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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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는 한국 순수문학(순수문학이 있다고 한다면)의 거장이라고 불릴만한 작가다.

단지 오락성 뿐만 아니라, 문학성까지 겸비한 이 시대에 보기힘든 작가임에는 틀림없다는 말이다.

처음 이 작가의 작품을 본 것은 이상 문학상을 받은 화장이라는 작품이었다. 사실 보면서도 그렇게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상문학상에서의 논평은 칭찬일색이었다. 좀 의아한 부분도 있었고, 밀어주기 식의 수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뒤로 이상문학상은 신임하지 않는다. 이상 문학상은 없어지든지 편집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뭏튼 당시나 지금이나 소설의 경향이 여성적이고 세밀한, 조밀조밀하고 나쁘게 보면 하찮은 것들은 세심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어 왔는데, 그 안에서 유독 자신만의 색깔로 소설을 썼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던 같다.

다음으로 읽은 책이 남한산성이었는데, 역시 이 책 또한 그렇게 잘 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작가 특유의 간결학 무뚝뚝하고 끊어지는 문체가 독창적이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필법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했다. 아뭏튼 특이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을 다시 읽는다. 난 장편을 안 읽는데, 김훈 작가의 작품이기에 이 책을 읽었다. 장편은 모두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 왠지 일부로 분량을 늘리기 위해 길게 늘리는 부분. 그런 부분들 때문에 안 읽지만, 이 책은 다시 한번 힘을 내여 읽어보길 했다.

전체적으로 이전 작품보다는 완숙미가 느껴진다. 여전히 작가 특유의 필법이 있지만, 그게 좀 더 숙련되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표현도 농후해졌다. 특히 서두의 초에 대한 글은 깊은 필력이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고 깊은 고민 가운데 나온 표현들이 보이는 것 같아, 읽으면서 놀랍기도 했다.

작가는 예전에 자신의 소설이 남성적인 경향인 것에 대해, 자기는 여성적인 표현이 약하다고 했었는데, 둘 다 잘할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강점으로 지금처럼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말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필법에 어울리는 소재다. 좋은 소재와 좋은 필법이 만나, 읽을만한 소설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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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대탐험 스티커 컬러링북 - 비주얼씽킹 역사 아트 놀이! 역사 대탐험 스티커 컬러링북
키득키즈 편집부 지음 / 키득키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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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스티커를 좋아한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티커를 붙이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세계위인, 문화유산, 전통음식을 간단하게 알 수 있고, 역사, 문화상식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많은 국가가 있지 않아서 책 자체는 얇은 편이다. 스티커를 붙이는 곳이 있고, 함께 색칠하는 곳이 있고, 틀린 그림이나 낱말 맞추기 등으로 적절하게 여러 나라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세계사라기 보다는 세계의 여러 국가에 대한 정보가 맞겠다. 총 열 개국의 나라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일본, 그리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미국, 아르헨티나 등이다. 대부분 유럽 나라들이 대부분이고, 남미는 아르헨티나 한 나라만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여러 나라 중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나라들을 선정하면서 이런 나라들이 정해진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미국은 예외지만, 현재 제일 강대국은 미국이니 그럴 만도 할 것 같다.

프랑스를 보자니 신혼여행 때 머물렀던 파리가 생각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가서 에펠탑은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던 것들, 루브르 박물관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것들까지. 지금 생각하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근시일에 파리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각 나라의 소개에는 수도나 인구, 통화, 면적 등이 나오고, 유명한 인물과ㅏ 음식들, 그리고 문화 유산등이 간단한 일러스트로 소개된다. 아이가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각 나라의 국기가 나올 때마다 큰 소리로 말하며 즐거워한다. 그러면 나는 그 나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그리고 유명한 사람은 누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이야기해주고, 아이에게 스티커를 붙이도록 유도한다. 스티커는 꽤 자잘하게 나눠져 있어서, 그것을 다 붙이려면 꽤 시간이 든다. 그래서 내 자유시간도 늘어난다. 자세한 세계의 여러 나라에 대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른 나라들에게 익숙해 지면서 점점 더 다른 나라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포스트코로나에 맞춰 조금씩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 아이와 함께 나 자신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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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 나를 키워 준 시골 풀꽃나무 이야기
숲하루(김정화)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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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풀, 숲, 나무, 계곡 만이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대도시도 자연이다. 자연과 도시를 나누는 것은 인간의 편협한 생각일 뿐 우리는 모두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비치는 태양, 밟고 있는 대지가 바로 우리가 자연의 자손임을,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가르켜 준다. 넓게 확장하면 태양계 그리고 우주 또한 자연이다.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는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도 풀과 풀, 그리고 나무와 놀던 나날들은 우리에게 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고, 존재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우리의 과거와 추억 속에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어떤 이유로 다시 고향에 내려간 후, 그곳의 자연에서 이전의 자신을 추억하며 풀과 꽃, 나무에 대해 담담히 말하고 있다. 우리말을 써서 때로 읽는 게 막힐 때가 있지만, 그래도 글 속에 잘 녹아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지금을 잘 양념해서 배어나게 하고 있다. 자연 속에는 특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진하게 배어 있다. 당연할 것이다. 어머니 곁에는 늘 풀과 꽃과 나무, 우리 먹거리들이 함께 있었으니, 우리가 자연을 생각하면 누구보다 어머니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때로 보이는 그림들이 정겹기도 하다. 저자는 아마도 시를 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글에서 시의 맛이 나고, 글도 많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써온 일기가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필력이 좋은 사람의 글을 읽는 건 기쁨이다. 요즘 그렇지 못한 저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늘 수 밖에 없다.

정말로 잔잔한 것들. 우리 일상 속에서, 특히 시골에서 자라났다면 더 자주 봤을 흔한 것들. 그런 것들 하나 하나에 추억이 있고 사연이 있다. 저자는 담담히 적으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고 있다.

아쉬움도 있다. 무엇보다 내용이 평이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 그 경계가 불분명해 읽다가 멈춘다는 것. 그래도 자연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넘실넘실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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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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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고 막연한 희망과 환상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삼켜 버려 존재하지 않는 듯한, 소리도 묻히고 빛도 잠겨 모든 것을 막고 질식시켜 버리는 듯한, 안개는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한 소외로 우리를 모든 것에서 격리시켜 버린다.

그래도 항상 안개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안개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시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안개를 대할 때 막연함과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조금은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안개와 눈. 이 둘은 비슷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안개라는 영화는 김승옥이 65년도에 발표한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현대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소설이다. 읽다 보면 머리속으로 안개가 가득한 곳, 무진이 그려진다. 소설을 쓴 김승옥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화한 것이 바로 이 영화 안개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40년 정도 즈음에 이 영화를 얼핏 티비에서 본 기억이 있다. 다른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영화의 첫 장면, 그러니까 주인공이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그 장면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 그 장면이 기억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중요한 장면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무진기행을 다시 읽으면서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다시 찾아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영화를 간직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초반부, 버스 안의 풍경에서, 김승옥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는 점이다. 책에서 김승옥 사진을 본 후에, 영화에서 똑같은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고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당시 최고의 배우인 신성일, 윤정희가 나온다. 윤정희는 지금 봐도 미인이다.

그런데, 각본집이라 하지만, 사실 영화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이 다르다. 처음에는 다른 영화의 대본이 아닌가 해서 헷갈려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용의 안개는 이 작품 하나 밖에 없으니, 이 영화의 각본이 맞다. 하지만 처음부터, 처음에 시작하는 롱테이크의 안개 장면이나 서울의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은 각본 자체에 들어있지 않다. 그리고 영화는 과거와 회상하는 부분들도 나오지만, 각본에는 그런 장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본집이라 해도, 영화와 너무 상이하니 이걸 각본집이라 할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각본과 너무 다르다. 각본은 플롯이 단순한 감이 있는데, 아마 감독이 영화에 역동성을 주기 위해 새롭게 편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각본대로 만들었다면 영화는 더 단순해졌을 것이다. 아뭏튼 영화를 보지 않고, 이 각본만 읽는다면 여러가지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히 있겠다.

과거의 모든 영화들이 이랬을까? 쪽 대본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그 자리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장면이 있었을까? 여러가지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대본집이다. 훌룡한 재산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겠지만, 영화와 너무 달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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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야기 - 그 거룩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해 묻다 EBS CLASS ⓔ
정진홍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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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을 갈망한다.

신을 알고 싶어하고 느끼고 싶어하고, 가까이에서 함께 존재하며 내 삶을 좀 더 여유롭게, 편안하게,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바라는 신은 결국 원하는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걸 누군가는 신이라 하고 누군가는 악마라 하고, 누군가는 허상이라 말한다.



인간은 주관적이고 인식에 한계가 있는 존재다. 절대, 객관, 진리, 초월, 신을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한계 내에서 이야기 된다. 결국 진리, 초월, 신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우리는 초월적인 존재를 만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절대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신을 초월적인 존재로 인지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적 한계이며 슬픔이지, 기쁨이고 환희일 수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신은 유일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신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신,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신, 마음 속에 있기에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신, 인간을 벗어날 수 없는 신이다.



종교학을 다루는 학문에서 모든 신을 이렇게 다루는지, 아니면 저자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신은 인간과 유사한 신이다. 그래서 태어난 곳이 있고, 사는 곳이 있고, 어떤 사람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 신인 것이다.



여기까지 가면 이 책을 고른 이, 즉 대부분의 독자는 계시종교의 신도일 확률이 높은데 (인간과 닮은 신을 믿는 이들은 대부분 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고, 자기 삶 속에서 단지 신이 도와주기만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바라는 신의 모습과 어긋나 버리게 된다. 신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자들은 신 자체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무튼, 신을 바라보는, 신을 정의하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맥이 빠진다. 종교학을 배우는 이들도 대부분 계시종교인들이 아닐까?



난 젊었을 때 열렬한 계시종교 신앙인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종교로서의 신을 믿고 있다. 내가 믿는 신은 코스모스를 창조한, 우주와 그 우주의 너머를 창조한 자연과 같은 존재이다. 그 신안에서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흘러가며 생성과 소멸하며, 그렇게 그렇게 지나간다. 도덕경에서 바라보는 도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신 이야기는 저자와 대척점에 서 있는 관계로 나에게 깊이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신을 인간의 삶 속에 정착시켜,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죽어가는 신은 나에게는 신이 아니다.



이 책은 계시종교의 신이 아닌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에 대해, 이미 우리 조상이나 선조들이 믿어왔던 그런 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익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런 신을 믿는 자들은 신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자기가 신을 부리며 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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