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나만의 카미노,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박진은 지음 / 뜻밖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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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새로운 도전을 주고, 새로운 삶을 때로는 주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을 갈 때, 특히 해외나 장기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 이런 새로움이 내 삶에 큰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에 많은 도움이 되는 하나의 해결이 될 거라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삶은 어디가나 비슷하다.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들은 내 주변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멀리 떠났다고, 새로운 장소에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중요한 변화는 장소가 아닌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더 순수하고 단순해질 것이다.

카미노로 떠나는 사람들은 이 고난을 통해 무언가 변화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삶은 가기 전이나 갔다온 후나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경험이 새로운 도전이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만 되도 이 여행은 훌룡하다고 하겠다.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오직 걷기만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롭고 낯선 땅에서 오롯이 부딪치며 경험하는 것들은 얼마나 낯설고 경이롭고, 흥미로울지 궁금하다. 나도 오래전부터 카미노를 걷고 싶었지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는 더 힘들어진 나이가 되니 그 긴 시간동안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혹정년퇴직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 경험에 대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여행에 대해 자유로워 지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시간이 문제이지만...

작가는 퇴직을 하고 카미노를 걷고, 그 경험을 책으로 냈다. 이미 이런 기행문이나 에세이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이 분만의 특이한 점을 찾기는 힘들다. 그냥 카미노를 걷고 싶어 하는 분들의 대리만족이 되고, 나도 언젠가는 걷고 싶다는 기대를 다시 견고하게 해 준다. 경험에 대한 미사역나 지나진 감정유입, 감성적이지 않고, 일반적인 글쓰기 내에서 글이 진행된다. 작가의 꿈 중하나가 에세이스트라고 했는데, 그 꿈을 응원하지만, 좀 더 자기만의 문체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카미노 관련 글들과 사진을 보니 스페인이 더 가보고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가족 모두 함께 가보고 싶은 나라다.카미노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작가님 덕분에 옆에서같이 걸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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