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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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매우 자극적이다. 자극적이면서도 참신해서 이 책을 고르는 독자들 중 상당수가 책 제목 때문에 책을 고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일종의 선언문 같다. 이제 죽음을 죽이자. 그러니 모두 동참하라고 우리에게 외치는 것 같다. 그만큼 강렬하고 적극적으로 죽음에게 종말을 내리기 위해 이 책이 쓰여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연 그럴까?

노화에 대한 책들을 보면, 90퍼센트는 노화의 연장, 생명의 연장, 그리고 언젠가는 노화와 죽음을 극복할 거라는 희망적인 내용들을 많이 적는다. 그리고 10퍼센트는 과연 그럴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어느 책이 더 인기가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하지만 답이 명확하다고 그게 답은 아니다.

언젠가 어느 노화전문 의사가 쓴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는 오히려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과거 어렵게 살던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풍족한 시대에 살던 사람들, 그러니까 패스트푸드나 간이 식품, 채소보다는 고기 등을 많이 섭취하고, 좀 더 민감할 때 환경오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오히려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셈이다. 결국 평균수명이 선형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로그적으로 서서히 늘어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글이었다.

예전에 어깨가 너무 아픈 적이 있었다. 근육통인데, 어깨 위에 시멘트 부대를 하나 달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좌절해서 울기도 했고,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치료할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정상이라고 엑스레이나 피검사 등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을 삐끗했는데 그 다음부터 어깨의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결국 현대 의학으로 보지 못하는 아주 미세한 근육의 뒤틀림이 문제였던 것이다. 현대 의학은 그런 근육의 미세한 위치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이는 어지럼증을 겪는 다양한 환자들의 원인을 대부분 알지 못하는 이비인후과의 현재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인간의 몸은 미묘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단편적이고 특수한 상태일 뿐, 인간의 몸에서 미세한 부분의 뒤틀림이 우리 몸에 얼마나 큰 고통을 초래하는지를 의학은 제대로 우리에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 정교한 몸의 일부분에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가 어떤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그 수많은 과정들을 다 극복하고 죽음을 극복하겠나.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죽음의 죽음을 말하기 전에 죽음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먼저 철학적으로 접근해 보는 게 먼저다.

죽음의 죽음을 논하기 전에 죽음에 대한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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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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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은 쓸모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고등학교 때 생물을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또한 생물인데, 생물은 말 그대로 나의 몸에 대한,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 대한 놀라운 섭리를 담고 있는데, 그 때는 단지 암기과목으로만 접근해서, 생물학의 가치를 몰랐다.

그러다 나이들어 공부를 하다 보니,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멀리 했던 과목들이 다시 나에게 중요한 지식들로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은 재미있다. 생물학에 대한 개론을 담은 책이 아니라, 미시적으로 접근해서 생물의 기본적인 구조인 세포나 dna, 게놈에 대해 말한다.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로 잘 설명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면서 필요했던 정보들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생물의 미시적인 부분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는데, 보통 생물학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부분들이어서, 읽으면서 재미있고 유익했다.

물리학은 우주를 다루며 원자를 다룬다. 이 책 또한 생물학의 거시를 보기 위한 미시를 다룬다. 요즘은 미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세대 같다. 생물학과 물리학이 별개로 보이기 쉬운데, 생물학 속에서 원자를 다루며 설명하니 둘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 것 같다.

미시와 거시를 별개로 봐야 할지, 아니면 서로 연관되는 하나의 세계로 봐야 할지. 우리는 아직도 거시와 미시의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고 있는 인류같다.

몇 번 정독하면서 생물학의 미시 세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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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4
김은식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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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해방 이후 2022년까지의 역사 중에 약 100여가지를 선정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요약해주는 책이다. 백 여 년도 안 되는 역사에서 100가지를 정했으니, 1년에 하나가 넘는 셈이다. 결국 현대사의 요약이 아니라, 현대사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능한한 중도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중간 중간 자기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대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라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다. 현대사라는 것이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사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기에 무엇보다 사실의 제공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본인의 판단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고 정리하면 되겠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결하고 요약해서 보여주니 전체적인 맥락은 잡을 수 있지만, 좀 더 자세히 알기에는 내용이 부족하다. 그런 경우 위키에서 좀 더 찾아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으로 우리에게 현대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여러가지 사건들이 적혀 있다. 성수대교나 백화점, 세월호, 박근혜 등 당시 사회를 경악케 했던 이슈들을 다시 보면 새삼스럽다. 마음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한없이 무력감 속에서 지냈던 때도 있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 교훈이라 생각한다.

항상 같은 모습 같지만, 크게 보면 점점 정치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국민들의 성숙이 밑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성숙한 국민들이 성숙한 한국을 만들어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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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으로 당대 문화 읽기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 읽기
신동원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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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인 수준을 넘어서는 상당히 전문적인 책이다.

내용 자체는 향약구급방이라는 고려시대 민간 의학서적을 번역해 놓은 것이지만, 단순히 번역을 넘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에 대한 자세하고 논리적인 답변들을 적음으로써 하나의 논문처럼 완성하였다. 이 책에서 보면 이 책과 관련되어 4권의 논문이 나왔다고 하니, 이것만으로 이 책이 갖는 학술적인 가치를 입증한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어찌보면 당시 고려나 동아시아서 흔히 행해지던 민간의 구급방법들이 갖는 한계에 안타깝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책으로 인해 목숨을 구하고, 누군가는 이 책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지금 눈으로 보면 구한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향약구급방은 말 그대로 번역하면, 도처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응급시에 써 먹을 수 있는 구급책이라는 의미이다. 전문적인 한의사가 쓰거나 읽던 책이 아니라, 당시 양반층인 사대부에서 읽고 사대부들이 적용하던 책이다. 결국 당시의 민간 요법들이 쓰여진 책들인데, 우리가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역자들이 노력해서 풀어쓴 흔적이 보여 더 대단하다. 단순히 이 책만 번역했다면, 이해하기 힘든 책으로 치부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의 진정한 완성자는 역자들이다.

역자들이 보여준 책에 대한 애정과 당시 구급방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위한 노력들이 이 책을 더 값지게 하고 있다.

예전부터 국사 공부할 때 자주 언급되던 책이었지만, 사실 동의보감 처럼 현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런 책이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갖는 강점을 이해한다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 하다. 꼭 다 읽지 않아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들춰보며 당시 선조들의 사상을 조금씩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놀랍고 경이롭다. 인간의 의학적 발전과 사상적 발전이 격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신비한 경험이다. 일반인인 내게는 동의보감보다 더 귀한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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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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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외로움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학술책은 아니고, 미국의 작가들이 얼론이라는 주제에 대해 써 놓은 글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쉽게 말하면 에세이이자 수필인 셈이다. 편집자는 여러 사람에게 글을 요청했고, 그 중에 응답해서 글을 보낸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외로움, 고득에 대한 내용 또한 여성향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 경향이 있고, 남자는 자아실현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갖는 성격상의 차이에 대한 중요한 언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는 관계 중심적이고 남자는 자기 중심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 또한 이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작가분들이 많으니 고독이나 외로움 또한 관계지향적ㅇ니 글들이 많다. 여자는 관계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남자는 존재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만약 남자 작가들에게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게 했다면 관계보다는 인간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내용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글은 아주 쉽게, 평이하게 읽힌다. 다들 이미 유명한 작가분들이시니 글을 쓰는 데는 이미 전문가들 아닌가. 거기에 번역자의 노련한 솜씨 또한 보인다.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좋은 작가과 좋은 번역가가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페이지 읽자마자 번역자가 궁금해졌다. 월든, 세네카의 인생론이란 책을 번역한 걸로 나온다. 월든은 이미 독보적인 번역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분의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번역자를 만나는 것도 책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인간은 고독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고독한 존재다. 뱃 속에 같이 있던 쌍둥이 고독한 존재이고, 죽을 때 같이 죽자며 손잡고 죽는 노부부 조차 죽는 순간을 별개의 개체로 사라져 갈 뿐이다. 고독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갖는 삶의 숙명이라고 말할수도 있다.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킨다. 관계의 고독인지, 존재의 고독인지, 사람과의 고독인지, 삶의 결에 대한 고독인지, 그 종류는 달라도, 모든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키는 약이 되기도 하고, 인간을 쓰러지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약이 되는 것, 독이 되는 것,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부모도, 친구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죽음도 그걸 정해주지 않는다. 오직 나만 고독을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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