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학당, 수다승철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자진 출연의사를 밝혀 나온 김응수 배우.
그가 20대 초 도올이 1985년도에 고려대학교에서 2천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엮은<여자란 무엇인가>를 읽고 내면이 흔들릴 정도로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86년도 초판발행된 이 책은 업무상 만난 감정평가사와 식사 후 커피로 담소를 나누다가 추천받은 책이기도 하다. 지금 서재에 도올 선생님의 책이 30여권 있지만 이런 연유로 먼저 집어들게 되었다.
도올 30대 후반의 기세와 70대 도올의 학풍과 방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전에 <도올아인 오방간다>프로그램은 유아인의 넘치는 의욕 때문에 좀 부담스러워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지 못했다. 라고 자평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영리하고 푸근한 이승철의 수다덕분인지 꽤 시청률이 높은 편이다. 금일 이청아가 게스트로 나오는 6회 본방이 11시부터 하는데 기대된다.











다시 한번 상기시키지만, 우리가 소위 명문이라고, 아름다운 문장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모두 문법이 없는 시대에, 표준말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작품들이다.(...)
지금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법이란 "입시준비를 위한 규칙"일 뿐이며, 그것은 "이렇게 이렇게 쓰지 말라"는 "금지의 체계"일 뿐이며,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력을 쐐기박은 하나의 구속일 뿐이다. -26~27쪽

우리는 남자의 성기, 여자의 성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아름다운 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도덕적 타부라는 고상한 이유로 고상한 자들의 언어에서 지속적으로 회피되고 있는데 그 말은 "자지"와 "보지"라는 것이다. 자지와 보지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어떠한 표현에도 양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가지며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의미의 면적을 가진다. -28쪽

우리는 우리 존재의 가능성의 탐구를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야 할 것이며, 또 우리의 의식을 구속하고 있는 타부로부터 일단 해방되어 우리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타부를 만들지라도 일단 과거의 타부로부터 벗어나보는 어떠한 과감성이 없이는 "나"를 분석할 수가 없다. 나는 음담패설을 찬양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자지, 보지, 씹을 과감히 쓸 것이다. 나의 이러한 단순한 표현 때문에 나를 욕하실 거룩한 분들은 이 책을 덮어라! 읽지 말어라! 내가 나의 생각을 발표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민주사회라면 그대들이 나의 생각을 읽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또 민주사회다! 그대들이 나를 비판하는 것이 자유라면, 나는 그대들의 비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자유다! - 30쪽

시몬 보봐르는 그녀의 <제2의 성>의 논의를 분명히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나의 논의를 시자가는 것은 오늘 이 시대를 사는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 33쪽

억압되어온 자들에 대하여 그 억압의 구조가 무엇이었나 하는 것을 밝힘으로써 그만큼 많은 우리 인간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신선한 자극을 주는 주제가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본문의 결론 부분에서 상술하겠지만 여자의 문제는 곧 남자의 문제이다. 여자의 해방은 곧 남자의 해방을 뜻한다. 여자는 남자를 통해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밖에 없으며,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소외와 합일의 관계를 유지한다. 서로를 소외시키면서도 서로를 부정할 수 없는 운명에 놓인 상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 35쪽

나는 강의를 정직한 인격과 인격의 만남의 마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학기의 강의를 하나의 드라마라 생각하고 나는 학생이라는 청중 앞에서 기획, 연출, 연기를 다 해가면서 나의 드라마가 의도하고 있는 주제를 전달하기에 온갖 열정을 다 쏟는다.(...)
나자신 대학시절에 몇 십년을 중복되는 노교수님들의 강의가, 그분들이 사신 시대적 배경을 잘 이해하면서도, 너무도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뼈저린 체험이 내가 교수가 된 오늘날 나의 학생들에게 똑같이 전달되어서는 아니되겠다는 사명의식이 나를 집요하게 지배했기 때문이다. - 37쪽

강의란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자기의 뜻을 사회에 펼 수 있는 가장 신성한 마당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제일의적이고 또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 38쪽

누가 나를 구태여 규정한다면 나는 도가계열의 사상가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나의 노자와 장자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집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만큼 또 제도의 탓만 하지도 않는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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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4-16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올이 이런 책도 썼군요.
저도 대체로 쿠키님과 같은 생각이어요.
유아인 언제부턴가 이미지를 구기고 도올도 좀 센 발언들을 많이 해서
저도 그 프로는 잘 안 봤는데, 이승철이 중간에 역할을 잘 하더군요.
도올이 좀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하면 그건 개인의 생각일 수 있다고 돌리기도 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사람이 지적인 우위에 있으면 지나칠 정도로 신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럴 땐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줘야죠.ㅋ

북프리쿠키 2020-04-16 15:55   좋아요 1 | URL
통나무에서 나온 최초의 책으로 최대발행부수를 기록한 책이래요~ㅎ 이승철과 도올은 이 프로그램에서 서로 원윈이고 궁합도 잘 맞는듯 ~
이승철의 겸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기가 흐뭇합니다. 네네~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예 텔라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