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특정 시대의 습한 공기로부터 충분히 건조되지 않는 책이 자기 시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책에 대해서 시간의 이빨보다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책 속에 숨은 곰팡이다.

그 냄새는 죽음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얻고 싶다면, 책은 시간에 속하지 말고 시간과 더불어 와야 한다.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얻고 싶다면, 책은 시간에 속하지 말고 시간과 더불어 와야 한다.

그런 책들이 지금 우리가 다시 읽고 써야 할 고전이 아닌가.




p.8

내가 니체를 만난 건 그의 시대가 아니라 우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가령 "현대의 모든 철학적 사유는 정치적이고 경찰적이다"라고 니체가 말할 때, 나는 "당신의 시대에도 그랬어? 우리 시대에도 그런데"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정말 그래!"라고 맞장구 칠 뿐이다. 우리의 대화엔 시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그 순간에 나도 듣는다.




p.10

정작 두려운 것은 차라투스트라의 노래가 아니라 당신이 계속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노래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저 먼 데서 들려오는 유혹의 노래가 아니라, 너무 중독되어 그 중독성조차 모르는 우리 시대의 소음과 습속들이다.




p.11

필요한 건 생각을 뒤집는 것, 그것뿐이다.

니체는 전체집합 U를 미지수 X로 바꾸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적혀 있던 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지수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미지수 X위에서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문 부호를 들고 찾아온 한 사상가로 인해 우리의 삶이 대단한 위험에 빠진 듯 허둥댄다. 그러나 답이 사라질 때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삶을 꿰맞추는 건 끝났다.

이제 우리 삶을 위해 답이 수정될 것이다. 당신의 삶도, 당신이 사는 세계도 말랑말랑한 진흙덩어리로 당신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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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 몇 번을 집어 들었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 보였다. 짧은 일화를 통해 경구를 전달하는 형식 또한 좋아하지 않음은 물론.

재미가 없어도 깊이가 있는 책은 잘 읽어내는데, 이 책은 그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종이 위에서 폴폴 날리는 가벼운 감상으로 글자만 따라가다가  "읽었다"는 자기만족으로 덮어버렸을게다.

니체를 공부하고 니체의 저작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독서가에겐 폼잡기 좋은 일인데도 

한번도 나를 찾아온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쓰는 작가들의 피땀어린 고뇌만큼 집중과 해석을 필요로 한다.

나의 독서란 그 고뇌만큼 깊이 내려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짐짓 엄숙한 척 무거워지고만 있었던 건 아닐까?


오답이 가득한 답안지를 걷어내고, 빈 여백으로 두자.

마킹으로 가득한 답안지에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사유한 들 무엇하랴.

정해진 편견과 습속으로 무장한 채 수많은 고전에서 떠들어 온 지성의 칼들을 방패로 막아온 삶을..조금씩 변화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답이 사라질 때 비로소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는 말. 너무 멋진 말이다.


"너는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가지고 있는가? -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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