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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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외로움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학술책은 아니고, 미국의 작가들이 얼론이라는 주제에 대해 써 놓은 글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쉽게 말하면 에세이이자 수필인 셈이다. 편집자는 여러 사람에게 글을 요청했고, 그 중에 응답해서 글을 보낸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외로움, 고득에 대한 내용 또한 여성향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 경향이 있고, 남자는 자아실현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갖는 성격상의 차이에 대한 중요한 언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는 관계 중심적이고 남자는 자기 중심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 또한 이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작가분들이 많으니 고독이나 외로움 또한 관계지향적ㅇ니 글들이 많다. 여자는 관계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남자는 존재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만약 남자 작가들에게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게 했다면 관계보다는 인간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내용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글은 아주 쉽게, 평이하게 읽힌다. 다들 이미 유명한 작가분들이시니 글을 쓰는 데는 이미 전문가들 아닌가. 거기에 번역자의 노련한 솜씨 또한 보인다.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좋은 작가과 좋은 번역가가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페이지 읽자마자 번역자가 궁금해졌다. 월든, 세네카의 인생론이란 책을 번역한 걸로 나온다. 월든은 이미 독보적인 번역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분의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번역자를 만나는 것도 책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인간은 고독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고독한 존재다. 뱃 속에 같이 있던 쌍둥이 고독한 존재이고, 죽을 때 같이 죽자며 손잡고 죽는 노부부 조차 죽는 순간을 별개의 개체로 사라져 갈 뿐이다. 고독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갖는 삶의 숙명이라고 말할수도 있다.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킨다. 관계의 고독인지, 존재의 고독인지, 사람과의 고독인지, 삶의 결에 대한 고독인지, 그 종류는 달라도, 모든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키는 약이 되기도 하고, 인간을 쓰러지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약이 되는 것, 독이 되는 것,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부모도, 친구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죽음도 그걸 정해주지 않는다. 오직 나만 고독을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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