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나이듦 (리커버) - 노화와 질병, 거스를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라
정희원 지음 / 두리반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는 책이다. 근래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오묘하다. 재미있다는 말은 내용이 재미있다는 말이 아니다. 흥미롭고 다른 책들이랑 결이 다르다는 말이다. 결국 자기만의 색이 강한 책이라는 건데, 이런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의학서적은 내용이 어떻게 보면 보고서 같다고 할까? 자기들이 쓴 논문들을 풀어쓴 느낌이랄까 그냥 강의하는 느낌이랄까, 대부분의 책들이 비슷비슷하고, 자기 주장만이 강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의사들이 모두 멍청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방향만 바라보고 하나만 이야기하니 멍청이가 맞을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결이 다르다. 노화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전의 다른 책에서 보던 내용들과 다르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우리 솔직히 한번 까놓고 말하자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런 책을 쓴다는 건 저자가 자기만의 문체가 있고, 어느 정도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글쓰기를 많이 했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무엇보다 힘을 빼고 담백히 써 내려가는 문체가 지금까지와의 의학서적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군데 군데 보이는 저자만의 위트와 비꼬임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내용도 좋다. 기존에 읽던 책들은 멍청이들이 써서 무조건 좋은 이야기들만 적혀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솔직하게 노화에 대한 의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당부분이 내가 고민하던 것들과 비슷하다. 세상은 결코 좋아지고만 있지는 않은 셈이다.

상당히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줄 만한 책을 발견했다. 물론, 그 사람은 재미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 저자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나보다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우 젋은 분이시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왜 저자의 글에서 경영이나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지도 알았다. 이래서 의사도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쇠인간
테드 휴즈 지음, 크리스 몰드 그림, 조호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아이언 맨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언맨과는 많이 다른 영국의 아이언맨인 셈이다.

이 책은 영국 내에서는 꽤 유명한 책이었던 것 같다. 일단 그림이 푸르른 바다와 붉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해 보이는 색으로 보기만 해도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린 분도 크리스마스라 불리는 아이를 지은 작가라 한다. 이 작품은 언젠가 네플릭스에서 잠깐 본 적이 있다.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아서 보다가 만 기억이 있다.

독특한 책이다. 일단 그림책이면서도 상당히 긴 내용이 적혀져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내용일 것 같다. 아이가 1학년이라 이 책을 보기에는 꽤 버거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갖고 다니면서 꾸준히 읽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좋아해서 일단 다행이다.

내용은 사실 동화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긴 내용을 생각하면 일정한 전개를 플롯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런 플롯이 꽤 느슨하다. 내용상 연결이 긴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책의 뒷 부분에는 옮긴이의 글이 있는데, 이 또한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인데, 거기에는 이 책의 5일간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5일 동안 읽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을 암시한다. 그래서 내용이 많지만, 그 내용들이 하나의 연관성을 갖기 보다는 하나의 스토리에서 마감되는 느낌이 강하다. 아, 내가 어린이용 책에 너무 딴지를 걸고 있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어린이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너무 어른의 입장에서 책을 본 것 같다. 무튼 책에는 많은 그림들이 있고, 그림들도 예쁘다. 그린 분의 정성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책을 본다면 꽤 좋은 책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아이에게 교훈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다. 이 책은 아이들의 정신적 소양을 위해 쓰여지기 보다는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한 재미 위주의 책이기 때문이다. 다섯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느낌이다. 내용보다는 그림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잘 그리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나만의 카미노,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박진은 지음 / 뜻밖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새로운 도전을 주고, 새로운 삶을 때로는 주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을 갈 때, 특히 해외나 장기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 이런 새로움이 내 삶에 큰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에 많은 도움이 되는 하나의 해결이 될 거라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삶은 어디가나 비슷하다.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들은 내 주변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멀리 떠났다고, 새로운 장소에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중요한 변화는 장소가 아닌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더 순수하고 단순해질 것이다.

카미노로 떠나는 사람들은 이 고난을 통해 무언가 변화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삶은 가기 전이나 갔다온 후나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경험이 새로운 도전이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만 되도 이 여행은 훌룡하다고 하겠다.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오직 걷기만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롭고 낯선 땅에서 오롯이 부딪치며 경험하는 것들은 얼마나 낯설고 경이롭고, 흥미로울지 궁금하다. 나도 오래전부터 카미노를 걷고 싶었지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는 더 힘들어진 나이가 되니 그 긴 시간동안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혹정년퇴직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 경험에 대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여행에 대해 자유로워 지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시간이 문제이지만...

작가는 퇴직을 하고 카미노를 걷고, 그 경험을 책으로 냈다. 이미 이런 기행문이나 에세이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이 분만의 특이한 점을 찾기는 힘들다. 그냥 카미노를 걷고 싶어 하는 분들의 대리만족이 되고, 나도 언젠가는 걷고 싶다는 기대를 다시 견고하게 해 준다. 경험에 대한 미사역나 지나진 감정유입, 감성적이지 않고, 일반적인 글쓰기 내에서 글이 진행된다. 작가의 꿈 중하나가 에세이스트라고 했는데, 그 꿈을 응원하지만, 좀 더 자기만의 문체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카미노 관련 글들과 사진을 보니 스페인이 더 가보고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가족 모두 함께 가보고 싶은 나라다.카미노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작가님 덕분에 옆에서같이 걸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유쾌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김종해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김종해 시인(연세가 많으시지만 존칭은 생략합니다)을 잘 모른다. 얼핏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까지 읽었던 시 중에 이 분이 쓰신 것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분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읽은 그대로 내가 느낀 바대로, 내가 생각하는 시에 대한 정감을 갖고 글을 쓰려고 한다.

내가 이 시집을 읽기로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여든이 넘으신 시인이 느끼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 속에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느끼는 시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을까, 삶에 대한 좀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실패한 것 같다. 많은 시들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삶에 대한 성찰은 깊지 않고, 죽음에 대한 부분도 특히 더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 없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에 더 실망한 것일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들이 다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시들은 상당히 평이하다. 그리고 보편적인 시들도 많고, 시국적인 시들도 많다. 그 속에서 어떤 시인만의 시상이 보이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다. 많은 시들이 글처럼 익힌다. 시는 춤추고 음악이 들려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인이 시를 쓰지만, 그 시를 읽는 독자는 새로운 시인이다. 기존의 시를 통해 새로운 시로 나에게 다가오고, 기존의 시는 내게 나만의 시가 되어 내 속에 간직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통해 어떤 시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들어오면 나는 다시 새로운 시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인은 시를 써 시인을 키운다. 그리고 그 시의 행간에서 서로 엮이고 정을 통한다. 감정은 시라는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비록 시인이 죽었다 해도 말이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시를 보면 사람 살아가는 100년의 시간은 짧고 허무하다라고 쓰고 뒤도 계속 이와 비슷한 글로 쓰여 있는데 이것이 시인이 생각하는 삶이라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뭐라 더 쓰기에 조심스럽다.

시를 바라보는 시에 대한 생각은 시인마다, 그리고 자칭 시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그러니 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비판, 그리고 격려와 칭찬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느낀 것들을 주관적으로 적은 것 뿐이다. 어떤 분들은 이 시들을 통해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그냥 이 글은 하나의 참조로만 봐 주시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만 보면 행복에 대한 책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행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보다는 감수성, 사랑, 욕망, 삶고 죽음,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챕터 안에 각각 몇 권의 문학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으로 책은 전개 된다. 심지어 프롤록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단 한번 나온다. 그러니 이 책에서 행복은 전체적인 모든 주제를 조망하는 거대하고 심오한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책 제목이 일단 책을 포섭하지 못한다.

각 장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하나의 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그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많이 적기 보다는 ~에 의하면 식의 다른 책들의 내용을 소개해 주는 내용이 길다. 대부분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나의 책을 소개해 준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즈의 마법사 책을 예로 설명하지만, 여기에 덧붙여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작가가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내용이 별로 없다. 작가만의 여행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한 것이다. 다른 것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주다 보니 정작 자기가 드러날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이 것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의 본문을 2도로 인쇄했는데, 붉은 색이 검은색과 어울리지 못해 너무 튀니, 읽다보면 제대로 집중이 안 된다. 책을 2도로 내는 이유는 인용과 중요한 점을 드러내기 위함이지만, 독해에는 지장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폰트 크기가 정렬, 또는 폰트 자체를 바꾸며 인용하거나 강조했다면 더 읽기 수월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 중 많은 책을 읽진 않았지만, 사실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리는 고전 문학, 유명한 문학에 얽매여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은 문화와 시대를 같이 하기에, 이젠 오히려 너무 다른 문화로 읽는 이에게 당시의 감동을 전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감동은 다른 책에서도 가능하다. 여기 소개된 책들 중에서는 어린왕자,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도가 추천할 만한 책이다. 책 내용의 40퍼센트가 문학책에 대한 소개, 40퍼센트가 다른 책의 인용, 나머지가 저자의 사상이나 생각인데, 이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된 거나 다름없다. 우리가 인문책을 읽는 이유는 어떤 설명을 듣고자 함이 아니다. 설명은 이미 위키사전에서 찾아보면 너무 자세하고 평이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상이고 작가의 주장이다. 결국 이런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상인데, 그런 부분은 책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좁은문의 책을 예로 들지만, 이런 책은 우리 나라와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고, 이젠 읽어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당시 독일의 문화적 폐쇄성 속에서 이 책으로 많은 청년들이 자살했지만, 이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들을 읽으면서 신에 대한 무조건적 헌신, 자기만의 괴로운 짝사랑,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들을 보면 마치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답답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랑에 대해 논하려면, 이 책이 갖고 있는 한계와 현대의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심도있게 고찰되든지, 인문학적 성찰을 해서 그 내용을 보여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쓰려면 적어도 그 내용의 절반은 자기의 생각으로 채워져야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읽는 모든 문학에는 작가가 고민하는 다양한 생각과 사상들이 섞여 있다. 그 안에는 사랑, 기적, 고독, 시련, 절망, 희망, 죽음이 있고, 지혜, 우정, 관계, 사랑, 슬픔, 연인이 있다. 즉 모든 문학은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를 포옹하고 있고,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서적에서도 이런 주제들은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우리 인간의 삶이 이런 주제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문의 기사나 어린 아이의 동화책, 불온 서적에서도 삶의 많은 것들을 보고 관찰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요즘 꽃이 많이 피었다.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서 하루 종일 읽은 대문호의 두꺼운 문학책보다 더 많은 사랑과 슬픔, 고독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