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 x 이진우

그녀가 1951년 출간한 <전체주의의 기원>, 그녀의 철학적 문제가 시작된 책입니다.

마치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아렌트의 사유를 총 10챕터 중

챕터 1, 이제 전체주의는 끝났는가.

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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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경험한 역사상 가장 폭압적인 정권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1938년 이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즘 독재이고, 다른 하나는 1930년 이후 이오시프 스탈린의 볼셰비즘 독재이다.
두 정권 모두 당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뿌리를 잃은 대중의 실업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처방을 갖고 있다는 선전으로 등장했다. p19


한나아렌트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뿌리 뽑힌 대중˝은 전체주의 운동의 자원이다. 전체주의 운동은 원자화되고 개인화된 대중의 특별한 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체주의 운동은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 조직에 대한 욕구를 가진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p26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개인들이 아무런 공동관심도 없이 흩어져 있다면, 전체주의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본래는 매우 비정치적이었던 대중이 어떻게 무시무시한 형태로 정치화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전체주의가 대중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운동 양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체주의는 이데올로기와 테러, 선전, 선동과 비밀경찰을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대중을 조직한다.
우선, 전체주의는 세계와 방향을 잃어버린 대중이 스스로를 동일시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한다.
(....)
스탈리니즘은 프롤레타라이 혁명을 끊임없이 실행하는 운동의 이데올로기이고, 나치즘은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을 실현하는 민족주의 운동이다. p28


전체주의 정권이 대중에게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선전이다.
대중은 오직 선전을 통해서만 전체주의 운동에 동원된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선전은 항상 테러와 함께 이루어지지만, ˝전체주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데올로기 교의와 실천적 거짓말을 끊임없이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p29


전체주의 운동은 권력을 장악하고 이데올로기에 따라 세계를 건립하기 이전에 선전을 통해 일관된 거짓말의 세계를 꾸며낸다
˝뿌리 뽑힌 대중은 이 거짓말의 세계속에서 고향처럼 느낄 수 있고 또 현실적인 삶과 실제의 경험들이 인간과 그들의 기대에 가하는 끝없는 충격을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는 현실에서 허구로 도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p32


선전에 현혹되어 개성을 잃은 대중 앞에서 테러 정치는 시작한다.
반대자가 아니라 완전히 정복한 대중에게 행사한다는 점이 테러 정치의 진정한 공포이다. p33


총체적 지배의 세 번째 단계는 사람들의 개성을 파괴함으로써 자발성을 박탈한다. 우리는 전체주의 지도자에게 열광하는 광신적 대중에게도 경악하지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가스실로 걸어 들어갔다는 사실에도 놀란다.
어떻게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아렌트는 ˝복종하면서, 꼭두각시처럼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들의 행렬처럼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p37

결국 ˝전체주의는 인간에 대한 전제적 지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안전히 무용지물이 되는 시스템을 갖고자 노력한다. 전체주의가 권력을 얻고 지킬 수 있는 곳은 조건반사의 세계, 자발성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꼭두각시의 세계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용소의 피수용인들이 가스실에서 죽기 이전에 이미 인간으로서 철저하게 살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p 38


˝전체주의의 해결책은 강한 유혹의 형태로 전체주의 정권이 몰락한 이후에도 생존할 것이다. 즉 인간다운 방식으로는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면 언제나 나타날 강한 유혹의 형태로 생존할 것이다˝
전체주의를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아렌트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인간다운 방식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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