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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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면 행복에 대한 책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행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보다는 감수성, 사랑, 욕망, 삶고 죽음,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챕터 안에 각각 몇 권의 문학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으로 책은 전개 된다. 심지어 프롤록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단 한번 나온다. 그러니 이 책에서 행복은 전체적인 모든 주제를 조망하는 거대하고 심오한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책 제목이 일단 책을 포섭하지 못한다.

각 장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하나의 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그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많이 적기 보다는 ~에 의하면 식의 다른 책들의 내용을 소개해 주는 내용이 길다. 대부분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나의 책을 소개해 준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즈의 마법사 책을 예로 설명하지만, 여기에 덧붙여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작가가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내용이 별로 없다. 작가만의 여행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한 것이다. 다른 것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주다 보니 정작 자기가 드러날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이 것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의 본문을 2도로 인쇄했는데, 붉은 색이 검은색과 어울리지 못해 너무 튀니, 읽다보면 제대로 집중이 안 된다. 책을 2도로 내는 이유는 인용과 중요한 점을 드러내기 위함이지만, 독해에는 지장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폰트 크기가 정렬, 또는 폰트 자체를 바꾸며 인용하거나 강조했다면 더 읽기 수월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 중 많은 책을 읽진 않았지만, 사실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리는 고전 문학, 유명한 문학에 얽매여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은 문화와 시대를 같이 하기에, 이젠 오히려 너무 다른 문화로 읽는 이에게 당시의 감동을 전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감동은 다른 책에서도 가능하다. 여기 소개된 책들 중에서는 어린왕자,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도가 추천할 만한 책이다. 책 내용의 40퍼센트가 문학책에 대한 소개, 40퍼센트가 다른 책의 인용, 나머지가 저자의 사상이나 생각인데, 이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된 거나 다름없다. 우리가 인문책을 읽는 이유는 어떤 설명을 듣고자 함이 아니다. 설명은 이미 위키사전에서 찾아보면 너무 자세하고 평이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상이고 작가의 주장이다. 결국 이런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상인데, 그런 부분은 책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좁은문의 책을 예로 들지만, 이런 책은 우리 나라와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고, 이젠 읽어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당시 독일의 문화적 폐쇄성 속에서 이 책으로 많은 청년들이 자살했지만, 이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들을 읽으면서 신에 대한 무조건적 헌신, 자기만의 괴로운 짝사랑,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들을 보면 마치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답답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랑에 대해 논하려면, 이 책이 갖고 있는 한계와 현대의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심도있게 고찰되든지, 인문학적 성찰을 해서 그 내용을 보여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쓰려면 적어도 그 내용의 절반은 자기의 생각으로 채워져야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읽는 모든 문학에는 작가가 고민하는 다양한 생각과 사상들이 섞여 있다. 그 안에는 사랑, 기적, 고독, 시련, 절망, 희망, 죽음이 있고, 지혜, 우정, 관계, 사랑, 슬픔, 연인이 있다. 즉 모든 문학은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를 포옹하고 있고,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서적에서도 이런 주제들은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우리 인간의 삶이 이런 주제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문의 기사나 어린 아이의 동화책, 불온 서적에서도 삶의 많은 것들을 보고 관찰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요즘 꽃이 많이 피었다.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서 하루 종일 읽은 대문호의 두꺼운 문학책보다 더 많은 사랑과 슬픔, 고독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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