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노래하는 "Slipping through my fingers"처럼
칸트는 여간해서 내 손으로 움켜쥘 수 없다.
읽을때는 고개를 끄덕거려도 조금만 지나면 단어 몇개만 고스란히 남을 뿐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다시금 그의 저작들을 읽노라면 머리속 한켠에 먼지가 쌓인채 놓여있는 모호한 문장들이
차례차례 불려나가 이를 맞춘다.
이렇게 조금씩 머리속에 구겨 넣어 어딘가에 갖고 있으면 뜻을 몰라도 괜찮은 채로 그것들과 조우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이라도 언젠가는 뛰어난 가독성으로 감탄하는 책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추적추적 언어의 미로속에 몸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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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세계를 탐구하기 전에 우선 우리의 인식 능력인 이론이성, 실천이성, 그리고 판단력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순수이성비판>은 우리가 자연을 지각, 인식함에 있어서 어떠한 법칙에 따라, 어떠한 능력에 의해 수행하는지를 논하며, <실천이성비판>은 우리의 바람직한 행위 법칙이란 어떠한 것이며, 또 그러한 법칙을 인식해 그러한 법칙에 따라 판단하는 능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진과 선의 문제가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문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인 미의 문제는 <판단력비판>에서 논하고 있다.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