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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9784136513102.jpg)
오랜만에 고전문학에 다시 손을 뻗었다. 뒤늦게 독서 욕구에 자극을 받아서 다방면에 책들을 접하다보니 오래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고전문학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은 1924년에 발표한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로 상권 661페이지, 하권 77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대작이다.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책의 분량에 다소 압도되었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하니 좀 더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다.
이 책은 함부르크 출신의 한스 카스토르프라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23세에 조선기사로 취직하고 그 무렵, 사촌 요아힘의 문병을 위해 스위스 산중 요양소를 방문한다. 기분 전환 겸 사촌의 문병 차 3주 일정으로 방문했지만, 결국 자신도 환자가 되어 예상치 않게 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산중 요양소에서 투병생활을 하게 된다.‘마의 산’이라는 제목도 이런 산중 요양소의 생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고산에 위치한 요양소였기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평지 사람이라는 명칭으로 구분화하여 이야기한다. 이곳이 얼마나 고립적이고 다른 성향을 가진 곳인지를 주인공은 실감하게 된다. 이렇듯, 카스토르프는 처음에 이곳 요양소의 생활과 사람들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이고 독립적인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하루하루 생활해가면서 평지의 시민생활이나 가치관과는 다른 이곳 생활에 점차 익숙해져간다. 이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에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인생관과 생활에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병과 죽음, 건강, 사랑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인식, 인생에 대한 그동안에 깨닫지 못했던 다양한 지적 체험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그는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라는 상반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다소 혼란을 경험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그는 삶에 모든 문제와 대립을 극복하는 사랑과 선의라는 휴머니즘을 깨닫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고전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느끼듯이, 고전이라는 선입견과 방대한 양, 고전특유의 문체에 처음 얼마간은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과 더불어 독특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관계구도는 이 책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주인공과 각 인물들의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에 감탄을 하기도 하고 오래 전의 고전임에도 그들의 심리적인 상태와 가치관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저자는 책속의 여러 인물을 통해 시대적인 모순과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집착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때로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따른 사상, 이념들에 대한 묘사가 다소 어렵기도 하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스 카스토르프라는 평범하고 부유하며, 보수적인 청년이 7년이라는 요양기간 동안 정신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은 토마스 만이 말하려는 의도와 가치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하고 개성강한 인물들, 그들과의 관계에 따른 심리적인 묘사는 무거움을 떠나서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정신적 성장 이야기는 인간의 미래가 삶의 봉사와 건전한 의지, 선의를 통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회가 될 때 다시 한 번 읽는다면 인생에 대해 또 다른 성찰과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다소 혼란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배경이나, 현대의 시대나 정신적인 혼란과 고민의 느낌은 공통분모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대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앞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의 미래와 인생관에 다소 혼란해하거나 부정적인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마의 산’이라는 고전문학 한권이 시대를 넘어 이러한 문제를 깊이 사색하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리라 믿는다. 이 책을 통해 고전문학의 힘과 깊이를 느끼고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