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떠한 이즘을 신봉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위 정치적 이데올로기에도 무지하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떠드는 사람이 알만큼의 지식과 특히 그러한 지식을 떠받히고 있는 고전의 정확한 이해는 가지고 있다. - 53쪽



맑스 형님의 기발함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분석에 있지 그의 혁명이론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에게는 혁명이론이 없으며, 그는 철저히 반혁명사상가라고 나는 본다. - 53쪽



나는 보봐르의 <제2의 성>을 읽으면서 나의 지식의 범위가 보봐르의 인식의 범위를 능가할 수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 나는 노자도덕경 강의를 하면서 라오쯔(노자)야말로 인류역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훼미니스트 사상가라고 주저않고 말하는 나다. - 59쪽



나는 ˝아마데우스˝를 보고 내가 천재라고 느꼈다.(...)
그 천재성이란 자기의 살아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 있는 용기다. 그 표출에는 모든 전통성과 형식성이 무기력하게 붕괴된다.(...)
나의 글은 나의 삶의 느낀대로의 발로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전공은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나의 삶이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60~61쪽



거기서 특강 준비 때 내가 읽지 못했던 서구라파 리버랄 훼미니즘(liberal feminism)의 성전인 존 스튜아드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여성의 복속>을 읽었다.(...)
밀은 그가 그의 여성론을 쓰기 전에 하원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참정권(선거권)의 법을 입안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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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3을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느냐, 나는 어떻게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에 대해 쓰면서 이 질문을 던지지 아니하고서는 이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도올과 페미니즘? 도올과 여성?
한번도 이 주제와 연관되어 강의한 걸 본 기억이 없다.
1985년도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의 페미니즘 열풍과 비교해서 거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본적이 없었을 텐데. 만약 기대치가 높고 사회,제도적으로 성과가 있는 현재와 비교해 볼 때, 35년쯤 전 도올이 망언(?)에 가까운 실수를 했으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다행히(?) 위 본문에서 발췌한 문장에서 보이듯이 그는 밀과 보부아르의 저작을 읽고 많은 것을 깨우치고 앞서나갔음이 확인되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책을 읽다보면 30대의 도올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내 뱉음에 거침이 없다. 그런 연유로 책 내용에도 공격받는 자신에 대해 방어하는 문장이 더러 나온다.
물론 진실과 도덕의 적용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도올이 남자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녀의 문제에 대해 공평무사한 혜안없이는 그 깊이있는 철학은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팬심의 발로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다행이다. 다만 이 책은 페미니즘 사상을 설파하는 책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그리고 두 성별을 전체 ˝인간˝으로 보고 종교와 신화, 전통에서 보는 철학적 논의를 함에 그 비중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
글쎄~ 100페이지를 앞 잔소리로 목차를 달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니 내 생각이 맞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30대의 도올의 필력은 폭주기관차다.
여러분은 그 폭주기관차가 이 민감한 터널을 어떻게 지나갈지 사뭇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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