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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이 동화책은, 동화책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리얼하긴 하지만, 빙하기 이후의 인류 선조들이 겪었을 만한 이야기를 어린 여자아이의 시각에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굉장히 리얼하다. 세밀하게 그리기도 하고, 정말로 우리 선조들이 거대한 동물들과 싸우며 생존하기 위해 경험했을 내용들을 과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동물과 싸우다 죽고, 자연 재해로 죽고, 삶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해 오던 인류 선조들의 모습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보기에는 충격적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니 오히려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만으로 이루어졌다. 말 한 마디 없이, 하나 하나의 극적인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이 그림을 그렸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이 그림을 그렸을 작가가 생각난다. 작가는 검은 색 하나만으로 농담과 굵기로 감정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 그림은 생동감이 있고,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 같이 느껴진다.
보금처인 동굴을 찾아 안식을 얻은 선조들은 그곳을 정착지로 삼아 생활하고, 어린 여자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동굴 벽에 그리고, 그 그림들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다. 우리는 동굴벽화를 종교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 현재 정설이긴 하지만, 어찌 알겠다. 정말로 누군가가 그린 자신의 경험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는 무기와 불로 생존했고, 우리는 그 생존의 결과물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 뇌의 발달로, 지능의 발달로 이어지며, 우리는 현재 모둔 현생물의 우두머리에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승리한 선조도 보이지만, 그 속에서 죽어간 선조들도 보인다.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삶에 대한 엄숙함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꽤 수준높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