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으로 당대 문화 읽기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 읽기
신동원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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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인 수준을 넘어서는 상당히 전문적인 책이다.

내용 자체는 향약구급방이라는 고려시대 민간 의학서적을 번역해 놓은 것이지만, 단순히 번역을 넘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에 대한 자세하고 논리적인 답변들을 적음으로써 하나의 논문처럼 완성하였다. 이 책에서 보면 이 책과 관련되어 4권의 논문이 나왔다고 하니, 이것만으로 이 책이 갖는 학술적인 가치를 입증한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어찌보면 당시 고려나 동아시아서 흔히 행해지던 민간의 구급방법들이 갖는 한계에 안타깝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책으로 인해 목숨을 구하고, 누군가는 이 책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지금 눈으로 보면 구한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향약구급방은 말 그대로 번역하면, 도처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응급시에 써 먹을 수 있는 구급책이라는 의미이다. 전문적인 한의사가 쓰거나 읽던 책이 아니라, 당시 양반층인 사대부에서 읽고 사대부들이 적용하던 책이다. 결국 당시의 민간 요법들이 쓰여진 책들인데, 우리가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역자들이 노력해서 풀어쓴 흔적이 보여 더 대단하다. 단순히 이 책만 번역했다면, 이해하기 힘든 책으로 치부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의 진정한 완성자는 역자들이다.

역자들이 보여준 책에 대한 애정과 당시 구급방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위한 노력들이 이 책을 더 값지게 하고 있다.

예전부터 국사 공부할 때 자주 언급되던 책이었지만, 사실 동의보감 처럼 현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런 책이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갖는 강점을 이해한다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 하다. 꼭 다 읽지 않아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들춰보며 당시 선조들의 사상을 조금씩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놀랍고 경이롭다. 인간의 의학적 발전과 사상적 발전이 격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신비한 경험이다. 일반인인 내게는 동의보감보다 더 귀한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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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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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외로움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학술책은 아니고, 미국의 작가들이 얼론이라는 주제에 대해 써 놓은 글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쉽게 말하면 에세이이자 수필인 셈이다. 편집자는 여러 사람에게 글을 요청했고, 그 중에 응답해서 글을 보낸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외로움, 고득에 대한 내용 또한 여성향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 경향이 있고, 남자는 자아실현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갖는 성격상의 차이에 대한 중요한 언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는 관계 중심적이고 남자는 자기 중심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 또한 이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작가분들이 많으니 고독이나 외로움 또한 관계지향적ㅇ니 글들이 많다. 여자는 관계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남자는 존재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만약 남자 작가들에게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게 했다면 관계보다는 인간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내용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글은 아주 쉽게, 평이하게 읽힌다. 다들 이미 유명한 작가분들이시니 글을 쓰는 데는 이미 전문가들 아닌가. 거기에 번역자의 노련한 솜씨 또한 보인다.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좋은 작가과 좋은 번역가가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페이지 읽자마자 번역자가 궁금해졌다. 월든, 세네카의 인생론이란 책을 번역한 걸로 나온다. 월든은 이미 독보적인 번역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분의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번역자를 만나는 것도 책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인간은 고독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고독한 존재다. 뱃 속에 같이 있던 쌍둥이 고독한 존재이고, 죽을 때 같이 죽자며 손잡고 죽는 노부부 조차 죽는 순간을 별개의 개체로 사라져 갈 뿐이다. 고독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갖는 삶의 숙명이라고 말할수도 있다.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킨다. 관계의 고독인지, 존재의 고독인지, 사람과의 고독인지, 삶의 결에 대한 고독인지, 그 종류는 달라도, 모든 고독은 인간을 성숙시키는 약이 되기도 하고, 인간을 쓰러지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약이 되는 것, 독이 되는 것,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부모도, 친구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죽음도 그걸 정해주지 않는다. 오직 나만 고독을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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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구조 원리 교과서 - 라이더의 심장을 울리는 모터바이크 메커니즘 해설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이치카와 가쓰히코 지음, 조정호 감수, 김정환 옮김 / 보누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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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탄 지 벌써 20여년이 지나간다. 물론 그동안 계속해서 타지는 않았지만, 처음 접한지는 벌써 상당한 시간이 지난 셈이다. 하지만 긴 시간동안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오토바이의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게 소신이라 그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때로 오토바이가 고장이 나서 시동이 안 걸릴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도 그렇다. 잘 나가던 오토바이가 여러가지 이유로 시동이 불안하다. 뭔가 더 많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책에 나와 있는 이미지들이 매우 오래되었다. 그래서 책을 보니, 원서는 2009년에 나온 것이다. 왜 요즘 나오는 좋은 책들도 많을 텐데, 15년이나 된 책을 번역해서 내놨을까?

아마도 이 책이 그만큼 정리가 잘되어 있거나, 아니면 예전에 번역서를 다시 개정해서 내 놓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좀 더 새로운 사진으로 바꿔서 책을 내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전문적이기 보다는 오토바이의 구조에 대한 개론서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기초적인 정보만 제공해 주고 있을 뿐, 오토바이에 대한 전문적인 메커니즘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처음 오토바이의 구조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볼만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약 1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랑 내용이 너무 비슷하다. 어쩌면 그 때의 책을 다시 개정해서 내 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토바이 강국인 일본에서 출판되는 수많은 오토바이 관련 책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많은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지만, 의외로 오토바이 관련 서적은 별로 없는 편이다. 의외다. 센터 또한 국가에서 관장하는 자격증 조차 없다. 누구나 경험만 있으면 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오토바이 매커닉에 대해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자전거도 아니고... 너무 오토바이가 푸대접 받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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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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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쉬우면서도 어렵다.

시는 쉽게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주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시 안에서 자기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시는 어떻게 보면 주관적 감성의 확대화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잘 모르고 보면 시인들은 모두 광인같고 미친사람 같다. 하지만 시인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시에 속을 필요는 없다.

외국인의 시는 더 어렵다.

일단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조금씩 시 속에 섞어들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는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봐야 한다고 믿고 있다. 즉, 유명한 시인이 a라고 시를 썼을 때 아름다운 표현이라 말하지만, 동네 자칭 시인이라는 사람이 똑같은 a라고 말하면, 그냥 웃어넘기는 경향은 시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시는 모든 것을 제로에서, 시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순전히 시와 나만의 교통으로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현재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는 너무 과대포장 되어 있다. 이런 시로는 감성을 흔들지라도 공모에서 우승할 수는 없다.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탄다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어떻게 시인의 사상을 해석하고 풀이하기에 문학상을 탈까? 시는 문학상의 영역을 넘어버린다. 탈상의 영역이다.

때로 저자의 시 속에서 위트도 보이고, 저자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좀 더 시를 통해 더 많이 알아가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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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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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오래전에 월든을 읽고 감명을 받아, 이 책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월든과 달리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때는 단순히 번역의 실수라고 생각하며 도중에 덮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역시나 난해하다. 번역이 문제가 아니라 글 자체가 문제다. 월든이나 일기를 보면 소로가 글을 평이하게 쓰지 못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난해보이는 글을 쓴 이유는?

1. 일단 당시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글을 봐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우리는 당시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 그러니 글 속에 포함되어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2. 많은 것을 줄여서 함축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로는 이 내용을 장문의 글이 아니라, 단문의 글로, 여러사람들이 쉽게 읽기를 원했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용을 함축적으로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아뭏튼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유로 인해 시민불복종이 우리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이 내용은 현재의 국제정세와는 맞지 않기도 한다. 야경국가를 지향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의 복지 국가는 국가가 밥먹는 법까지, 똥싸는 법까지 하나하나 다 간섭하고 있다.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게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국가의 노예상태로 살아서는 안 된다. 여기에 시민불복종을 외친 소로의 진심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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