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블록체인 -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데이터 전략
이고르 페직 지음, 김민경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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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비트코인은 안다.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접한 게 17년 11월이었다. 그 때 리플이 40원이었더 기억이 난다. 한 때 천원인근까지 갔던 리플은 지금도 600원은 넘는다. 결국 그 때 산 것을 지금까지 갖고 있다면 누구나 다 부자가 됐을 것이다. 당시 대회에 이기면 가상화폐를 대신 주기도 했는데, 그 때 받은 가상화폐를 안 팔았다면 역시 수억, 수십억이 되는 놀라운 마술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우리는 모두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십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잃기도 했다. 대다수는 잃었고, 그러면서도 하고 있다.

그 때 블록체인에 대한 책이 처음 나오기 시작해서 책을 사서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책들은 블록체인 초창기였기에 내용도 어설펐고, 여러가지 정보들을 짜집기 한 듯 한, 모든 것이 열정적이고 정열적인 글들로 넘쳐나는, 자극적인 책들이었다. 결국 사라는 말이었다. 물론 그 때 샀으면 다들 대박났긴 했겠지만... 아뭏튼 책 자체의 내용은 그리 정밀하지 못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이전보다 더 체계화되고 객관적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책들이 많이졌다. 내용적으로 성숙해졌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가사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정말로 블록체인의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말이다.

이 책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장단점과 지나온 과정들, 그리고 향후 우리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대해 나름대로 그나마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뭔 가 더 체계적이고 묘사적으로 설득력있게 우리에게 다가오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화폐와는 별개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서 보안을 한 단계 더 성숙시켜 줄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암호화폐를 두고 벌이는 국가간, 또는 조직간, 또는 거대 자본간의 암투와 조작이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블록체인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좀 더 블록체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투자로서가 아니라 보안의 본질적인 측면을 바라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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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찬란한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필수 안내서
마크 아그로닌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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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대한 책이다.

노화는 인간이 태어나 나이듦으로 경험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예전부터 노화를 하나의 악으로 간주해 왔다. 노화는 곧 쇠락이고 종말의 예고이고,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의 종착점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악하지 않다. 자연스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은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벗어난다. 인간이 아무리 다양하고 변주된 음으로 연주를 해도, 우리는 자연스러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은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면서, 노화의 좋은 점에 대해 말한다. 노화를 경험하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성장한다. 인간의 삶은 종을 엎어 높은 모양이 아니라, 선형적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숙하는 일직선의 모습이다. 로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는 것. 인간은 계속 발전하고 성숙하는 존재이다. 그 과정에 만나는 노화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육체적 쇠락은 필연적인 것이다. 우리는 필연은 악으로 돌리고, 악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과 악 자체를 모르는 인간의 유치한 놀음일 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나이들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지혜, 회복탄력성, 창조성이다. 이 책 서문에 저자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적은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이 책 내용의 전부이다. 나머지 부분은 이에 대한 설명이고 주석이다.

저자가 말하는 지혜, 회복탄력성, 창조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우리 주위에서 봐 왔던 노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지혜가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가? 그들 속에서 창조성이 샘솟는 것을 볼 수 있는가? 슬프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꼰대, 라떼라는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은 더 확고해 진다. 상황은 케바케가 맞다. 소수의 노인들은 지혜가 성장하고, 창조성이 샘솟기도 한다. 하지만 정량적으로 보면 그 수가 많지 않고,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정년과 더불어 모든 것을 놓아 버린다. 이젠 그만 쉬고 싶다는 생각에 육체 뿐만 아니라 정신도 놓아버린다.

기술사를 준비하면서 소방기술사에 합격한 70, 60대 노인들의 영상을 봤다. 누군가는 퇴직 했으니 시간이 많아 가능할 것이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몇 년 동안 하루 6,7시간 씩 공부하는 건 시간이 많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이런 분들을 보면 작가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케바케.

어느 케이스에 설지는 본인이 정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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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퀘스천
김병규 외 지음 / 너와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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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큰 질문. 또는 위대한 질문. 삶에 대한 질문, 또는 시의적절한 질문.

이것이 이 책의 기본 틀이다. 빅퀘스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나보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프로의 피디와 작가가 그간 출연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빅퀘스천은 누군가에게는 빅이 아닌 스몰일 수 있다. 사람마다 빅퀘스천은 다 다르니까.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정독하기 보다는 자기가 생각하는 빅퀘스천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영상보다 좋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면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이 책이 영상보다 갖는 매력의 하나이다. 영상은 때로는 끈임없이 늘어나는 애들 장난감 같다.

이 퀘스천 중에서 관심있는 몇 개의 퀘스천만 발췌해서 보았다. 관심없는 영역은 나에게는 스몰도 되지 못하는 스폿일 뿐이다. 내가 찬찬히 본 내용을 중심으로 말하자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책이다. 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책이 갖는 한게이기도 하다. 뭔가를 임팩트있게 전하기에는 양이 적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책일 수도 있겠다. 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적혀져 있다. 아마도 방송에서 나온 내용들을 그대로 적은 것 같기도 하다. 방송의 요약본이 아닐까 싶다.

내용은 빅퀘스천이라는 엄청난 제목에 비해서는 약하다. 깊이나 질적인 면에서도 과연 이것이 빅퀘스천에 대한 답변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 개인차가 있으니 누군가에게는 빅퀘스천이 될 수도 있겠다. 책에서 출연자가 언급한 내용에 대하 심도있게 비판하거나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폭과 깊이를 인정하고, 삶을 대하는 인간의 수많은 방식을 생각할 때, 나는 말하기보다는 생각하며 날려버리는 게 더 의미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책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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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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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너무나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난 이 작가가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이름 속에서 느껴지는 감상이 그랬기 때문일까? 아니면 맥도날드에 있는 그의 글이 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이번에 처음으로 울프의 단편집을 보면서, 이 작가가 갖는 문학사적인 자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의식의 흐름에 따른 저술을 현대 문학의 한 흐름으로 보는데, 이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한 시대를 이끌어 갔던 여인처럼 보인다. 그의 글은 그래서 새롭다. 어떻게 보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는 글들이 매우 복잡하고 어수선해서 보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우리의 생각 또한 이렇게 단락적이고 뚝뚝 끊어지면서 이어지고, 조합되니 인간의 원초적인, 정리되지 않은 사상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문학적인 흐름은 분명하지만, 그 맥락이라는 것이 인간마다 다르기에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문학이 때로는 너무 벅차고 개인주의적으로 흘르기 마련인데, 이 울프의 글들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고, 맥라을 헤매지 않도록 해주는, 단순함이 존재하는 듯 해서, 읽기가 편하다.

하지만, 이런 문학을, 다른 비슷한 류의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비교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단순히 내가 느끼는 바를 나도 의식적인 흐름에 따라 적고 있을 뿐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장편으로 읽는다면, 온 몸에서 거부감이 일 것 같다. 이렇게 간단하게 단편이나 장편을 읽으니 그 어지러움 속에 헤매지 않으면 맛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자기만의 방이라든가, 다른 중편 소설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을 뒤져보면 울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흘러가한 하나의 문학적 지류였지만, 그 속에서 여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다진 작가로, 자기만의 문체를 가진 작가로 견고하게 서 있는 그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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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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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은, 동화책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리얼하긴 하지만, 빙하기 이후의 인류 선조들이 겪었을 만한 이야기를 어린 여자아이의 시각에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굉장히 리얼하다. 세밀하게 그리기도 하고, 정말로 우리 선조들이 거대한 동물들과 싸우며 생존하기 위해 경험했을 내용들을 과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동물과 싸우다 죽고, 자연 재해로 죽고, 삶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해 오던 인류 선조들의 모습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보기에는 충격적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니 오히려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만으로 이루어졌다. 말 한 마디 없이, 하나 하나의 극적인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이 그림을 그렸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이 그림을 그렸을 작가가 생각난다. 작가는 검은 색 하나만으로 농담과 굵기로 감정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 그림은 생동감이 있고,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 같이 느껴진다.

보금처인 동굴을 찾아 안식을 얻은 선조들은 그곳을 정착지로 삼아 생활하고, 어린 여자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동굴 벽에 그리고, 그 그림들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다. 우리는 동굴벽화를 종교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 현재 정설이긴 하지만, 어찌 알겠다. 정말로 누군가가 그린 자신의 경험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는 무기와 불로 생존했고, 우리는 그 생존의 결과물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 뇌의 발달로, 지능의 발달로 이어지며, 우리는 현재 모둔 현생물의 우두머리에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승리한 선조도 보이지만, 그 속에서 죽어간 선조들도 보인다.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삶에 대한 엄숙함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꽤 수준높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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