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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평점 :
모든 국가권력은 돈 앞에서 하나같이 물컵 속의 각설탕이고, 용광로 속의 쇠붙이고, 끓는 물 속의 얼음덩이였다.
그 부러움은 열등감이기도 했다. 모든 법관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그저 법조문만 죽어라고 달달 외우다 보니 문학책을 별로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쓰기에만 전념하다 보니 정서적이고 감상적인 글쓰기는 서툴다기보다는 거의 쓸 수 없는 불구 상태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건을 얼마나 수상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수사권' '기소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기소독점권' 기소한 다음에 재판에서 행하는 '구형권' 경찰을 상대로 하는 '수사 지휘권', 그리고 직접 수사권을 발동하는 '수사 인력 소유'까지, 검사가 행하는 권한은 실로 '천하무적적'이었다.
알겠지만, 전관예우는 민형사 재판에서 안 통하는 데가 없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고 해서 다 선후배 관계니까. 그런데 그것을 압도하는 게 있어. 그게 바로 근무연 전관예우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함께 근무했던 직속 상관이 사건을 가지고 나타난 거야. 이런 때 자넨들 어쩌겠어? 꼼짝 못하잖아. 그 분을 이기게 해드려야지. 그게 우리나라식 의리고 인정이잖아.
광고비야 사장 목 조이는 것이지만, 해외 연수나 상은 바로 기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효과 만점 아니었던가. 좀 삐딱하고, 까칠하고, 시건방진 게 기자들이기 마련인데, 그 해외 연수와 상은 그들을 풀 죽게 하고, 유순하게 만들고, 마침내 무한 충성을 바치게까지 하지 않았던가.
아, 그거야말로 정말 골치 아픈 문제지.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말귀 알아들을 만하고, 무슨 일이든 잘 잊어먹고, 나라 말 잘 믿고, 권력자나 부자 부러워하고, 연예에 무조건 환호하고, 스포츠에 열광하고, 유행은 미친 듯 따라가고, 그래야 권력층이 누리기가 편안하지. 안그래?
대기업들이 900조가 넘은 사내 보유금을 깔고 앉아서도 비정규직을 평균 45퍼센트로 유지하고 있는 거나, 사립 대학들의 누적 적립금이 8조에 이르는데도 시간강사들을 잘라내는 것이나, 어찌 그리 똑 닮았는지 몰라요.
처음 골라 든 것이 피천득의 <인연>이었다. 두 번째가 법정의 <텅빈 충만>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다 아시겠지만 글쓰는 일은 언어와의 싸움입니다. 첫째,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고, 둘째 단어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셋째 단어의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기본적인 행위의 첫 번째가 국어사전을 부지런히 찾는 것이고, 두 번째가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 원시적인 방법의 끈질긴 실천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성실을 잃지 않으려고 제 자신에게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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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진영 논리를 넘어 소위 '가진 자'가 되었을 때, 이전에 비판했던, 또는 이전에 비판받았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 달콤한 과실을 손안에 거머쥘려는 욕망은 권력과 돈을 탐하는 인간의 속성 아니던가.
이 책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나 기업을 이끌어가는 자본가가 돈과 권력이 최고인 이 시대에
도덕성을 추구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 짓거리고 남는게 없는 장사란 걸 이야기하고 있다.
씁쓸한 것은 그 어떤 것이 바뀌어도 흙수저의 삶은 그대로다 라고 자조하고 체념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