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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유발하라리 인류3부작 완결판이다.
<사피엔스><호모데우스>에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했고, 이 책에서 현재를 이야기한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걸치지 않을 수 없다.
아쉽게도 하나를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전작에서 다뤘던 이야기가 현재에 걸쳐 있어 불가피하게 중복된 부분이 많은 점 때문이다.
<사피엔스> 농업혁명에서 밀이 인간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세계로 퍼진 점을 이야기할때 엄청 짜릿했고, <호모데우스>에서 알고리즘이 인간의 생화학적 기제까지 지배한다는 점을 이야기할 때
아. 책을 읽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할 정도로 하라리의 통찰력과 관점을 존경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허구로 엮는 힘은 유발하라리만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독자는 빠져들게 마련이다.
사실 전작의 두 편은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교수를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독자들은 열광했고, 이스라엘 뿐 아니라 50여 개국에서 다양한 언어로 1,2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하라리의 창조성과 탁월한 해석력을 토대로 앞으로도 훌륭한 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전작 두편에서 정점을 찍은 작가이기에 더 새롭고 더 탁월한 주제를 들고 나오지 않으면
높아질대로 높아진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란 힘들다.
이 난관을 어떤 방향으로 뚫고 나갈지 기대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이 난관을 해결하려는 자세는 유대인인 그가 조국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교를 전지구적 관점에서 공평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시오니즘이라는 금기까지 흔든다.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핍박했던 국가마저 그 결과의 행위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실로 놀랍다.
이 책은 총 5부(기술적도전,정치적도전,절망과희망,진실,회복탄력성) 21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각 장마다 제일 좋았던 문장 하나씩만 뽑아서 기록해 두려고 한다.
1. 환멸
이스라엘의 근본주의 유대교도들은 한술 더 뜬다. 2,500년 전 성경시대로 돌아가려는 꿈을 꾼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슬람주의자들마저 능가한다. 이스라엘 집권 연립정부의 각료들은 지금 이스라엘의 국경을 성경 속의 이스라엘에 좀 더 가깝게 확장하려는 희망을 공공연히 밝힌다. 심지어 알아크사 이슬람사원 자리에 고대 예루살렘의 야훼 신전을 재건하려 든다.
2. 일
결정적인 이정표가 세워진 날은 2017년 12월 7일이었다.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을 때가 아니라, 구글의 알파제로 프로그램이 스톡피시 8 프로그램을 꺾은 순간이었다. 스톡피시 8은 2016년 세계 컴퓨터 체스 챔피언이었다.
알파제로가 백지 상태에서 체스를 학습하고 스톡피시를 상대로 한 시합을 준비하며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인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네 시간이었다. 오자가 아니다. 수 세기 동안 체스는 인간 지능의 더 없는 자랑거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알파제로는 완전 무지상태에서 네 시간만에 창의적 완숙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지도하며 준 도움도 전혀 없었다.
3. 자유
우리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로봇이 자신의 인간 주인에게 반란을 일으켜 거리를 미친 듯 날뛰며 모든 사람을 학살하는 것을 아주 많이 봐왔다. 하지만 로봇의 진짜 문제는 정확히 그 반대다. 우리가 로봇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로봇은 언제나 주인에게 복종할 뿐 결코 반란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 평등
슈퍼리치는 마침내 자신들의 엄청난 부에 상응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을 살 수 있었던 반면, 머지않아 생명 자체를 돈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수명을 늘리고 육체적, 인지적 능력을 증강하는 새로운 치료를 받는 데 많은 돈이 든다면 인류는 여러 생물학적 계층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2100년까지 최상위 부유층 1퍼센트는 세계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미와 창의력, 건강까지 대부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5. 공동체
불행하게도,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친밀한 공동체는 실제로 와해돼왔다.
정말로 서로가 서로를 아는 소집단을 민족과 정당이라는 상상 공동체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동포가 수백만이고 공산당 동지가 수백만에 이른다 해도 그들은 한 사람의 진짜 형제자매나 친구와 같이 따뜻한 친밀감은 줄 수 없다. 그 결과 오늘날의 사람들은 더없이 잘 연결된 지구상에서 더없이 외롭게 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많은 사회적, 정치적 혼란은 이런 불안감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6. 문명
세상에 '실패한 국가들'은 유형이 다양할 지 몰라도, 성공적인 국가의 패러다임은 하나다.
그러니 지구상의 정치도 안나 카레리나 원칙을 따른다. 성공한 국가는 모두가 같지만, 실패한 국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실패하는데(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옮긴이), 지배적인 정치 패키지 중에서 이런저런 구성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7. 민족주의
나로 하여금 '이스라엘'과 800만 거주자들에 대한 충성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시온주의 운동과 이스라엘 국가는 전국에 걸쳐 안전과 건강, 복지체계는 물론 교육과 선전, 국기 흔들기 같은 엄청난 기제를 만들어내야 했다.
8. 종교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했듯 종교는 겉치장일 뿐이다.
9. 이민
10. 테러리즘
테러의 극장은 선전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불행히도 미디어들은 테러를 공짜로 선전해줄 때가 너무 많다.
테러 보도에 관한 한, 미디어는 집요하게 보도하고 위험을 크게 부풀린다.
11. 전쟁
21세기 들어 지금까지 주요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성공한 유일한 사례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정복한 것이다.
2014년 2월 러시아군은 이웃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 반도를 점령한 후 결국에는 합병까지 했다. 러시아는 전투도 거의 하지 않고 전략적 요충지를 얻었고 인접국들에게 겁을 줬으며, 세계열강의 위상을 재확립했다. 그렇지만 정복에 성공한 것은 이례적인 환경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였다. 우크라이나 군대도, 이곳 주민도 러시아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열들도 위기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자제했다. 이런 환경요인들이 세계 어느 다른 곳에서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침략국에 맞설 의지가 있는 적국의 부재라면 이제 기회를 찾기란 상당히 어렵다.
12. 겸손
유대인은 수와 현실적인 영향력에서는 다른 민족에 뒤지지만 발상의 대담함은 그런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그런 자아도취적 서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유대교를 사례로 들겠다.
다른 민족을 비판하는 것보다 자기 민족을 비판하는 것이 신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잔혹한 세계정복자들보다, 남의 일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하찮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사상을 좋아한다. 많은 종교들은 겸손의 가치를 받든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자신들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상상한다. 개인의 온순함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뻔뻔한 집단적 오만함을 뒤섞는다. 모든 종교가 겸손을 보다 진지하게 여기면 좋을 것이다.
모든 형태의 겸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신 앞에서의 겸손일 것이다.
13. 신
14. 세속주의
예를 들어, 기독교는 종교재판과 십자군, 세계 전역의 원주민 문화 억압, 여성의 권리 박탈 같은 중대 범죄들에 책임이 있다.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 신조에는 그늘이 있다.어떤 신조를 따르든지 불가피한 그늘을 인정하고, "우리에게는 일어날 리 없다"라는 안일한 확신을 피해야 한다.
15. 무지
행동경제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결정은 대부분 이성적 분석보다는 감정적 반응과 어림짐작식의 손쉬운 방법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합리성뿐 아니라 개인성 또한 신화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보다는 집단 속에서 사고한다.(....)
진심으로 진실을 바란다면 권력의 블랙홀을 피하고, 중심에서 떨어진 주변부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오랜 시간을 허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혁명적인 지식은 권력의 중심에서 출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왜냐하면 중심은 언제나 존재하는 지식을 토대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구질서의 수호자가 권력의 중심에 다가올 수 있는 자를 결정하는데, 이때 전통에서 벗어난 파괴적 사상을 가진 자는 걸러내는 경향이 있다.
16. 정의
세상에 짜인 방식이라는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한 무지속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정작 알려고 애쓰는 사람은 진신을 알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17. 탈진실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 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18. 공상과학 소설
사실 우리는 알고리즘으로 증강된 소수의 슈퍼휴먼 엘리트와 무력해진 다수 하위 계층의 호모 사피엔스 간의 갈등을 두려워해야 한다. AI의 미래에 관한 생각에서는 여전히 카를 마르크스가 스티븐 스필버그보다 나은 안내자다.
19. 교육
이런 세상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 내용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이 바로 '더 많은 정보'다.
정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친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인즉, 우리는 지금 인간을 해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 의미
대부분의 이야기는 기초가 튼튼해서라기보다는 지붕의 무게 덕분에 탈없이 유지된다(...)
역사를 돌아봤을 때, 때로는 지반보다 지붕이 더 중요하다.
21. 명상
수년동안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며 나라는 개인 브랜드의 CEO라는 인상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몇 시간 명상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나는 CEO가 아니었다. 고작 문지기 정도에 불과했다.
말미에 한국인을 위한 7문 7답에서 하라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결코 인간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옮긴이는
" 그는 기존 역사책들이 풍겨운 중압감과 엄숙주의를 가볍게 털어내고, 거듭된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인간의 영특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그런 그에게 인류 세계사란 헤겔이 중후하게 말한 '이성의 전개'보다는 쿤데라의 참을 수 없도록 가벼운 '농담'쪽에 가깝다. 하지만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조금도 가볍지 않다 "
라고 말한다.
하라리는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절대로 낙관론을 펼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비관의 중심에는 인간을 둔다. 바로 현재의 사피엔스 종 말이다.
자유주의와 이성에 기반한 모든 질서는 앞으로의 기술파괴, 생명공학과 연결된 AI, 전지구적 환경파괴로 그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라 말한다.
이제 인간 대중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착취'가 아니라 그보다 못한 '무관한 존재'로의 전락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무시무시한 인간의 어리석음의 결과다.
수천년전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일갈했던 바로 그 무지를 말이다.
죽을때까지 어리석음을 모르고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을 멸종에 이르게 했던 사피엔스가 이제 스스로 자멸할 일만 남았다.
그 어떤 철학서보다 인간존재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바로 지금 내앞에, 우리 사피엔스 종앞에 다가와 있는 위기에 대해서 예언하는 유발하라리의 허구철학은 앞으로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탈진실철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