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에게 좋은 기준을 세울 것이고, 이건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과정은 아니다.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 김겨울 <독서의 기쁨>중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참을 인(忍)자를 세번 외친다.
하지만 알라딘 중고로 나올 땐 이렇게 속수무책이다.
특히나 인기있는 책이 뜬다면 순식간에 팔린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버튼을 누르면 그 짧은 찰나에 슬프게도 낚아채임을 당한다.
그래서 몇초 사이에 과감히 살지, 아니면 포기할 지 판단해야 된다.
(예전보다는 '참아야 하느니라'를 잘 지키는 편이다.)
사실 오늘 중고로 산 이 3권 모두다가 순식간에 팔리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1권의 책이 게눈감추듯 사라지는 편이라 빠르게 2만원을 채워야 하므로,
평소에 2만원을 채우는 용의 차선용 책을 항상 구비해야만 한다.
대개 2만원 채우다가 1순위의 책이 팔리는 난처한 상황을 아주~많이 겪었다.
내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은 책에 흔적을 마구 남기는 것이다.
호구지冊으로 얇아진 지갑에다 알록달록 칠하는 다소 초딩스런 습관때문에 중고책을 더욱 더 선호한다.
책을 읽고 팔아야 될지 팔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알라딘 중고에는 최상, 상, 중의 등급이 있는데 "중"도 크게 나쁘지 않다. 주의해야 할 것은 양장본은 "중"등급을 사게 되면 겉표지가 없는 경우가 있다. 완전 낭패다.)
사람으로 치면 깔끔하고 부유하진 않지만 적당히 부족한 면이 있는 편안한 친구 정도?
1. 여자의 일생(기드모파상, 민음사)
- 등급 : 최상 / 정가 12,000원 / 중고가 : 7,200원
- 특징 : 알라딘 온라인중고로 나왔을 때 등급불문 5분안에 사라지는 최상위클래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 중에 하나는 고전문학 중에 스테디셀러를 선호한다.
고흐의 <해바라기(1888)>표지도 이쁘다.
부유하게 태어나서 어머니의 친구였던 플로베르에게 문학 수업을 받았던 모파상.
스승인 플로베르의 소개로 에밀 졸라, 공쿠르 형제, 알퐁스 도데 등 여러 문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신경질환에 시달리다 자살기도에 실패하고 결국 이듬해 43세의 나이로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발자크, 플로베르와 더불어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주도한 모파상의 대표 장편소설"
"꿈 많던 한 지방 귀족 여인이 겪는 인생의 명암을 적나라하게 묘파해 낸 수작"
- 책 뒷면 겉표지에
2. 행복의 정복(버러런드 러셀, 사회평론)
- 등급 : 중 / 정가 9,800원 / 중고가 : 4,900원
- 특징 : 러셀의 저작 중 그나마 가장 흔하게 중고로 나오는 책, 늘 1-2권의 중고책이 살아있는 편
버트런드 러셀 할부지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고 찬양하기 시작했다.
읽지 못한 벽돌책 <서양철학사>도 책장에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러셀의 책은 나에게 늘 최애템이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결혼과 도덕>도 구미가 땡기지만 중고로 아주 가끔 등장하는 터라
나의 물욕에 제동을 건다.
<행복의 정복> 이 책이 요즘 쏟아지는 '행복론'에 제발 딴지를 마구마구 걸어줬으면 한다.
무려 98세까지 장수한 덕에 책을 많이 썼다. 고맙심다 할부지.
3. 음식의 언어(댄 주레프스키, 어크로스)
- 등급 : 중 / 정가 : 17,000원 / 중고가 : 8,500원
- 특징 : 2015년도에 출판된 책, 신간축에 드는 편인데도 중고가가 그리 높지 않은 가성비가 매력.
급히 사라지는 책이 아니니 서둘러 결제할 필요는 없을 듯
사실 이 책은 북튜버 겨울서점(김겨울) 작가에게 영업당한 책이다.
<독서의 기쁨>에 이 책을 읽은 감상이 짧게 나와 있는데, 마침 나의 매와 같은 눈에 걸린 것이다.(평소에는 흐리멍덩하다)
음식 이름이 어떤 유래로 시작되었고, 변형되었는지,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와 단어들을 따라가다보면 역사와 인문학까지 커다란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한다.
요리는 젬병, 식성은 편식에, 이 책이 과연 재미있을려나 싶기도 하지만
허영만 식객시리즈를 다 읽고 난 뒤의 꾸준히 변화된 나의 시선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