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 1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4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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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서평하다.




40대 이후 중년들은 어렸을 적 티비에서 하던 빨간머리 앤을 기억하고 있다. 그 애니와 노래가 우리 가슴 속 어디엔가 늘 존재한다. 그래서 빨간머리 앤 애니를 보면, 이전의 추억이 몽글몽글 다시 올라오게 된다.

빨간머리 앤을 책으로 보면, 애니에서 보지 못한 다른 것들을 보게 된다. 일단 문장이 매우 아름답다. 간결하지는 않지만 감성적이고 이미지가 넘실댄다. 저자가 갖고 있는 필력이 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자연에 대한 서술, 그리고 간혹 나오는 경구같은 문장들은 글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 되게 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중년들은 일본의 애니를 통해 앤을 만난 경우가 많지만, 책으로 만나는 앤이 더 재미있고 더 많은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이 책은 앤의 일본어 판을 다시 우리 말로 번역해, 필사를 통해 일본어 능력을 습득시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이런 책은 제대로 공부만 한다면 상당한 어휘력을 얻게 되고, 일본어 독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열심히 한 경우라는 조건이 붙는다.

왼편에는 일본어가 있고, 밑에 한국어가 있다. 그리고 오른 편에는 필사할 공간과 단어장이 있다. 단어장은 상당히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새로 일본어사전을 찾을 필요가 없다. 번역은 앞에 쓰인 대로 상당한 직역, 심할 정도로 직역이 되어 있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교하기 편하다. 대신 너무 직역이라 저자의 문장의 묘미를 살리기에는 부족하다. 하나는 살리고 하나는 죽였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이 일본어 향상이니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생성형 ai 느낌이 많이 난다. 책에 있는 삽화도 역시 그런 분위기가 난다. 요즘은 생성형 ai로 많은 책들이 발간되고 있으니, 이것 또한 뭐라 할 건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히 열심히 이 책으로 공부하며 어휘력과 독해력을 쌓는다면 상당한 수준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의 글이 상당히 수준의 문장이기에, 이 문장을 제대로 일본어로 읽을 수 있다면, 고급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공부하는 이들이여, 열심히 하시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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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스 50 - 다른 도시, 같은 세대 인터뷰 에세이
이한규 지음 / 블랙잉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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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글 쓰다

이 책은 50명의 외국인의 인터뷰 보고서다. 주로 연령은 20대에서 30대 사이. 주로 삶에 대한,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주고, 여기에 문화와 국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덧붙여진다. 동시대라는 같은 시간 속에 살면서, 공간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와 문화, 종교의 차이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모습의 삶을 보여 준다. 어떻게 보면 아름답지만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 격차가 장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이상 인류는 또 한번의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시적인 삶은 다양하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이 부분은 책에도 여러번 언급되는데, 우리의 삶은 결국 다양성 속에 살지만, 결국 인간의 삶은 비슷하다. 채플린이 말한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과도 상통하다. 우리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도록 이미 운명지어진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어가 20대 30대의 인터뷰이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간결하게 답을 달았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인터뷰어의 글에서 문학적 재질이 보인다. 글을 쓰는 솜씨가 상당하다. 이것이 이 책을 뻔한 책에서 특별한 책으로 바꿔주고 있다. 인터뷰이가 아닌 인터뷰어가 이 책의 주인이다.

20대, 30대는 미래를 향해 다양성의 삶을 살지만, 50대는 그 삶 안에서 공통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찾아 간다.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은 결국 50대는 되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 책은 미시적인 삶의 다양성에 의지해, 거기서 거시적인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만약 다시 이런 책을 쓰게 된다면 50대에서 60대의 인터뷰이를 통해 지난 삶을 통한 삶의 통찰과 미시적 삶에 대한 추억과 가치를 언급하게 된다면, 하나의 철학서, 하나의 인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이런 책을 다시 내는 것도 좋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경우 지금보다 질문에 더 많은 정교함과 깊이가 요구될 것이다.

인터뷰에 대한 책으로는 훌룡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각국의 20, 30대의 삶과 고민, 문화를 들여다 보며, 아픔과 희망을 느낀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묘미다.

*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 보기 바란다.

우리는 각자 무지개의 색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는 빨강, 누군가는 파랑, 누군가는 보라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빛들이 다 합쳐지면 무슨 색이 될까? 흰색이 된다. 우리는 흰 색을 밝은 색으로 알고 있다. 맞다. 흰 색은 밝은 색이다. 하지만 무지개를 다 합친 것은 색이 아니라 빛. 빛을 모두 합치면 흰 빛이 되는데, 흰 빛과 흰 색은 의미가 다르다. 흰 빛은 다른 말로 하면 모든 빛을 합한 가장 최종적인 빛으로 볼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다양해도 거시적으로는 비슷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말로 하면, 흰 빛은 가장 더러운 빛이라고도 할 수 있다. 투명해야 할 빛이 흰색으로 탁색되었으니까. 우리가 보는 이 가시광선의 세계는 빛의 전체 파장 중 수십만분의 일도 안 된다. 우리가 보는 빛의 세계를 넘어가면, 우리가 볼 수 없는 투명한 빛의 세게, 가시광선의 세계보다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배가 더 넓은 투명한 세계가 존재한다. 인류는 가시광선의 세계를 넘어, 다른 파장의 세계를 상상해야 한다.

우리는 보이는 세계에 살지만, 인간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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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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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글쓰다.


어린왕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종의 몽환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잠깐 동안 어린왕자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문학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장미이야기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깊은 사랑은, 다음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악한 사람은 있다. 하지만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악인이 될 수 없다."

이 안에 어린왕자에 대한 나의 무한한 믿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어린왕자도,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원서인 프랑스어로 읽으면서, 각 언어에서 주는 색다른 느낌도 즐기며, 독서 중에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오랜만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느낌과 감성으로 이 번역본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선 어린왕자의 감성이 번역에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삼인칭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과 적절한 단어의 선정이 불안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번역의 느낌이 투박하다. 감성적이지 못하고, 어린왕자만의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한, 그리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이 문학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사랑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으니까.

어린왕자는 간결하면서 감성을 건드리고, 꿈꾸는 듯한, 그리고 남자인 나로서는 사랑하는 여인의 머릿결을 넘기면서, 솜털을 만지는 듯한, 그런 여리고 세밀한 감성으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어린왕자의 마음을, 여리고 순수한 그 마음을 내 깊은 가슴 속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남자보다는 여성이, 소설가보다는 시인이, 청년보다는 중년이, 사교적인 사람보다는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e보다는 i인 사람이 어린왕자의 번역에 어울린다. 그런 면에서 번역본보다는 영어나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익히 잘 아는 한글보다 추상적이고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46판으로 a4 반도 안 되는 크기에 페이지도130이 안 된다. 게다가 컬러도 아닌 흑백인데, 책의 정가가 14000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이전에 책을 몇 권 만들어 본 나로서는 이게 과연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번에 리뉴얼된 월든은 600페이지가 넘고, 판도 이것보다 크지만 11000원이다. 출판사에서 너무 무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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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죽음에 관한 철학
나이토 리에코 지음, 오정화 옮김 / 이사빛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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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글쓰다

제목은 진중하다. 하지만 내용은 진중하지 못하다. 가볍다. 매우 가볍다.

책을 읽지만 읽어도 남는 게 없다. 신기한 경험이다. 보토 책을 읽으면 책의 완성도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거나 감정이 나빠진다. 하지만 이 책은 읽어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신기하다. 그냥 시간만 삭제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새롭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는 출판에 대한 관용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이건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책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번역하는 건 문제다. 왜 이런 책을 번역할까? 많은 출판사들이 일본 책을 번역하는데, 그 책의 수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번역이 출판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이 정도의 글은 철학을 전공한 석사생들이라면 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책을 번역해서 내보낼 필요가 있을까. 그냥 우리나라에서 쓰면 되는데 말이다. 석사나 박사 레벨 중에 이정도 글을 쓸 정도의 필력을 가진 사람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 죽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얻기에는 힘들다. 특히 중년 이상의 경우는 더 힘들다.

책에서 비유하는 도라에몽이나 스트리트파이터 등을 보면, 이 책의 수준이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보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듯해 보인다. 내용의 깊이도 깊이지만 글의 소재 또한 가볍다. 책의 원 제목도 입문이라는 단어가 있으니 내용은 가벼운 수준이다.

죽음은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가벼운 소재로 담으려하니, 그 정도의 수준만 담기거나, 아예 담긴 척만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하고, 아무런 생각의 깊이도 갖게 해주지 못하고, 우리에게 명상을 하거나,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도 못한다. 그냥 죽음에 대해 언급했던 유명 철학자들의 단편적인 주장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에도, 그 내용에서 아무런 성찰을 발견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죽음과 관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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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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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글 쓰다

코스믹 쿼리. 우주와 관련된 질문들이라고 간단히 보면 되겠다. 열 개의 키워드로 우주에 대한 기초부터 상당한 깊은 지식까지 많은 부분을 다룬다. 이 책의 강점은 수많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우주에 대한 쉬운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천문학 관련 책들을 봤지만, 이 책처럼 많은 볼거리를 준 책은 없었다. 많은 볼거리를 준 책들은 또한 내용면에서 부실한 것들도 많아서, 천문학 관련 책들을 글이 중심이 되거나 이미지가 중심이 되거나 하는 편중된 모습을 보였었다. 왜 그랬을까?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있을텐데 왜 책의 수준이 천차만별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많이 안다고 책을 잘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22년도 인가에 출판된 책이다. 벌써 26년이 가까워 오니 나온 지는 꽤 됐다. 타이슨이라는 인물이 갖는 인지도를 생각하면 출판되자 마자 번역되어 나올 만도 한데, 상당히 늦은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인 타이슨은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의 큐레이터?다. 그래서 천문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인물이다.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좋다. 타이슨과 공동 저자가 꽤 많은 내용들을 읽기 편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다. 우주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다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문학 입문서로는 현재 나와 있는 것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전체적인 짜임새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특히나 인스타 같은 sns 풍의 글들이 꽤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책의 흐름과 맞지 않다. 이런 것들이 책을 가볍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잘 읽히고 있다.

이 책은 타이슨 혼자만의 책은 아니다. 아마도 주위의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책으로 보인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타이슨의 역작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아직도 천문학에서는 세이건 만한 필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세이건이 대단한 분이라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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