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것들이 점점 불어나는 것처럼

사면 살수록 사야할 책들이 점점 늘어나는 애증의 대상이다. 애증이란 것이 본디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라 친다면 그만큼 소중하다 할 것이다.

특히나 소장하고 싶은 책이 중고책으로 나왔을 때, 그 순간을 참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팔려나가면

만감이 교차한다. 참아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왠지 섭섭한 무언가가 함께하는 것처럼.

 

이번에 구입한 책 3권은 알라딘 중고서점 등록 알리미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표적 구입한 책들이다.

예전보다 책 구입이 많이 줄었지만 소장하고픈 집요함은 여전하다.

 

 

 

1

첫번째 구입한 책은 김태권의 <불편한 미술관>이다.

김태권은 사실 진중권과 함께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출판 미술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한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좌, 우, 옳고 그름을 떠나 비판을 예(禮)로써 하지 않는 자는 별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미학은 김태권만 남았다.

책과 작가는 서로 한몸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적어도 책에 대한 예우는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 존경까지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호감이 바탕이 되어야 책장을 펼치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는 1편에서부터 흠뻑 매료되었다. 그 후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로, 가장 최근작인 <불편한 미술관>에 이르게 되었다.

 

 

 

 

 

 

 

 

2

두번째 구입한 책은 빌브라이슨 영감님의 <바디>다.

<거의 모든것의 역사> 개정판에 맞춰 깔끔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읽은 사람들의 평을 보면 구구절절 잡학다식한 그의 면모를 실감하는 리뷰가 많다.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책장에 깔맞춤으로 꽂았는데 높이가 달라요..!! ㅠ

 

 

 

 

 

 

 

 

 

 

3

세번째 구입한 책은 내 인생에 있어 몇손가락 안에 꼽는 멘토, 도올선생이다. 

논어1~3권을 엄청 감명깊게 읽었는지라..전체 논어의 일부분밖에 집필하지 않은 미완성작이고 해서

논어 한글역주를 다 사서 다시 차근차근 읽기 위해서 구입했다.

죽기 전에 한번 만나뵙고 단 몇분만이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과연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도올선생은 동양철학에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확 벗겨준 최고의 선생이다.

늘 공부하는 사람,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더러운 정치판에 기웃대지 않는 학자적 양심, 학문에 대한 깊이와 품격.

학문과 인생을 사랑하고 부단히 자신을 단련하고 즐기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

논어에 대한 해석의 깊이가 깊을수록 몇 천년전의 공자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예를 좋아하는 것이 바로 삶을 사랑하는 철학이다 라는  자신의 희망을 빗대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따뜻하고 존경스럽다.

무릇 인문학의 깊이는 도올처럼 기개와 부드러움이 상응하면서 어우러지는 향기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론 거리낌이 없을 때 느끼는 도올의 호통, 나이가 들면서 한없이 폭이 넓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성찰.

도올은 논어에서 지식의 분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많은 논어와 수많은 노자 등 동양철학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만약 내 딸에게 권한다면 단연코 도올 선생의 책이다.

공자의 말씀이, 노자의 말씀이, 맹자의 말씀이, 자사의 말씀이, 그리고 도올 선생의 생각이 어느 것인지 분별할 필요 없는

또 하나의 동양철학서가 바로 도올 선생의 저작이다.

모든 인문학은 바로 자신에 대한 글쓰기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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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2-19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적 구입한 책들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