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아들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목이 분명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지식의 '쓸모'에 대한 글임을 드러내고 있는데, '지식' 자체도 많이 담긴 두툼한 기초 과학 서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서입니다. 

 에세이 두 편인데 책표지를 반투명지로 감싸고, 하드커버로 제본되어 있습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아도 담고 있는 내용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일까요..





 과학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듯, 즉시 돈버는 분야가 아니면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게 요즘의 풍조이지요. 회사나 연구소에서는 물론, 학교에서조차 교수님들이 따오는 연구가 모두 영리의 목적이 있는 것 뿐인게 오래된 거 같습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약없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연구들이니 누군들 선뜻 나설 수 있을까요.


 반면, 이런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은 분명 있습니다. 공부할 때를 돌이켜보면, 학점이나 돈이 되는 것이 아닌 이론과 실험에 목매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요. 졸업 후 오래 지난 지금 만나도, 그 친구들에게 마음껏 연구할 환경이 주어지면 딱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의 글이 말하듯,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의 토대가 있어야만 가능하지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어느 과학자의 연구가 차세대 기술 개발의 중요한 키가 되는 일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전,현 연구소장이 순수 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적은 에세이입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는 순수 학문 분야의 유명 과학자들이 첨단 과학 분야를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설 연구소랍니다. 아인슈타인, 괴델, 튜링 등 쟁쟁한 인물과 고 이휘소 박사도 이 곳에서 연구하셨더군요.


 전반부는 플렉스너 초대 연구소장과 고등연구소의 설립에 대해 설명하는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연구소장의 글이고, 후반부는 여러 분야의 연구를 예로 들며 순수 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플렉스너 소장의 글입니다. 저는 플렉스너 초대 연구소장의 글을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 중, 코닥의 설립자인 조지 이스트먼과의 대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스트먼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과학계 종사자로 마르코니(이탈리아의 무선 통신 발명자)를 꼽자, 플랙스먼은 무선 통신 분야에서의 진정한 공로자를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맥스웰 방정식의 바로 그 분)와 하인리히 헤르츠(주파수의 발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맥스웰과 헤르츠는 자신들의 연구의 효용성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요. 


계속해서 플렉스너는 쓸모없는 지식의 진정한 쓸모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헤르츠와 맥스웰은 어떤 것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천재였고, 마르코니는 깊은 생각 없이 쓸모만 생각하는 영리한 발명가였다. 


 두 사람이 유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해냈다는 점과 과학의 전체 역사에서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하다고 드러난 정말로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유용성이 아닌 단지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정부나 연구소의 자금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읽으시고 아이디어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쾌락으로서의 공부'라는 면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읽어가며 남은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까운, 좋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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