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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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어른일까?

십대 때는 이십대가 어른이라 생각했고, 이십대는 스스로를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십대가 되고 보니 어른은 적어도 40대는 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앞만 바라보던 자세에서 슬슬 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믿고 있다.

뒤를 바라본다는 건 삶을 후회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삶을 통해 내가 이루어 온 것들, 내가 생각하고 성찰한 것들, 내가 경험한 것들을 통해 그 속에 진주를 찾아낸다는 의미이다. 바깥을 지향하던 삶에서 이제 내 안으로 침잠하는 삶, 삶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정리할 줄 아는 성찰의 힘을 갖게 되는 삶,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은 소수이다. 대부분의 40대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앞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뭏튼 삶을 제대로 성찰하려면 적어도 30년 이상의 삶의 내공이 필요하다는 데는 생각의 변화가 없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의 어른이라면 사실 인생 수업이 필요없다. 이미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해 인생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술한대로 대다수는 이런 성찰을 하지 못하기에 또는 안 하기에 수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인생수업은 책들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자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여기 수록된 글들은 모두 책에 대한 저자의 독후감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에서 부터 그 내용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루었다. 책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인문서적이 주가 되기 쉬운데,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서적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책에 이르기까지 (실용서, 경제관련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언급하며, 그 책들을 통해 인생을 바라 본다. 그렇게 보면 모든 책들이 다 인생과 관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책들이 인간에 대한 책들이니 넓게 보면 모두 인문서적일 수도 있겠다.

저자의 책에 대한 설명은 읽기 쉽고 간결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담담한 저자의 생각이 적혀 있는데,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솔직히 말하는 부분은 마음에 든다. 나의 현재의 삶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삶과 인생에 항상 맞지는 않으니까, 그 내용에 대한 솔직한 반감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부분이 미화되지 않은 점이 좋다.

그럼 이 책의 제목대로 이 책들을 통해 우리는 인생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언급되다 보니, 저자도 다양하게 삶을 조망한다.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해 저자가 조언하고자 하는 부분들도 산만하게 느껴진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많이 보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너무 많은 것을 제시해주면, 수강자는 그 속에서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읽는 독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그것 또한 학습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서적을 인문서적이나 한 분야에 집중했다면 어느 정도 이런 문제는 해결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훌룡한 인생 수업이 될 것이다. 다양한 서적 속에 산재되어 있는 삶에 대한 단편적인 교훈과 성찰들을 통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더 진지하고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에게 이 책은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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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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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하나 하나는 모두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존재이고, 우주적인 존재이다. 내가 있음으로 우주가 있고, 지구가 있고, 가족이 있다. 내가 인지함으로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내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내가 죽어도 일상적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내가 좋아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세상은 어느 때처럼 아무 일 없듯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다른 사람 기준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모든 것은 나 자신을 기준으로, 내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바라 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이기적으로 세상을 살라는 말은 아니다. 이보다 더 깊이있고 의미있는 말이다.


이 책 또한 책 제목을 보면 이런 사상이 근저에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 속에서, 각자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 이외의 모든 이들은 조연이고, 무대 장치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경험, 우리의 인간 관계, 수많은 관계가 다양한 뇌의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뇌를 갖고 있지만, 선천적인 뇌에 후천적인 경험을 더해 자신만의 뇌를 갖게 된다. 즉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크릭이 DNS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다 해도, 그것이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님을, 나 자신은 그 DNS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 만지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일들,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사람들안에서 나 자신의 온전한 모습일 발견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온전한 경험주의자이다. 어느 면에서는 흄의 사상, 즉 자아라는 것은 기억의 누적이라는 표현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생각할 수 없고 인지할 수 없다. 육체의 정점이 뇌이고, 이 뇌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믿는 사랑이나 마음, 도도 물론 뇌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육체에 종속된 존재인가? 우리가 믿는 마음은 단지 육체에 종속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육체의 한계를 인지하면서, 개인적인 성찰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음이 육체보다 나를 더 본질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마음도 뇌의 뉴런의 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뉴런의 작용이라고 해서, 내 마음을 육체 안에 가둘 생각은 없다. 파스칼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말하면서도, 우주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고 했다. 결국 우리의 위대함은 쉽게 저무는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육체에서 비롯된 작은 꽃들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뇌.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각 인간마다 수많은 변용과 변태가 일어나며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다양한 뇌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와 믿음을 형성하며 인간은 성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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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똑똑한 동물들 - 과학으로 들여다본 동물들의 인지 능력 탐 그래픽노블 4
세바스티앵 모로 지음, 권지현 옮김, 최종욱 감수 / 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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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또한 동물이면서, 다른 동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고, 그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도 한데, 왜 이렇게 무관심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동물보다는 식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동물로서,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레벨의 상식을 갖는 것이 맞다 싶어서 동물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하려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매우 잘 쓰여진 책이다. 그림도 책과 어울리고, 전체적으로 내용도 상당히 질적으로 높다. 일반 책에서는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복잡하게 다룰 것들을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들만 정리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어른도 보기 좋지만, 아이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 책을 만화처럼 만든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동물의 세계에 대해 조금 더 특별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좋은 점은 다양한 동물의 세계들, 즉 우리가 보고 생소한 동물들에 대해 논하는 게 아니라, 익히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 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양이나 닭, 돼지, 소, 염소 등이 나오고 그들이 느끼는 인지적 능력과 감각적 능력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 또는 새나 열대어 같은 동물들은 논의에서 벗어나 있어, 약간 아쉽기는 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개나 고양이 등에 대한 새로운 인지적 정보를 얻고 싶어할 것이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전문 영역이 가축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뭏튼 가축이 바라보는 세계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 달리 다양하고 복잡해서 읽는 맛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대해 아는 것들, 다른 식물에 대해 아는 것들은 극히 한계적이다. 인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지적 오만은 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또한 다른 동물들과 같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다른 동물들 또한 그 자체로 고귀한 존재인 셈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살아야 하기에, 살기 위해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존재한 인간으로서, 다른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한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능한 육식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게 다른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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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문이 있어요?
에즈기 베르크 지음, 오즈누르 손메즈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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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보이지 않기에 없는 것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움은 존재한다.

존재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 즉 시각과 상관이 없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들은 시각과 청각 등 오감감과 관계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은 신체를 넘어 그 넘어에 존재하는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다.

알리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문이 있다. 이 비밀의 문 뒤에는 알리의 마음들이 가득차 있다. 창피한 마음들, 부끄러운 마음들, 불안한 마음들, 긴장되는 마을들, 짜증스럽고 불편했던 것들, 답답한 마을들, 속상했던 마음들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알리는 그 문을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걱정하고, 자기 전에는 꼭 그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그 문이 열려있다!

누가 열었을까? 자기 전에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걸까? 아님 도둑이 들었던 걸까? 알리는 그 방안에 무언가를 넣기만 했지, 그 속에 무엇들이 어떻게 들어있지는지, 예전에 넣었던 것들이 제대로 있는지, 아님 더 무서운 것이 되어 있는지, 방 안에 쥐나 거미나 바퀴벌레가 득실득실 대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하지만, 알리는 그 문을 닫지 않고 들어가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다.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는 알리. 그 안에서 알리가 본 것은...

예전에 자기가 감추었던 마음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마음들이 어떤 것들은 사라지고, 점점 미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는 자신의 불편한 것들을 직시하면서, 심리학적으로 보면 객관적으로 응시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시키면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 속에서 반성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 겪어야 할 마음적인 고생들을 겪는다. 각자의 삶이기에 거기서 겪는 마음의 동요와 고통, 기쁨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거기서 방황하고 누군가는 이겨내고 더 견고해진다. 마음에 상처는 누가 줄까? 불편한 마음, 불안한 마음, 아쉬운 마음 등은 누가 줄까? 상대방이 줄까? 아니면.... 내가 주는 걸까?

밖에 깃발이 흔들린다. 왜 흔들릴까? 바람이 불어서? 아니다. 내 마음이 흔들려서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후반부에 갑자기 바뀌어 당황스럽다. 모든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성인의 반열이 되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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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철학자들
강성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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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문학의 기본이자 가장 정교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이미 고대에 대부분의 철학적 인식이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인간의 철학적 한계는 이미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왔고, 미시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뿐, 인간의 철학적 소양은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변이나 변태가 있지만, 결국 그 뿌리는 하나이고, 기둥은 변하지 않았다.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 기억에 의하면 아주 오래전에 저자가 쓴 책을 봤던 것 같다. 그 때 느낀 점은 참 쉽고 평이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었다. 지금 책을 봐도 그렇다. 철학자들은 현학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저자는 평이하고 쉬운 필체로 철학에 대한 가르침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저자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새로운 책이라기 보다는 이전에 썼던 것들을 개정, 증보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우리기 악히 알고 있는 철학자들의 개인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인간적인 모습이고 자신의 사상에 근거한 모습이기도 한데, 기존 질서에 대한 준수, 배신, 우정과 싸움, 그리고 철학자들간의 이론적 경쟁까지. 이런 것들을 보다 보면 역시 철학자 또한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고상한 철학자, 인간의 사상적 체게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조차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어떻게 보면 실망스런 모습으로 살아왔다. 노자처럼 철학과 삶이 일관되는 철학자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욕심이자 환상 같다.

대부분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다시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더 깊이 들어가거나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것들을 알게 된다면 좋았겠지만, 깊이 있게 까지 들어가기에는 다루는 철학자들이 너무 많다.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간단히 보기에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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