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키가 3년 동안의 여행을 하며 직접 읽었다는 책 위주로 간추려 봤습니다.
◆ 그리스(스펫체스 섬)
모두 수수한 옷차림에다 아주 건강해 보였다. '그리스인 조르바'같은 느낌의 아저씨와 혈색 좋은 아줌마들이 피레에프스나 아테네에서 샀음 직한 짐을 잔뜩 끌어안고, 요란하게 떠들어대면서 부두로 내려온다.-58쪽
◆ 그리스(미코노스 섬)
오랜만에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보니 갑자기 무척 크레타 섬에 가고 싶어졌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크레타 섬이 무대다. 카찬차키스는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그 섬의 풍토나 사람들에 대해 깊은 애정(때로는 굴절된 증오심으로 변하기도 하지만)을 가지고 묘사하고 있다. - 255쪽
◆ 그리스(크레타 섬)
호텔 식당의 책꽂이에는 그들이 읽다가 두고 간 책들이 청춘의 묘비처럼 즐비하게 놓여 있다. 모두들 다 읽은 책을 여기에다 놔두고 대신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세 권이나 있다. - 269쪽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 그리스(크레타 섬)
그리고 신초사에서 보내준 신조 문고의 신간 [코끼리 공장의 해피 엔드](안자이 미즈마루,무라카미 하루키 저)도 함께 놓는다.
이렇게 많은 책들 중에 일본어로 된 책 한권쯤 있어도 나쁠 것 없지 않은가. 크레타 섬 산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 자그마한 호텔 식당의 종말적이다 싶을 만큼 쓸쓸하고 지저분한 책꽂이에도. - 270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 그리스(카발라)
손님은 대개 어부들과 공산당원들(인상착의가 그렇다는 것이지 확실하지는 않다)이다.
그 식당에서 포크너를 읽으며 - 그런데 포크너의 소설은 부르주아적인가 비부르주아적인가? - 아침을 먹는다. - 293쪽
* 명확한 소설명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아 이 책으로 추론했지만, 후술에 언급한 [소리와 분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윌리엄 포크너 지음, 하창수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 그리스(레스보스 섬)
나는 물통에 담아두었던 브랜디를 마시며 포크너의 <분노의 포도>(?????)를 읽는다.
그것이 비수기의 그리스에서 읽기에 어울리는 소설인지는 모르지만 달리 읽을 책이 없는 것이다.
* 번역의 실수로 보입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로 보이는데, 존 스타인 벡 [분노의 포도]로 잘못 기재된 것 같습니다.
여행 내내 포크너의 소설을 읽고 있다는 문장들이 눈에 띄는 걸로 봐서는.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 런던
런던에는 말하자면 우연히 가게 되었다. 아내가 잠시 일본에 돌아가야 하는 사정이 생겼는데, 런던을 경유하게 되어 아내를 전송하는 김에 갔던 것이다. 런던에서는 3월 초부터 말까지 약 한달간 머물렀다. 그렇지만 나는 그동안 거의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고 쭉 방 안에만 틀어박혀 일을 하고 있었다. (.....)
내게 런던은 어디까지나 고독하고 과묵한 도시다. 그런 인상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342쪽
(.....중략.....)
나는 이 방에서 [댄스댄스댄스]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일에 지치면 근처의 서점에서 사온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을 읽었다. 잔인할 정도로 강렬한 책이다. - 344쪽
* 참고로 [마틴에덴]의 책 추천글에 보면
"독자의 발을 움켜쥔 채로 저 아래 나락까지 끌어당겨버릴 것 같은 독특한 섬뜩함이 서려있는 소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무라카미하루키.
* 2020년 개봉한 영화로 평점 9.05(네이버 기준)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 그리스(로도스 섬)
로도스 섬에 있는 동안 거의 신문을 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해변으로 나가 일광욕을 하고, 구시가지를 산책하거나 베란다에 앉아서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감정교육]과 [장미의 이름] 등 가지고 온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 404쪽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지영화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 오스트리아
비 때문에 계속 호텔에 틀어박혀 있어서인지, 오스트리아에서는 독서만 했던 것 같다.
가지고 갔던 이와나미 문고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전7권을 전부 읽어버렸기 때문에, 슈라드밍크라는 작은 마을의 조그만 책방에서 하멧의 [마르타의 독수리]를 사서(이 책방에서 내가 읽고 싶은 생각이 된 영어책은 이것밖에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다 읽은 후에는 톰 울프의 [본파이어오프더배니티(허영의불꽃)]을 익었다.(이 책은 뮌헨의 책방에서 샀다).
알프스를 넘고 마을 여관에 묵고 맥주를 마시고 슈니첼을 먹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 소의 목에서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들으며 톰 울프의 재미있지만 조금은 거창한 소설을 읽는(왜 그렇게 거창하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미는 있다.) 일과를 되풀이하면서 매일을 보냈다. 473~474쪽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 하멧의 [마르타의 독수리]는 검색되지 않음.
톰 울프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 책속의 책들 중 소장하고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