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키워드 한국문화 6
최기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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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귀퉁이도 못 보는 내가 <처녀귀신>(문학동네)을 읽고 있다. 하하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면서 자극적(?)인 이미지 없음을 확인했고,

왜 '처녀귀신' 인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 처녀귀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니 안심, 또 안심.

목차부터 흥미롭다.
 

1 _ 조선 후기 귀신 이야기를 읽는 방법
귀신이 사는곳, "이야기"?
여자 귀신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

2 _ 죽어서도 존경받는 남자 귀신? 현실을 통제하는 파수꾼
통제와 지배의 조상신│책임과 보호의 가부장
저승의 관리, 현실의 해결자

3 _ 구천을 떠도는 여자 귀신? 생사의 경계에 선 난민
한국 귀신의 전형, 피 흘리는 여자 귀신
귀곡성, 자기를 신호화하는 실패한 기호|여자 귀신의 해결사, 남성 관리

4 _ 자살한 여자, 귀신이 되다
자살 이야기는 여자의 것│고소설에 나타난 자살의 상상도
강요된 희생

5 _ 원혼의 저주와 복수극
여자가 한을 품다│질투유발자와 그 적들

6 _ 판타지와 공포, 귀신 이야기의 건강성


왜, 처녀귀신인가?

가만 그러고 보니...죄다 처녀귀신이라지...아줌마 귀신도 없고, 아저씨 귀신도 없고, 총각 귀신도 없다. 왜, 처녀귀신인가.

저자는 30여 편 귀신 이야기를 되짚어보며 유독 처녀귀신 이야기가 많은 이유를 여성이 죽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처녀귀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도 그들이 우리 마음 속의 죄책감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여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자신이나 사회에게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아~~~! 정말 그럴지도.  

 

독자들이 그저 순수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해주기를 바란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상상력의 촉발에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예각화된 인식이나 역사 인식, 문화 읽기라는 지적인 작업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뜻밖에 가져온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해원의 그로테스크 판타지, 귀신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처녀귀신> 머리말 중에서
 

귀신 이야기는 음파가 잡히지 않는 어두운 내면에 달아 놓은 문학적 확성기와 같다. 살아서는 할 수 없었던 말이 문학적 상상력의 힘으로 태어난 귀신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비록 현실 세계에서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말이라도, 이야기에서는 자연스레 수용됐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라도 사회의 모순을 뼈아프게 들추는 진실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바로 이 '불편함'이 귀신 이야기가 형성하는 공포의 요체다.
-<처녀귀신> 중에서 p175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의 재미 중 재미는 '키워드 속 키워드'가 아닐까?

한국 귀신 패션 (소복의 미니멀리즘 ㅋㅋ)
고소설에 나타난 자살 기도의 성공률과 남녀 비율 (무척 진지합니다^^)
여주인공의 구원자들, 환생하는 여자 귀신까지^^
흥미진진한 <처녀귀신>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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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구판절판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매만져보았던 페이지.
노란 화살표를 그렸을 페인트가 괜히 만져지는 듯한 느낌.
길 위에 서 있는 느낌.


시어머니께도 선물드렸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어머니는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으셨다고 한다.
서영은 작가님은 당신보다 5살이나 많으신데 산티아고로 떠날 결심을 했다는 부분이, 그리고 그 결단력이 많이 와닿았다고도 말씀하셨다. 자꾸 움츠려들고, 나이들었다고 인식되는 요즘이었는데 좋은 책을 선물 받았다고 고맙다는 말씀도 여러번...


나도 언젠가,
일상의 짐 내려놓고 저렇게, 떠나고 싶다.

나의 노란 화살표 방향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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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이야기 - <연어>, 그 두번째 이야기
안도현 지음, 유기훈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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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던 4월 어느날,
<연어 이야기>를 들고 창이 큰 합정 '카페 eat' 을 찾았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 그후 15년...
안도현 선생님은 새로운 <연어 이야기>로 <연어>의 감동을 되살려주셨다.


p 47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그렇게 다른(p38) '나' (눈맑은연어의 딸^^)와 제비가 되고 싶어하는(p31) 수컷 연어가 만난다.
둘의 따뜻하고 사랑스런 이야기...


p 73
"그리워하면 변할 수 있는 거야?"
"간절하게 그리워하면 가능한 일이지"
개구리를 만나면서 너는 확신하게 되었다.
'나도 지느러미 대신 날개를 달 수 있겠구나. 원래의 나를 없애고 전혀 다른 나로 바꾸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겠구나!"
너는 개구리가 한 말을 되씹었다.
'간절하게 그리워하면 변할 수 있다.'





p23
"벽......? 벽은 뛰어오르라고 있는거 아니야?"
네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난 말이야, 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생각해. 아니 오히려 뛰어오르라고, 도전하라고 벽은 높이 솟아 있는 게 아닐까? 벽 앞에서 절망하고 되돌아서는 이들을 위해 한번 덤벼들어보라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고 벽은 말하고 있는거야. 그래서 벽은 높고, 두텁고, 강하고, 오만한 것처럼 보이는 거지. 이 세상 어떤 벽도 하늘 위까지 막혀 있진 않아. 그러니까 넘을 수 없는 벽이란 없는 거야. 많은 연어들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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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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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약속을 해본다. 내가 당신의 크리스토프가 되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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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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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의 연휴 기간동안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덮고 난 후, 그 어떤 책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단, 윤, 명서, 미루야...


윤교수가 눈 감기전에 손가락을 펜대삼아 제자들에게 남긴 말을, 오늘 나는 대신하고자 한다.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p354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부슬비가 내리는 오후, 노란 <어.나.벨>을 들고 홍대길을 거닐었다.


"이 소설에서 어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p378 '작가의 말' 중에서



공교롭게도 이 몇 자를 끄적이는 오늘은 '그 분'의 1주기이기도 하다.
단순히 슬퍼하지만은 않겠다.
위로만 요하지도 않겠다.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작고 희미한 빛을 보겠다.
빛이 되겠다.



*'힘든' 오늘을 지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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