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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의 이별 - 슈베르머가 전 생에 걸쳐 실천한 재능 나눔, 무소유 이야기
하이데마리 슈베르머 지음, 장혜경 옮김 / 여성신문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법칙”이라는 책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소유와의 이별”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 또한 인간의 욕망인 소유라는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기계발서적의 느낌을 갖고 책을 펼쳤지만, 읽다보니 소설 느낌의 에세이였다. 덕분에 지루할 수도 있으리라는 선입견을 접고서 독서할 수 있었다.
저자 하이데마리 슈베르머는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갖게 되었고, 성장하면서도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나름의 소명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독으로 이민을 와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교육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하고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뤼네부르크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후 심리치료를 배워 도르트문트에 심리상담소를 개설하고, 이후에 자신의 소명을 위한 실천으로 ‘주고받기센터’를 설립한다. 그녀는 이 실험적으로 개설한 센터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녀는 이러한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경험,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유지를 하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가 현실적인 소유에 대한 이별을 고하게 된다. 2년 후 53세의 나이에 그녀는 가진 재산을 모두 나눠주고, 무일푼 인생이라는 실험적인 인생을 지금까지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법정스님이 강조했던 무소유의 삶을 현실에서 몸소 실천해냈다. 돈 없이는 행복한 삶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사회 통념을 과감하게 무너트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녀가 보여준 마음의 안정과 평화,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나눔의 삶 등은 물질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인생 전반을 아우르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생각들과 다양한 체험에 대해서 짜임새 있게 전개되기에 진솔한 에세이적 느낌과 더불어 소설과 같은 흥미로운 재미도 선사한다.
저자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한 하나하나의 과정들은 때로는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현대와 같은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삶에서 마음의 평화를 중시하고,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데서 그녀의 삶이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녀가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즐겁게 베풀고 기꺼이 받는 품앗이 생활들 하나하나가 이뤄낸 결과와 과정들이 현대인들에게 무소유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참된 소유를 일깨우고 무소유의 의미를 전해준 그녀의 삶을 떠올리니,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법칙’이라는 책의 내용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기도 한다. 차와 집, 주식, 돈 등 물질과 외적인 것들에 집착하고, 경제적인 부를 위해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는 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삶이 부럽기까지 하다. 나도 조금씩이라도 내 삶에서 무소유를 실천하며 마음의 풍요를 통해서 참된 소유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