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우울했다.
항상 같은 상황인데 잘 지내다,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면 슬픔, 외로움이었는데 이번엔 우울이 왔다.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은 아프면 덜 먹고 덜 움직인다고...
난 평소 사람들과 잘 만나지 않는다.
가족과 그대로 지내고 혼자 일하는데 고객들에게 방긋 웃고,
달라질 일이 없다^^;;
다만 내 전화통화상대인 자매들과 부모님과의 통화를 거의 중단했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위안의 목소리를 구했다. 오르한 파묵과 마르그리뜨 뒤라스.
1) <다른 색들>, 파묵.
이 책은 출간되고 한참 뒤에 샀다. 그러고 한참 뒤에 선반에서 꺼냈다.
처음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내 이름은 빨강>.
남편이 내가 좋아할 만한 추리소설이라며 사줬다^^;;
그 작품은 정말 문체며 분위기, 묘사 등등이 신선헀고 특이했다.
작가이름도 특이해서 그 후 출간소식 접할 때마다 검색하고 구입헀다.
고요한 집, 이스탄불, 순수 박물관, 내 마음의 낯섦(이건 읽는 중).
두꺼웠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가 묘사한 도시와 풍경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이 글을 쓸 당시, 그는 나고 자란 곳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바다가 가까이 있고 숲길을 매일 산책하고 일상을 들려주고...
내겐 그저 세계문학 한 갈래인 러시아 작가들이 시기별로 그에게 영향을 주었고,
터키의 지리적 특성이며 민족,역사까지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파묵은 순탄치않은 어린시절이며 환경에서 자의식을 잘 지켜왔다.
세인들의 우려와 달리 그는 소재 제한의 간섭없이 맘껏 책을 쓰고 오히려
외부에서 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지식인이다.
놀라운 한 대목.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를 쓴 사르트르가 자신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의사나 엔지니어가 아닌 소설가는 되지않았을 거라는 발언!
(그래서 데리다가 한때 심취했던 사르트르에서 곧 벗어났나보다 -.-+ )
2) <물질적 삶>, 뒤라스.
내 마음의 책장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아니 에르노, 프랑소와즈 사강, 마르그리뜨 뒤라스.
그래서 그녀들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읽었다는 느낌^^!
이 작품은 좀 더 가까이 엿보는 작가의 일상 다큐같다.
자신이 사는 바다 옆 동네와 머무는 방을 아끼고 자신만의 생활양식이 있는 사람.
수년 전부터 나는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의 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롤랑 바르트, 사르트르, 칸트, 미셸 푸코 등 언급부분이 나름^^ 친밀하고
실제와 환상 시간순서가 엉켜있지만, 고통스럽기도 하고 진지했던 인생의 기록들이
참 좋았다.
이렇게 한 시절을 두 작가의 귓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클래식음악을 통해서
치유받고 있는 것 같다.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단어 -사막 시간 장소가 끌리는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