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42가지 비법 - 일을 잘한다는 건 빨리 끝내는 것이다
요시다 유키히로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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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눈이 확 뜨일 이야기, 일 빨리 끝내는 법. 그런데 집안 살림이나 공부하는 수험생도 일 빨리 끝내는 법은 절실히 필요하다. 하려고 계획하는 일은 많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리기 쉬우니.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42가지 비법이라는 이 책은, 업무 루틴을 바꾸어 즉시 일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이다. 

 간결하고 명확인 주장을 담고 있는 표지처럼 내용도 간결하고 직선적으로 적혀있다.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에 각 항목별로 케이스를 세분화해서 적어 놓아, 금세 휘리릭 읽고 아이디어를 얻기에 딱 좋다.


 

 저자인 요시다 유키히로님은 일본의 리더십 코치로 활동하는 분인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2년 전 '성공하는 리더는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소통에 관한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었다. 전작도 이번 책도, 직장인의 자기 계발에 관해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 담겨 있는 듯 하다.




 책을 펴면 가장 먼저 내가 일빨러인지 일못러인지 알 수 있는 테스트지를 만나게 된다. 퀴즈는 항상 재미난데, 한 문제 한 문제 풀어갈수록 무슨 차이를 구분하려는 걸까 궁금해진다. 

 테스트지에 나온 질문에 대한 대답은 뒤쪽의 비법 항목을 다룬 것이다.


 정보가 필요할 때는 동료에게 묻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먼저 한다.

 회의 시간에는 무조건 상사보다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한다.

 일은 항상 긴장감 속에서 해야 한다.


 테스트 문제 중 위 내용은 일못러의 특징이라는 것에 '아차!'했다. 항상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검색으로 정보를 찾아보곤 했는데, 자주 알게 되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고 생각하던 차이다. 또한 약속은 꼭 지키려는 강박을 가지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함께 업무를 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은 크게 다섯 항목으로 나누어 속도감 있게 일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제 1장은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는 법.

제 2장은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마인드.

제 3장은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업무 루틴.

제 4장은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제 5장은 회사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법.


 실무에 바로 쓰이는 기법과 여유롭고 일을 미루지 않는 마인드에 대해서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4,5장은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세세히 알려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5장의 스트레스 대처법이 특히나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러 업무 중 시간이 걸리는 일부터 먼저 시작하라.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짜투리 시간에도 할 수 있는으니 덩어리가 큰 일부터 시작하고, 큰 일을 작은 덩어리로 나누어 하나씩 처리해 나가라는 저자의 조언이 가슴깊이 와닿는다.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은 불안할 때 노트에 적어보고, 정보를 차단한다.

 감정의 객관화를 위한 방법들을 많이 제시했다. 사실 일이나 공부나 감정 상태가 불안하고 화에 차 있을 때는 잘 할 수가 없는 것이니.






 직장을 다니는 분들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고, 또한 주부나 학생의 공부 효율을 올리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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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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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책이다. 깊은 사고는커녕 진득하게 한 권의 책을 읽어내지 못하는 요즘의 나를 되돌아보며 '디지털 중독'을 걱정하던 차였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 붙이고 살며, 휴대폰으로 참 많은 일을 처리하는 나. 휴대폰은 알람이며 신문이며 영화 보기, 지인들과의 교류, 취미 생활 은행 업무, 사장보기까지 등등 무엇이나 되고, 나는 휴대폰을 이용하며 점점 스마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집안은 점점 어질러지고, 나는 부지런히 보낸 것 같았는데 정작 한 일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나의 상황에 이 책이 소중한 전환점이 되어주길 바랬다.  





 이 책의 저자 안데르스 한센은 스웨덴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라고 한다. 저자는 2016년 운동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밝힌 책 '뇌는 달리고 싶다'를 저술하였고, 이 책의 반향으로 정신과학계에 '뇌와 운동'이라는 주제가 대두되게 되었다. 2019년 집필한 이 책, '인스타 브레인'에서는 스마트폰과 SNS라는 치명적인 환경이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뇌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유혹'이라고 설명한다. 그러고 이 황홀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더욱 외로워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불면증과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환경의 변화로 인류가 우울하고 능력이 떨어지는지, 외롭고 우울한 인간이 자꾸만 디지털 세상으로 숨는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디지털 환경과 움츠러드는 인류는 서로 서로 영향을 주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어도(현재진행형이므로), 사례는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바로 지금의 나부터 몇 년 전의 나와는 다르지 않은가..  


 



 이 책은 먼저 지금까지 연구된 바를 근거로 인류의 몸과 뇌는 아직 수렵 채집 시대에 맞춰 진화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칼로리의 과다 섭취, 주위의 자극에 대한 민감한 반응 등은 수렵 채집 시대라면 생존에 유리한 기질인데 현대에 와서는 비만 등의 성인병, ADHD가 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 우울증을 느끼도록 감정이 조절되는 것 또한 생존에 좀더  더 유리하다고 한다.


 이어, 휴대전화와 SNS가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하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내용을 알려준다. 뇌는 문자 메시지나 광고 등의 불확실한 정보에 도파민을 분비하여, 우리는 자꾸만 휴대전화를 보고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며.


 다음으로 휴대전화와 SNS에 시간을 투자하여 잃는 것들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고 있고, 경악할 만큼 많은 시간동안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으면서 우울증과 수면 부족, 불안에 시달리게 됨을 풍부한 자료와 함께 분석해준다. 또한, 아이들과 청소년에게는 디지털 환경에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이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침을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이 개선되는 사례들을 들어,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적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집중력과 행복감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운동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각 장 사이 특정 주제에 대한 해설을 보충했고, 말미에는 전문을 요약해서 적어두었다. 집중력이 떨어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인가 싶다.=.= 



 이 책에서 제시된 수치들을 들여다 보며,인류가 생애의 너무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음을 알고 경악하게 되었다. 스웨덴 청소년은 하루 4시간, 영국 청소년은 하루 7시간씩 휴대폰을 들여다보고있다니. 하루 24시간 중 휴대폰 사용 시간을 이렇게 내려면 잠도 덜 자고, 운동도 덜 하고, 공부도 덜 해야만 한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빠른 시간에 다량의 디지털 정보를 받아들이려니 뇌는 집중하거나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고,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였다가, 일정 시간 지나면 잊기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운동복을 입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초등 고학년부터 전 연령의 사람들이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이제 디지털 환경은 피할 수가 없으므로, 가능한 한 현명하게 지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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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에 울림을 더하여 숨쉬는책공장 이야기 주머니 1
윤영선 지음, 김소희 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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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으신 윤영선 작가님은 '박씨 성을 가진 노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박팽년의 아들이 노비로 살다가 면천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신분 제도, 여권도 아름답게 녹여내어 감명깊게 읽었더랬습니다. 마침 작가의 신작을 읽을 기회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책표지부터 살펴보자면...





 앞표지가 마치 만화같이 예쁜 일러스트로 눈길을 끕니다. 요즘은 이런 순정만화 풍의 일러스트가 유행이네요. 표지는 귀엽더라도 내용은 진중한 게 많더라구요. 


 얼굴을 붉히는 소녀와 베토벤 헤어스타일의 지휘자 덕에 몇 년 전 유행한 TV 드라마를 연상했는데,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주인공 소녀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을 표현한 거였습니다. 힘차게 지휘봉을 흔드는 지휘자의 밝고 강인한 모습이 보이시지요..?





 뒤표지에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교내 합창단 이름이 '합장 사관 학교'. 얼마나 혹독하고 강하게 연습시키려는 걸까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초등학교 합창단에 새로운 지휘자가 부임합니다. 합창단장 진세영은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하나, 부끄러움을 많이 탑니다. 새로 오신 지휘자 선생님은 합창단을 '함창 사관 학교'로 명명하시고 임원도 재투표하고 오디션도 다시 봅니다. 그만큼 기본부터 착실히 가르칠 계획이신데, 함창단원 친구들은 지휘자의 압제적인 태도가 힘드네요.

 노래를 퍽 잘 부른다고 생각하던 세영이도 친구들도, 기본 발성부터 다시 하라는 지휘자의 가차없는 평가를 받습니다. 즐겁게 함창하려던 마음들이 다치고, 지휘자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보니, 서로에게 불신과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합창단이 같이 부르는 노랫소리 자기의 큰 목소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진세영은 목소리가 너무 크니 줄이라는 말을 듣고 많이 서운해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수록 합창단의 소리가 어울리며 아름다워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휘자에게 불만이 있어도 끈질기게 연습한 진세영은 합창대회에서 솔로 파트를 맡아 훌륭하게 공연하게 되지요. 합창단원 모두들 지휘자의 혹독한 연습 덕에 자신들의 노랫소리가 훨씬 아름답게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나 합창을 해본 분은 더욱 재미나게 읽을 거 같습니다. 소리를 내는 법이나 소리를 묘사하는 말들이 많은데, 저는 감이 잘 안 잡혀서 안타까웠어요. 말랑말랑한 소리라던가 가늘게 쭉 뽑아내는 소리 등등이 상상이 잘 안 되더라구요.


 굉장히 재미나서 한 번에 죽 읽었구요. 초등학교 중고학년의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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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 당태종전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9
송언 지음, 김용철 그림, 조현설 해제 / 파랑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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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집에서는 송언 선생님의 책은 팬심으로 읽습니다.

저는 150살에 홀연히 등단하셔서 꾸준히 재미나고 따뜻한 책들을 써주시는 선생님 팬이거든요. 


 이 시리즈는 2017년부터 '송언 선생님이 챙겨주시는 고전' 시리즈로 나왔더랬습니다. 초등 저학년에게도 읽힐 수 있는 한국 고전이 있었으면 하던차에 만났는데, 내용도 편집 의도도 좋은데 책표지가 재미없어 보여 아이가 선뜻 집어들지를 않더군요. 6권부터의 표지는 쏙 마음에 듭니다. 역시 표지가 눈길을 확 끌고, 책 내용을 궁금하게 해주어야 해요.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의 눈높이를 잘 아시는 송언 선생님이 쓰신 거라, 초저 어린이가 전래동화 읽듯이 어려운 고전에 접근할 수 있는 책들입니다.





 앞표지를 들여다 볼까요? 

 금관을 쓴 지체높아 보이는 인물이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네요. 자세히 보면 멀리 산밑에 깔린 얼굴이 하나 보입니다. 머리에 쓴 금테를 보니, 손오공이군요!다시 들여다 보니 이 그림은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만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었어요.

저는 당태종전은 읽어 본 적이 없어 내용에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뒷표지에 적인 글은 송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셨을까요..?

이제는 어린이들도 세상이 정의롭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었지요. 착한 사람이 꼭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꼭 벌을 받는 것 같지 않아도, 알고보면 선하게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고 조근조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고전문학인데 왜 제목이 '당태종전'일까요...(구글링을 좀 해보았습니다.) 

 

 당태종전은 한국 고대소설로서 무척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자와 지어진 연대가 미상이고 당태종(이세민?)이 저승을 유람하고 돌아오는 이야기가 주요 골짜입니다. 여기에 용왕과 역학자의 내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당태종이 저승에 다녀온 이야기, 저승 곳간 이야기, 서유기의 도입 부분이 엮여 있습니다. 불교적 세계관, 우리나라 옛이야기, 중국의 소설이 마구 섞여 있지요.


 또한 전혀 새로운 화소도 있습니다. 황제의 신하와 염라대왕의 신하가 친구라던가, 저승으로 수박 보내려고 자살하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은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이 책을 지으신 송언 선생님은 초등학생 자녀를 두신 부모님에게 너무나 익숙하신 분이시구요, 그림 작가이신 김용철 선생님도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그림이 돋보입니다. 서양화 전공이신데, 저는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에서 더 많이 뵙는 듯 합니다.




 수박을 들고 저승으로 심부름가는 이의 뒷모습입니다. 먼저 간 부인을 만나러 가며도, 무거운 수박 심부름을 해주려는 저 뒷모습이 참 책임감있어 보입니다.

 




 아이들이게 고전을 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겠지요.

이 책에서도 권선징악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권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옛날 이 책을 쓰신 분은 위정자에게 백성을 돌보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거 같네요.


 황제에게 거듭거듭 백성을 돌보고 베풀라는 당부를 하는 모습이예요. 황제 또한 부끄러움을 아는 분이셔서 다행이었지요.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뉘우칠 줄 압니다.


 초등 저학년은 물론, 책읽기가 어려운 고학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이런 책은 부모님께서 읽어주시는 책으로도 참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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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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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들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목이 분명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지식의 '쓸모'에 대한 글임을 드러내고 있는데, '지식' 자체도 많이 담긴 두툼한 기초 과학 서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서입니다. 

 에세이 두 편인데 책표지를 반투명지로 감싸고, 하드커버로 제본되어 있습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아도 담고 있는 내용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일까요..





 과학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듯, 즉시 돈버는 분야가 아니면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게 요즘의 풍조이지요. 회사나 연구소에서는 물론, 학교에서조차 교수님들이 따오는 연구가 모두 영리의 목적이 있는 것 뿐인게 오래된 거 같습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약없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연구들이니 누군들 선뜻 나설 수 있을까요.


 반면, 이런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은 분명 있습니다. 공부할 때를 돌이켜보면, 학점이나 돈이 되는 것이 아닌 이론과 실험에 목매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요. 졸업 후 오래 지난 지금 만나도, 그 친구들에게 마음껏 연구할 환경이 주어지면 딱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의 글이 말하듯,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의 토대가 있어야만 가능하지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어느 과학자의 연구가 차세대 기술 개발의 중요한 키가 되는 일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전,현 연구소장이 순수 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적은 에세이입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는 순수 학문 분야의 유명 과학자들이 첨단 과학 분야를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설 연구소랍니다. 아인슈타인, 괴델, 튜링 등 쟁쟁한 인물과 고 이휘소 박사도 이 곳에서 연구하셨더군요.


 전반부는 플렉스너 초대 연구소장과 고등연구소의 설립에 대해 설명하는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연구소장의 글이고, 후반부는 여러 분야의 연구를 예로 들며 순수 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플렉스너 소장의 글입니다. 저는 플렉스너 초대 연구소장의 글을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 중, 코닥의 설립자인 조지 이스트먼과의 대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스트먼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과학계 종사자로 마르코니(이탈리아의 무선 통신 발명자)를 꼽자, 플랙스먼은 무선 통신 분야에서의 진정한 공로자를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맥스웰 방정식의 바로 그 분)와 하인리히 헤르츠(주파수의 발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맥스웰과 헤르츠는 자신들의 연구의 효용성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요. 


계속해서 플렉스너는 쓸모없는 지식의 진정한 쓸모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헤르츠와 맥스웰은 어떤 것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천재였고, 마르코니는 깊은 생각 없이 쓸모만 생각하는 영리한 발명가였다. 


 두 사람이 유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해냈다는 점과 과학의 전체 역사에서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하다고 드러난 정말로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유용성이 아닌 단지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정부나 연구소의 자금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읽으시고 아이디어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쾌락으로서의 공부'라는 면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읽어가며 남은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까운, 좋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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