보이면서 각 이야기들은 일종의 마음의 준비 과정이자 깨달음의 과정으로써 독자들을 안내한다.
노년은 단순히 신체의 나이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성숙되어 가는 단계임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형적인 나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의식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고, 늙고, 병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언제까지나 건강할 수 없듯이 건강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선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가둬두기 보다는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신이 우리에게 견디라고 하는 것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단순히 노후 대책을 위해 적금을 들고, 아파트를 장만하거나 자녀들에게 의지하려는 것보다는 노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자세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노년이 되면 신체적인 것부터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과 경험 등 많은 외적인 것들을 포기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럴 때 좌절하기보다는 진정한 내려놓음을 통해서 삶의 자유로움과 노년의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이 노년에 대한 근원적인 깨달음과 외적인 것들을 다루기도 하고, 노년의 삶을 보다 현명하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로써 나쁜 과거를 대하는 방법, 받아들이기와 놓아 보내기, 외로움과 화해하기, 우울증에서 지혜를 찾는 방법,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시간을 다루는 방법, 이별을 위한 이별연습 등 다양하며 필수적일 수 있는 많은 지혜와 경험이 공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부모님에게 권해주고 싶어서 먼저 접하게 되었지만,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노년의 삶에 접어든 분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바라본 노년의 삶을 위한 준비가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데도 근원적인 깨달음이자 삶의 나침반과 같은 방향 기준이 될 수 있기에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