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조선인 리정애의 탄생
이것이 바로 일본 사회에서 내 존재를
증명하는 신분증.
이 작은 신분증 하나에 일제 식민과 분단, 재일동포의 고통이 모두 녹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국적 : 조선
본적 : 제주도 한림현...
그리고 천황의 상징인 그림
외국인 등록증.
재일조선인 3세인 나는 태어날때부터 특별영주권이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외국인이다.
자신들이 일제시대에 강제와 끌어와 놓고는 법으로는 ‘난민‘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내가 선택한, 마음으로 조국이라고 여기는 ‘조선‘도 신분증에서는 그저 ‘표기‘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내 조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조국은 분명 존재하건만 일본은 나를 유령국민으로 만들었다.
본적은 할아버지 고향이 그대로 적혔는데, 이 또한 분단된 조국의 남쪽이라 더욱 기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위에 낙인처럼 찍혀있는 천황의 상징, 바로 원수의 상징이다. 이것을 볼 때마다 불에 데인 것처럼 분노에 휩싸인다. - 14쪽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조선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에게 남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하네요.
그래서 리정애는 K대 국제어학원에서 5개월 동안 우리말을 배우게 되었는데..
수많은 재일동포들이
난민으로 규정되어 일본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도 재일동포라 하면 막연히 국적이 한국이고 사는 건 일본이라고 생각했는데,
국적이 ‘조선‘이라고 함은 북과 남으로 나뉘지 않았을 때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임을 알았을 때....아...복잡한 삶이 되겠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들의 자손들..2세 3세는 현재 일본에서 어떤 삶을 사는지..이 책을 통해서
실감했으면 합니다.
˝조선은 없어진 나라를 표기한 것에 불과해 무국적자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무국적자이기 때문에 여권이 없고, 외국에 갈 때마다 재입국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남쪽에 갈 때는 한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임시여권이 필요한데 북남관계에 따라 임시여권을 주지 않을때가 많다. 또한 잠재적 테러집단으로 여겨져 일본 공안경찰의 관리대상이 되고, 이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때도, 일상 생활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 24쪽
그리고 한국에서 총련을 대하는 반감, 북한과의 통일에 대한 미묘한 이중성이 같은 동포로서 일본에서 자란 차별감보다 더 깊이 상처를 남기는 과정에서 활달한 리정애씨가 죄충우돌 서울 체류를 통해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특히나 조국에 대한 역사수업은
거의 반공수업이기에 그 모멸감으로 화장실에서 우는 장면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들이 해방 후 갖은 일본의 방해와 소송으로 조선인 학교를 없애려는 작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지켜온 과정은 자긍심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 <우리학교>는 재일동포들이 어려움과 아픔을 이겨내고 떳떳하게 사는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에전 같으면 2박 3일이 걸려도 이해시키지 못했을 이야기들인데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가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 28쪽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재일동포에 대해
평화발자국 시리즈는 뜻밖의 경험과 색다른 통찰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