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연습
수잔 최 지음, 공경희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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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눈길을 확 끄는 표지때문이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릴 때마다 팝업되는 아름다운 표지, 

한국계 작가의 전미도서상을 수상작이라는 홍보 문구.








저자인 수전 최는 한국인 아버지를 가졌지만, 완전한 미국인입니다. 책에서 단 한 부분도 한국적 정서라든가, 한국의 문화를 느끼지 못했어요. 괜히 혈연에 집착한 저는 왠지 낯설기도 했답니다.


한편, 긴 이야기를 넘나들며 탄탄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와,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 묘사가 작가로서의 역량이 출중하구나,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란 이런 정도의 깊이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구나하고 감탄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번역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 책들을 읽다보면 대체 원작에 어떻게 쓰였던 걸까 궁금한 번역들이 꽤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 하나 없이 스토리의 전개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관록의 번역 작가, 공경희님의 재발견에 기뻤습니다.




책은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긴 첫 번째 이야기는 세라라는 16세 소녀가 겪는 이야기입니다.  

세라는 같은 반 친구 데이비드와 갑자기,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가 영문도 모른 채 한 순간에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되고 맙니다. 아직 데이비드를 사랑하는 세라는 점점 우울하고 불안해지며 스스로 고립된 섬이 되어갑니다. 데이비드 또한 세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망가뜨리고요.


두 번째 이야기는 30세가 된 캐런이 화자가 됩니다.

이 이야기로 첫 번째 이야기는 작가가 된 세라가 쓴 소설 내용임을 알게 되지요.

캐런이 경험했던 그 시절의 사건들은 전혀 다른 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런은 너무 힘들었던 그 시절의 경험으로 심리 치료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짧은 이야기는 24살의 클레어가 겪는 사건으로 독자에게 진실의 단초를 줍니다.





세라와 데이비드는 연기 수업 '신뢰 연습' 도중에 서로를 발견하고 열렬한 연인이 되지만, 일련의 사건 끝에 다시 돌아온 수업 시간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만이 남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의 우상이자 정신적 저주인 킹술리 선생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출판사 소개글을 대강 읽어보고 '재미나겠는 걸~영화 '어톤먼트'에서 철없는 아이의 거짓말이 빚어낸 비극이 평생가듯 선생님의 개입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평생을 걸쳐 방황하는 이야기인가'했답니다.  

책 내용이 이렇게 예상과 다른 적도 드무네요.ㅎㅎ


책 제목에서 인물들 사이에 '신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겠거니 했는데, 정작 책을 읽어보니 반대의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은 조금씩 변주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남자 친구의 데이트 폭력, 선생님과의 부적절한 관계, 도움을 가장한 성폭력 시도.

또한 이 책에서는 게이 선생님과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소녀들의 의존과 집착, 분노는 다른 사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분노는 선생님, 절친에게 상처를 주는 거짓말과 억지,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네요. 




p. 274 
"애들이 다 알고 하는 짓이라고. 우린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어. 우리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우린 어렸어."
캐런은 조심스레 대할 대상이 데이비드인 양 조심스레 대꾸했다. 대화로 상처받을 사람은 그가 아닌데도. 하지만 그녀가 조심했는데도 데이비드는 발끈했다. 그가 경멸하듯 웃음을 터뜨리고는 쏘아붙였다.
"우린 절대 어리지 않았어." 




책에서 같은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전혀 다른 기억과 전혀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녀들은 남자 친구와 사랑하는 어른에게서 그루밍 성폭력을 당하고 깊은 상처를 입은 반면 가해자 측에서는 동의한 바라고 생각하지요. 분명 서로 좋아해서 동의한 일이었지만, 상황이 변하고 마음이 바뀐 것뿐이다라면 또 달리 해석될 요지가 많기도 합니다. 




책은 우리의 삶 자체가 현재진행형의 '신뢰 연습' 수업 중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다만 이 수업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신뢰하라!'는 수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친구든 연인이든 선생님이든 부모든, '무조건적인 신뢰가 가능한가, 신뢰를 저버린 상대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감수성이 칼끝같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경험이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혹은 얼마나 비참하게 느끼게 하는가 기억하게 합니다. 




내용 상 청소년이 읽기에는 부적합한 성적 행동, 약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청소년에게 권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청소년이기에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와 깊이, 의존에 대해 예리하게 묘사된 책이라서요. (이것도 꼰대같은 발상일가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사람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 모두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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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세균의 역습 -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됐다
에다 아카시 지음, 박현숙 옮김, 김나영 감수 / 비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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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건기식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장에는 면역 세포의 70%가 분포하고,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관장하는 여러 호르몬이 생산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것이 건강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식약처에서는 장내 유익균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기름진 인스턴트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가공식품, 항생제 장기 복용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요. 



이렇게 많이 알려진 장건강에 대한 조언과는 사뭇 다른,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됐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신 에다 아카시님은 일본의 소화기학 전공의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합니다.(앞 날개 발췌)


이 책의 번역을 감수하신 의사께서는 '몸에 좋다는 유익균을 과잉 복용해 생기는 건강 문제를 짚어주며 긴 시간 고통받아온 환자를 위한 최신 치료'를 알려줘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한 의사의 인간애를 높이 산다'고 하셨네요.(p. 256)


저는 우리나라의 의료진들이 최신 연구를 등한시하거나 환자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고자 하는 저자의 자세가 참 고마웠습니다.

 

이 책으로 제가 알고 있던 유산균과 장 질환에 대한 지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정보들이 기존의 통념과는 다를 지라도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고, 발전된 이론도 접할 수 있게 되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 LGS)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소장 세균성 증식 증후군(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SIBO)에 대해 자세히 고찰하고 치료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장에 찬 가스가 만병을 부른다

과민성 대장 증상이 장만 불편한 게 아니라,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섬유근육통, 여성 질환 등 여러 가지 증상도 같이 수반함을 설명합니다.


2장. 장내세균에 지배당하는 사람들 

세균과 인간의 공생의 역사부터, 대장에 있어야 할 세균이 소장에 과다 증식할 때의 문제점을 고찰합니다.

SIBO, 즉 원래 세균이 없어야 하는 소장 하부에 과잉 증식된 세균이 내뿜는 내독소가 복통, 방귀, 고창(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등), 변비와 설사 등의 원인인 경우도 많으며, 이런 경우 유산균과 식이섬유 섭취가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SIBO의 원인 중 하나로 현대인의 구강 내 세균을 지목한 것도 특기할 만 합니다.


3장. 의사도 알아주지 않는 장 트러블

소화기계 질환의 원인으로 자주 꼽히는 스트레스가 정작 큰 영향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무시하는 소장 내 가스가 진단도 쉽지 않고, 치료도 쉽지 않으면 큰 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4장. 소장을 덮친 SIBO라는 난치병

위산억제제와 유산균이 SIBO를 악화시킬 수 있음과 단식의 유용함을 설명합니다.


5장. 장 트러블러가 꼭 알아야할 최신 치료

장 누수 증후군의 치료와 진단법을 알려줍니다.

서양식 식사를 피하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며 오메가 3 지방산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네요.


6장. 최강의 식사 치료, 저포드맵 식단

저포드맵 식단은 탄수화물, 단순당, 식이섬유를  제한하여 소장 내 세균을 굶겨 죽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장 질환, 장과 관련된 면역 질환의 치료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SIBO를 의심하고 접근해 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장을 편하게 하게 위해 유산균을 섭취하면서도 이렇다할 효과를 못 보고 있는데, SIBO가 의심되기도 하네요.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식단을 실천해보면 알 수가 있겠지요.





위와 장이 불편하신 분이 읽어보셔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임상에 계신 분이 읽으셔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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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엄마표 요리 100
이동미 지음 / 경향BP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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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집에서만 있다보니

뭔가 새롭고 맛난 것을 계속 찾게 되고,

엄마는 돌밥돌밥하느라 지쳐가고,

고만고만한 엄마 요리에 싫증내는 아이를 달래려

 배달음식도 많이 시키게 되고요. 


올해 어느 집에서나 벌어지는 풍경일 거 같아요.


인터넷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익숙치 않은 재료가 들어가는 요리는

 맛을 잘 낸 것인지 긴가민가 합니다.

음식점에서 먼저 맛보면 좋은데,

 한동안은 어렵겠지요.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표 요리 100'를 만났습니다.^^





책을 쓰신 이동미님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3만에 달하는 인싸이시네요.

손쉽고 예쁜 아이 반찬, 

아이 간식과 온 가족을 위한 메뉴를 올리신답니다.


SNS를 하지 않는 저로서는 아쉬운 참에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뻐요.



책을 훌훌 넘겨 보며 

요리 사진이 참 예쁘고 정갈하게 찍혔구나 했구요,

레시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정말 쉽고 간결하게 설명되어 있구나 싶습니다. 


육아에 정신없이 바쁜 초보(?) 엄마들에게 딱인 레시피들이네요.





그 중 목차에 음식 완성샷을 첨부한 것은

 참 탁월한 아이디어네요!

레시피 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와 함께 고르며 관심을 갖게도 하고요.  







육수와 소스 만드는 레시피도 

비교적 간단한 것으로 활용도 높은 것만 추려져 있네요.


토마토 소스 하나 만들래도 

자세히 적으려면 

홀토마토는 어느 브랜드, 어떤 크기로 사야 할지, 

남은 것은 어떻게 보관할 지 등

 설명이 많이 붙을 수 있는데, 

과감히 생략한 것도 신의 한수 같아요. 


요리 고수가 아니면 거의 비슷하잖아요.^^; 




조리법도 5,6줄로 간략, 

소스도 냉장고에 쟁여져 있는 것들로 가능하구요. 

주재료도 식빵, 달걀, 김, 깡통햄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네요.




마침 주말이라 

저도 얼른 몇 가지 만들어 보았습니다.^^

실패하기 어려운 재료들이라 맛도 좋았구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들로 

즐겁게 한 끼를 먹었답니다.









레시피가 워낙 간단하고 

불을 사용하지 않거나 에어 프라이어를 사용하는 것들도 많아서

저는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더러 

이 책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보라고 해보려 해요.

재미나기도 하고, 

자기가 만들어보면 안 먹던 식재료도 

더 가깝게 느끼게 될테니까요.




바쁜 육아맘, 아이에게 예쁜 간식 주시고픈 맘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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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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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이제 집에만 있는 것이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어도, 가끔은 너무 외출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이 책,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를 읽고는 몸살이 나네요.^^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왜이리 사극을 좋아하시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제가 꼭 그렇습니다. 그 때는 역사란 시험을 보기 위해 밑도 끝도 없이 외워야 하는 과목이었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며 역사는 바로  내가 거니는 거리,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배경 지식이 쌓이며 점점 재미난 것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배한철님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매경에서 오랫동안 정책 기사를 쓰신 기자였습니다. 문화재와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연구로 2011년부터는 문화재 기자로 활동하며 문화와 역사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계십니다. 

스스로를 '문화와 한국사 오타쿠'라고 칭하는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던 것이 역사에 대한 사랑과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단편적인 사료를 토대로 당시의 정황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재미와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의문을 풀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25년 이상 꾸준히 진행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책,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도 읽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자가 쓴 책답게, 논리의 전개가 깔끔하고 논지가 선명하여 읽기가 수월합니다.

오랫동안 연구한 많은 사료를 소재로 하여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굴 현장을 담은 사진이나 문화재의 훼손된 모습과 복원한 모습에 대한 사진이 많이 실려서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총 8부로 나누어 각 부에 너댓가지 소재로 구성하였습니다.

  • 1부 국보 발굴 현장 답사기
  • 2부 돌아온 국보, 팔려간 국보
  • 3부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 4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봉인된 수수께끼
  • 5부 희비애환 인간사를 담다
  • 6부 위대한 기록을 담은 국보
  • 7부 이국의 향기를 품은 우리 국보
  • 8부 국보 제작 비하인드 


또한 각 부 끝부분의 국보 토막 상식도 유익하고 생각할거리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애초에 우리나라 문화재에 일련 번호를 붙여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한 일이었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으로 국보와 보물로 재정비하며도 일련번호를 유지했다고 압니다. 문화재의 일련번호는 가치의 번호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숫자가 매겨지니 1호가 더 중요한 듯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를 1호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1호인 숭례문은일본이 임진왜란 때 왜군의 서울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했다는 의견이 파다했고, 현존하는 건물은 방화로 2015년에 재건한 건축물이니까요.



국보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얽힌 내용을 읽는 것도 재미나지만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만 바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보에 얽힌 일화와 역사적 의의 등을 읽으며 이름을 안 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구나하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석굴암 본존불이나 불국사, 첨성대에 관해서는 학교에서도 많이 배우고, 몇 해 전 방문해 도슨트도 들었는데 이 책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여러 고문헌을 연구하여 첨성대 위에 정자가 있었다는 대목을 찾았다거나, 왜군이 불국사에 불을 질렀던 까닭이 절에서 무기를 찾아내어서, 석굴암이 원래 석굴사라는 절이었으며 석굴의 시멘트 완전 제거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또한 반가운 사진도 보았습니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속 불상을 한참 들여다 보았던 일이 있었는데요.

책 속에 그 불상과 관련 내용이 딱!

역시 가치있는 문화재란 까막눈에게도 보이는구나 했습니다.^^





책의 문장을 조금 옮겨 보자면, (p.317~318)


 2013년 미국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에서 정작 현지인들의 큰 이목을 끈 것은 국보도 보물도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철조여래좌상이다. 미국 미술사학자 등 그 곳 전문가들은 "금동불(국보 83호)에서 느낄 수 없는 장엄미가 일품"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어둡고 거친 느낌의 철 재질과 고도의 조각 기법은 서앵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높이 1.5m의 철조여래좌상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철불인 동시에 넉넉한 얼굴 표정, 천의 사실적인 주름 표현 등으로 철불 중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주조기술을 자랑하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국보 반열에 올랐어야 마땅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으면 국가문화재로 지정하지 않는 것인가 좀 의문스럽네요.

지금 중앙박물관에 수많은 국보와 보물이 보관, 관리되고 있지 않은가요?^^;



이 철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과 동시대인 8세기 중엽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하여 500여 년 앞선 기술로, 8세기 중엽 우리나라는 동양 최고의 철 주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애국하는 마음이 불끈 솟아나네요.^^

우리나라 근대사에 일제강점기의 장막이 너무나도 크게 드리웠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재 약탈과 파괴와 함께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왜곡하려는 조직적인 계략들이 자행되었네요. 문화재를 정비한다며 문화재를 팔거나 도굴하고, 보수한다며 마구잡이로 시멘트를 발라놓는 등의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다행히 이 시기에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지키신 간송 선생, 몸을 상해가며 국보 연구를 하신 고유섭 선생 등이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은 해방 후에도 이어져 외화벌이라는 명목으로 문화재를 미국에 팔아치우려는 계획도 있었다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문화재 연구에는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주에 가보면 지금도 발굴 중인 곳이 많더라구요.

이 책의 저자이신 배한철 님처럼 재야의 전문가층이 두터워지는 것이 학계에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역사를 아는 것은 나라 사랑하는 첫 걸음입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와도 이 책을 읽고, 문화재를 보러 다니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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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당신을 위한 온전한 독서법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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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은 누구나 독서법이 궁금할 것입니다.

또한 열심히 책을 읽고, 나중에 기억나는 것이 없음을 경험한 사람은 더더군다나 그렇고요.

저 또한 책을 읽고 뒤돌아서면 잊는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인, 

효과적인 독서법을 찾아 헤매는 한 사람입니다.


그런 저의 눈에 확 띄인 책,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을 읽어보았습니다.





기존에 읽어보았던 독서법 책과는 사뭇 다른 가볍고 얇은 책이 도착했네요.

뭔가 다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독서법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더 근본적인 질문, 공부는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공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얻은 깨달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을 쓰신 장경철 선생님은 사회학과 신학을 전공하시고 

서울여대에 재직 중이신 분이랍니다.


책의 프롤로그에 저자의 고민과 이 책을 쓰게 되신 배경이 녹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야 했던 공부, 

어른이 되어 기울였던 책 읽기 노력과 좌절에 대한 경험에서 

공부하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공부하게 되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할까?"


저는 책 읽기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책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모듡 책을 다 읽어애 할까?'

"책을 많이 읽어도 실제로 내 안에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읽은 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나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 왜 공부해야 하는가
  • 2.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 3. 어떻게 책을 읽을까
  • 4.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많은 독서법 책들이 책을 어떻게 읽고, 잘 활용할까하는 실천적인 면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인 공부하는 이유과 대상에 대한 고찰에도 지면을 많이 할애합니다.




1장에서 저자는 '공부란 우주의 구성원을 하나라도 더 알아가면서 사실을 인정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새로운 만남으로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고, 나의 무지를 깨달으며 공부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는 것이겠지요?

  



2장에서 저자는 공부할 대상으로 문자화 된 책과 일상적인 자료를 나누어 제시합니다. 일상적인 자료인 자연, 주위 사람, 자기 자신, 사회와 역사 또한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지요.가장 보편적인 지식과 지혜의 보고인 책과의 사귐을 구분해 놓은 부분에 눈이 갑니다.




첫 번째 '연인으로서의 책', 요즘 표현으로는 '인생책'이겠지요? 늘 가까이 두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책이라고 정의하시네요.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를 키운 8할이 나의 인생책이었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 '친구로서의 책', 내 인생의 배경이며 소재가 될 수 있는 책으로 고전이나 자기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책이랍니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면 그때마다 다른 책들이 떠오르지만 그 당시 열광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생각나면 한 권씩 사모으고 있네요.^^


세 번째 '그저 알고 지내는 책'입니다. 내 삶에 깊이 관여시킬 가치는 없지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책들.




이러고 보니, 책을 읽는 것은 첫 번째, 두 번째 책을 많이 사귀기 위함이구나하고 생각듭니다.

아울러 편독하는 아이에게 굳이 다독을 권할 필요는 없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3장에서는 책을 읽는 법에 관해 제시합니다. 


  • 1. 금방 까먹을 것을 읽지도 마라.
  • 2.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어라.
  • 3. 반복하고 활용하라.
  • 4. 중요 단어를 정복하라.
  • 5. 쟁점과 대안을 찾아라.
  • 6. 고전을 읽어라.


독서법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독서법들과 크게 다른 바가 없습니다.

다만 저자는 이런 독서에 '시간과 횟수을 더하라'라고 주문합니다. 대부분의 일이 시간과 횟수를 들이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여유와 끈기가 생기셨다고 적힌 부분에 저또한 공감했네요. 





4장에서는 공부한 내용을 활용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 1. 생각하고 상상력을 기르라
  • 2. 반복하라
  • 3. 축적하여 하나의 원리를 깨달으라
  • 4. 시간과 횟수를 더하여 발효시켜 생략, 변형하여 활용하라  


4장에서 반복의 중요성을 설명하시는 부분에서 저는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저 자신의 공부에서도, 우리나라의 사교육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p.145~149)


우리는 간혹 어떤 한 가지를 꽤 오랫동안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나 발전이 없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과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 원인을 파헤쳐보면 우리가 아직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번 시도하면 0.5의 결과를 낳는다고 합시다. 이때 두 번 한다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0.5 곱하기 0.5는 0.25로 (이를 반복하면) 결국 나는 0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누룍은 아직 하나(1.0)가 아닙니다. 1/10일 수도, 1/100일수도 있습니다. 만일 한 번에 1/10 분량을 하고 있다면, 적어도 10번 이상을 반복해야 하나를 제대로 하게 됩니다.하나(1.0)를 제대로 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시간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줍니다.




이 책은 삶을 책과 함께 하려는 모든 분들이 읽어볼 만 합니다.

저자의 논리적인 통찰이 조근조근한 소리로 전해져서 읽는 내내 편안하면서도 배우는 바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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