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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평점 :
코로나 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이제 집에만 있는 것이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어도, 가끔은 너무 외출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이 책,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를 읽고는 몸살이 나네요.^^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왜이리 사극을 좋아하시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제가 꼭 그렇습니다. 그 때는 역사란 시험을 보기 위해 밑도 끝도 없이 외워야 하는 과목이었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며 역사는 바로 내가 거니는 거리,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배경 지식이 쌓이며 점점 재미난 것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배한철님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매경에서 오랫동안 정책 기사를 쓰신 기자였습니다. 문화재와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연구로 2011년부터는 문화재 기자로 활동하며 문화와 역사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계십니다.
스스로를 '문화와 한국사 오타쿠'라고 칭하는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던 것이 역사에 대한 사랑과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단편적인 사료를 토대로 당시의 정황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재미와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의문을 풀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25년 이상 꾸준히 진행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책,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도 읽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자가 쓴 책답게, 논리의 전개가 깔끔하고 논지가 선명하여 읽기가 수월합니다.
오랫동안 연구한 많은 사료를 소재로 하여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굴 현장을 담은 사진이나 문화재의 훼손된 모습과 복원한 모습에 대한 사진이 많이 실려서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총 8부로 나누어 각 부에 너댓가지 소재로 구성하였습니다.
- 1부 국보 발굴 현장 답사기
- 2부 돌아온 국보, 팔려간 국보
- 3부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 4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봉인된 수수께끼
- 5부 희비애환 인간사를 담다
- 6부 위대한 기록을 담은 국보
- 7부 이국의 향기를 품은 우리 국보
- 8부 국보 제작 비하인드
또한 각 부 끝부분의 국보 토막 상식도 유익하고 생각할거리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애초에 우리나라 문화재에 일련 번호를 붙여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한 일이었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으로 국보와 보물로 재정비하며도 일련번호를 유지했다고 압니다. 문화재의 일련번호는 가치의 번호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숫자가 매겨지니 1호가 더 중요한 듯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를 1호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1호인 숭례문은일본이 임진왜란 때 왜군의 서울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했다는 의견이 파다했고, 현존하는 건물은 방화로 2015년에 재건한 건축물이니까요.
국보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얽힌 내용을 읽는 것도 재미나지만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만 바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보에 얽힌 일화와 역사적 의의 등을 읽으며 이름을 안 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구나하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석굴암 본존불이나 불국사, 첨성대에 관해서는 학교에서도 많이 배우고, 몇 해 전 방문해 도슨트도 들었는데 이 책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여러 고문헌을 연구하여 첨성대 위에 정자가 있었다는 대목을 찾았다거나, 왜군이 불국사에 불을 질렀던 까닭이 절에서 무기를 찾아내어서, 석굴암이 원래 석굴사라는 절이었으며 석굴의 시멘트 완전 제거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또한 반가운 사진도 보았습니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속 불상을 한참 들여다 보았던 일이 있었는데요.
책 속에 그 불상과 관련 내용이 딱!
역시 가치있는 문화재란 까막눈에게도 보이는구나 했습니다.^^

책의 문장을 조금 옮겨 보자면, (p.317~318)
2013년 미국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에서 정작 현지인들의 큰 이목을 끈 것은 국보도 보물도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철조여래좌상이다. 미국 미술사학자 등 그 곳 전문가들은 "금동불(국보 83호)에서 느낄 수 없는 장엄미가 일품"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어둡고 거친 느낌의 철 재질과 고도의 조각 기법은 서앵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높이 1.5m의 철조여래좌상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철불인 동시에 넉넉한 얼굴 표정, 천의 사실적인 주름 표현 등으로 철불 중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주조기술을 자랑하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국보 반열에 올랐어야 마땅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으면 국가문화재로 지정하지 않는 것인가 좀 의문스럽네요.
지금 중앙박물관에 수많은 국보와 보물이 보관, 관리되고 있지 않은가요?^^;
이 철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과 동시대인 8세기 중엽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하여 500여 년 앞선 기술로, 8세기 중엽 우리나라는 동양 최고의 철 주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애국하는 마음이 불끈 솟아나네요.^^
우리나라 근대사에 일제강점기의 장막이 너무나도 크게 드리웠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재 약탈과 파괴와 함께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왜곡하려는 조직적인 계략들이 자행되었네요. 문화재를 정비한다며 문화재를 팔거나 도굴하고, 보수한다며 마구잡이로 시멘트를 발라놓는 등의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다행히 이 시기에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지키신 간송 선생, 몸을 상해가며 국보 연구를 하신 고유섭 선생 등이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은 해방 후에도 이어져 외화벌이라는 명목으로 문화재를 미국에 팔아치우려는 계획도 있었다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문화재 연구에는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주에 가보면 지금도 발굴 중인 곳이 많더라구요.
이 책의 저자이신 배한철 님처럼 재야의 전문가층이 두터워지는 것이 학계에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역사를 아는 것은 나라 사랑하는 첫 걸음입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와도 이 책을 읽고, 문화재를 보러 다니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