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야기 - 그 거룩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해 묻다 EBS CLASS ⓔ
정진홍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신을 갈망한다.

신을 알고 싶어하고 느끼고 싶어하고, 가까이에서 함께 존재하며 내 삶을 좀 더 여유롭게, 편안하게,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바라는 신은 결국 원하는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걸 누군가는 신이라 하고 누군가는 악마라 하고, 누군가는 허상이라 말한다.



인간은 주관적이고 인식에 한계가 있는 존재다. 절대, 객관, 진리, 초월, 신을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한계 내에서 이야기 된다. 결국 진리, 초월, 신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우리는 초월적인 존재를 만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절대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신을 초월적인 존재로 인지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적 한계이며 슬픔이지, 기쁨이고 환희일 수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신은 유일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신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신,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신, 마음 속에 있기에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신, 인간을 벗어날 수 없는 신이다.



종교학을 다루는 학문에서 모든 신을 이렇게 다루는지, 아니면 저자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신은 인간과 유사한 신이다. 그래서 태어난 곳이 있고, 사는 곳이 있고, 어떤 사람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 신인 것이다.



여기까지 가면 이 책을 고른 이, 즉 대부분의 독자는 계시종교의 신도일 확률이 높은데 (인간과 닮은 신을 믿는 이들은 대부분 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고, 자기 삶 속에서 단지 신이 도와주기만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바라는 신의 모습과 어긋나 버리게 된다. 신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자들은 신 자체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무튼, 신을 바라보는, 신을 정의하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맥이 빠진다. 종교학을 배우는 이들도 대부분 계시종교인들이 아닐까?



난 젊었을 때 열렬한 계시종교 신앙인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종교로서의 신을 믿고 있다. 내가 믿는 신은 코스모스를 창조한, 우주와 그 우주의 너머를 창조한 자연과 같은 존재이다. 그 신안에서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흘러가며 생성과 소멸하며, 그렇게 그렇게 지나간다. 도덕경에서 바라보는 도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신 이야기는 저자와 대척점에 서 있는 관계로 나에게 깊이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신을 인간의 삶 속에 정착시켜,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죽어가는 신은 나에게는 신이 아니다.



이 책은 계시종교의 신이 아닌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에 대해, 이미 우리 조상이나 선조들이 믿어왔던 그런 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익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런 신을 믿는 자들은 신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자기가 신을 부리며 살고 싶어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