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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전에 MBC 인기 역사드라마인 ‘이산’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봐서 정조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유난히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인 네 인물에 성장과정과 배경 등을 통해서 그들의 심리적 상황을 분석하여 사람의 성격특성을 결정짓는 부모와의 관계를 파헤쳐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네 위인들의 삶이 심리학적인 관점을 통해서 접근해갈 때마다 이들에게 주어졌던 부모와의 관계로 인한 고뇌와 안타까움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사람은 사회적 존재’라는 보편적인 명제를 통해서 조선시대 인물들을 조명해보았다. 그는 사람이 자질과 능력, 심리적 요인이 대부분 어린 시절인 유년기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 발전된다고 이야기한다. 네 명의 위인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으며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정조와 이이는 고통과 용감하게 부딪혀서 싸웠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훗날 올바르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갔다. 반면에 허균과 연산군은 그러한 고통에 의한 병이 악화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발생시켰고, 결국은 허무한 인생을 살다 갔다. 이렇듯 어린 시절 비슷한 내면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갔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 책에서는 네 명의 인물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삶과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 주변 인물과 사건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며 분석해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들의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과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더욱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그려볼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8가지의 유형 쌍들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16가지 성격유형을 바탕으로 네 인물들의 성격특성과 행동양식을 분석하고 도출해낸다.
전략가 유형이었던 정조와 이이, 지도자 유형이었던 허균, 아이기질의 유형을 갖고 있던 연산군까지 그들의 심리유형을 심리학의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는 그들의 삶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문제점을 설명해준다. 이러한 분석의 정확성과 정밀함에 신기함과 더불어 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전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인물과 심리학이라는 조합을 통해서 인간 내면을 분석하고 고찰해보는 색다른 심리학의 재미를 안겨주었다. 또한, 내 자신의 삶과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고찰해보고 파악해보는 계기도 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