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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러 - 운명을 훔친 거울이야기
말리스 밀하이저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라서 일까. 판타지, 시간여행, 로맨스, 미스터리 등의 여러 수식어로 표현되는 소설이기에 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이 생겼다. 더욱이 홍보 문구에서 언급한 영국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책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홍보효과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기도 했다. ‘더 미러’라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거울이 소재이자 인물들의 운명을 바꾸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거울은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는 중국 골동품으로 알 수 없는 신비한 힘, 마법과 같은 능력으로 시간을 거슬러 두 인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육체를 뒤바꿔 놓으면서 서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스무 살의 ‘샤이’는 ‘마렉’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자신이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그와의 결혼에 대해서 갈등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골동품 거울로 인해서 1978년에서 1900년대로 78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자신처럼 결혼을 앞둔 외할머니 ‘브랜디’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브랜디 역시 광부인 스트로크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앞두게 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되어 브랜디의 몸속에 들어간 샤이는 스트로크를 따라 광산촌으로 떠난다. 샤이는 1900년대에는 어울릴 수 없는 현대적인 여성이었기에, 그 당시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라는 시대적인 흐름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가지 생활 방식을 배우면서 그곳에서의 성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 등 자신과는 전혀 다른 낯선 가치관과 생활양식들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때로는 자신의 역사적인 지식에 대한 언급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으로 보여서 미친 사람이나 마녀로 취급받기도 한다. 반면에 1978년 샤이의 몸으로 들어간 브랜디는 현대의 삶에 적응하기가 벅차다. 더욱이 예상치 않게 처녀의 몸으로 출산을 해야 하는 상황과 성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서 난처한 상황과 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신비한 힘을 가진 골동품 거울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시간을 거슬러 육체가 바뀌어 손녀가 외할머니의 삶을, 외할머니가 손녀의 삶을 살아간다는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배경이 다소 과거이지만, 지루함 없이 쉽게 읽히고 저자의 필력으로 인한 재미가 몰입을 가중시켜준다. 또한 시간적인 괴리와 육체가 바뀐 상황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생각을 하며 틀을 맞추려는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을까라는 기대와는 달리 뒤바뀐 삶은 계속되어진다. 1900년대의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시대와 경계선이 뚜렷한 1970년대의 개방적인 변화의 시대에 흐름과 여성들의 삶이 대비적으로 그려진다. 더욱이 이러한 시대에 맞닥뜨려진 두 여인의 삶이 전혀 반대의 시대에서 살던 같은 나이의 여인들이라는 것이 내용의 흐름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샤이가 브랜디의 삶을 살면서 남겼던 일기장을 샤이의 어머니인 레이첼이 보고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 바뀐 인물들로 인해서 각 인물들의 진짜와 가짜라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생각의 유희도 안겨주면서, 여성들의 삶과 함깨 어머니와 딸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있고 섬세하게 그려졌다. 독특한 상황 설정을 통해서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볼 수 있었기에 재미와 더불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삶의 극단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이전의 삶에서 자신의 실수를 교훈을 삼기도 하며 현재 상황에서 충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샤이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반면에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브랜디가 샤이에 비해서는 현대의 삶에 더디게 적응해가는 모습도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은 독특한 성장소설이자 여성의 삶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이 시대의 어머니와 딸인 여성들에게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