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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평점 :
파스칼은 위대한 인문학자다. 철학자라고도 볼 수 있고 신실한 신앙인으로도 볼 수 있다. 한참 내 인문학적 체계를 잡아갈 때 여러 위인들이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 파스칼은 인간 존재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팡세라는 책이 대부분의 내용이 종교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그 종교적인 색채를 빼면, 그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17세기 인물로서, 이토록 인간에 대해 깊이있게 성찰한 사람이 있을까?
4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의 인간에 대한 성찰이 아직도 유효하고, 우리에게 수많은 자극을 준다는 것은 인간이 깨달을 수 있는 성찰의 깊이에 끝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과거 부처나 예수에 비해 우리는 인간적으로 더 성숙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지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팡세의 인문학적 성찰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나름대로의 기대로 이 책을 접했지만, 이 책은 아포리즘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대부분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나의 아포리즘을 말하고, 이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식의 책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대부분 수준이 떨어진다. 아포리즘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부가해서 설명하는 것도 때로는 유치하기도 하고, 수준이 떨어지기도 한다. 거의 모든 아포리즘 해석책들이 그렇다. 더 많은 파스칼의 글들을 보고 싶고, 팡세나 다른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인문학적 글들을 정리해, 그 글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파스칼의 생각의 깊이를 볼 수 있기를 바랐고,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기를 바랐지만, 언급한 대로, 이 책은 하나의 아포리즘에 대한 저자의 해석으로 되어 있어, 파스칼의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다시 팡세를 읽어야만 하는가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책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아포리즘에 대한 저자의 생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의미의 깊이를 좀 더 넓히거나 파고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 본다.
저자는 스스로를 인문학자라고 말하고 있다. 인문학자로서의 저자의 깊이는 어떨까? 파스칼의 아포리즘에 대한 저자의 깊이있는 성찰은 어떨까? 이는 첫 주제를 보면 바로 드러난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라는 아포리즘은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위대함과 비참함을 공유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비참함을 통해 위대함에 이르는 존재.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비참에서 위대함에 이르는 인간 의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명쾌하고 단순하게 인간의 의미와 깊이를 드러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보면 파스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어느 깊이까지, 어느 정도까지 저자가 파스칼을 바라보고 있는지, 파스칼의 인문학에 저자의 인문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어느 정도까지 접근했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이게 이 책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