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가 사랑한 통계학 - 세상의 모든 것을 계산해내는 괴짜 공학자의 놀라운 상상
그레이엄 테터솔 지음, 한창호 옮김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대기업에서부터 유명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면접 때, 페르미 추정에 관한 질문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페르미 추정에서 '페르미'라는 단어는 원자력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노벨상 수상자인 '엔리고 페르미'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든 수량에 대해서 추정논법을 사용하여 단기간에 어림수를 산출해내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페르미 추정이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사고훈련을 위해서 “시카고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이나 될까?”와 같은 추정 문제를 자주 내곤 했다고 한다. 이것이 잘 알려져 있는 페르미 추정문제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사고훈련의 덕인지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 사이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페르미가 언급했던 질문과 흡사한 “보스톤에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인구문제, 자연현상, 건축, 과학기술, 우주, 일상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에 다양한 부분을 페르미 추정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총 26가지의 소재를 페르미 추정으로 저자의 재치와 위트를 섞어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 “괴짜 가라사대”라는 별도의 구간을 두고 추가적인 지식을 소개하거나 좀 더 확장된 예를 들어 간결하게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의 괴짜스러움은 독특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질문들과 때로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페르미 추정의 소재로 사용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그 소재를 거침없이 수치화하여 통계적으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능력에 놀랍기까지 하다. 단지, 흥미로운 질문 소재에 비해서, 쉽게 수치화하여 통계적으로 풀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전체적으로 비슷하고, 26가지 소재가 그러한 과정으로 나열되어 되풀이되다보니 어느 순간 지루해지기도 했다. 아직은 페르미 추정에 대한 흥미에 비해서 추론하고 계산하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목적의식이 없다면 흥미만 가지고 읽어나가기에는 사람에 따라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20세기 지성의 시대에서 21세기 감성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창의력과 창조성이 중시되고 있다. 페르미 추정에 의한 사고능력이 창의성과 창조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에, 최근 들어 이러한 능력의 중요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공유되며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서 오랫동안 분석하면서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 시간을 다투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머뭇거리는 동안 결정권이 이미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질문과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고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이것은 비약적이면서 창조적인 사고능력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확인하려는 것이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고 있다. 언젠가 학습관련 책에서 이러한 페르미 추정이 뇌의 지두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지두력은 페르미 추정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요즘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페르미 추정을 토대로 한 사고능력 학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괴짜스러운 흥미를 목적으로 쓰여진 통계학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통계학이라는 관점보다는 페르미 추정의 발상과 추론과정을 배울 수 있는 입문서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창조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추정논법과 수치화하여 통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것도 지두력 향상의 필요성을 나타내주는 현상이라고 본다. 시간을 가지고 이 책을 여러 번 탐독해서 저자의 괴짜스러운 발상과 결과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좀 더 창조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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