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 가치투자자로 거듭나다
가이 스파이어 지음, 이건 옮김 / 이레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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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The Education of a Value Investor in 2014

- 지은이: 가이 스파이어 Guy Spier

- 옮긴이: 이건

- 출판사: 이레미디어 / 2015-07 / 292 / \15,500

 

1966년생인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수석졸업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라는 화려한 스팩을 자랑합니다. 자만심에 넘쳐 선택한 첫 직장은 부도덕한 투자은행이었고 이 직장에서의 경력은 다른 투자은행으로의 취업을 방해합니다. 부자아빠의 도움으로 투자회사를 만들고 우연히 알게 된 모니시 파브라이와의 만남은 투자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의 멘토로써 그를 발전시킵니다. 모니시 파브라이의 제의로 경매에 참가해서 갖게 된 버핏과의 점심은 훌륭한 분을 모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993 9월 회장 보좌역으로 부장이란 직책을 받고 입사한 첫 직장은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실제 성공확률이 낮은 사업을 찾아내어 무지한 투자 대중에게 주식을 팔아넘기는 부도덕한 투자은행 DH블래어입니다.

 

1년쯤 지나 이 회사에서 자신은 회사의 불완전한 거래에 대해 잠재력을 강조하고 단점을 숨기는 방향으로 치장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체면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만회할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입사 18개월 만에 기술력이 뛰어나면서 자금이 필요한 제대로 된 기업을 발굴하게 되었고 회사에 투자 승인을 요청하게 됩니다. 회장이 지정한 (실사를 담당한) 젊은 간부는 생트집을 잡으며 자금이 절실한 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면서 회사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상황을 체험하게 됩니다. 체면 회복의 희망은 끝났고 이제 구직활동이 시작됩니다.

 

그의 강력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 경력 때문에 다른 투자은행들은 그의 고용을 기피합니다. 방황하는 기간 동안 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긍정적인 자신감을 주는 자기개발전문가의 강의에 참석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마음자세를 가다듬는 한편 버핏의 전기, [버핏]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등을 읽으면서 알게 된 가치투자에 기반한 투자공부를 합니다.

 

한편으로는 구직의 희망을 갖고서 배우기 위해, 가치투자로 유명한 트위디 브라운과 세쿼이아 펀드를 운용하는 루안 커니프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공부가 되었다는, 세쿼이아 펀드 투자자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판매가 중단된 이 펀드 한 주를 이베이에서 순자산가치 $128짜리를 $500에 구입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연락해서 영업보고서를 받아보고서는 버핏의 매력에 빠져 버핏을 닮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참석장을 얻어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하는 등 가치투자자로서의 공부하는 기간을 계속해 나갑니다.

 

1996년 영국에 있던 부자 아빠가 손을 내밉니다. 혼자 성공해내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 보였다면서 투자금으로 $1,000,000을 보내줍니다. 잘 운용하였던 모양, 1년 후 아버지는 회사 동료 두 사람과 함께 추가로 투자. $15,000,000.. 이 자금으로 1997 9 15일 아쿠아마린 펀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운용하던 펀드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크게 앞섰고 5년 뒤 펀드 규모가 5천만 불을 넘어서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가 되었는데, 마침 잘나가던 두 펀드매니저와 스파이어는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비교 대상이 됩니다. 펀드 운용자금 규모가 월등한 두 사람에게 질투심을 강하게 느낀 스파이어는 투자금 증액을 무리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규모를 확장하는 식으로 낭비하기도 합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부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투자모임을 통해 알게 된 빌 애크먼의 조언으로 투자하고 있던 <파머 맥>을 오히려 공매도로 바꾸면서 위험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식의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파머 맥>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주가조작 혐의로 증권거래위윈회의 조사를 받기도 합니다.

 

작년에 읽었던 [공매도 X파일]의 저자이면서 주인공인 데이비드 아인혼도 얼라이드 캐피털 공매도 사건으로 같은 시기에 조사받았다고 하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스파이어가 파브라이와 함께 자선경매로 2008년 버핏과 점심을 한 것처럼 아인혼 역시 2003년 점심 경매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매도 X파일]을 읽으면서 정의감 넘친 아인혼이 얼라이드 캐피털과의 싸움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었는데, 스파이어 역시 <파머 맥> 공매도로 큰 이익을 얻었지만 심적으로 꽤나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더라도 나는 공매도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성싶다. 짧은 인생에 이런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었고, 이렇게 얻은 이익보다도 이 과정에서 겪은 두통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남들을 거칠게 대하면 우리에게도 화가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경험을 돌아보면 쓸데없이 험악한 싸움에 휘말리는 대신, 선한 세력이 되어 긍정적인 일에 집중할 때 보답 받는다.”

 

방황하던 시기, 강의에 참석했던 자기개발전문가, 토니 로빈스에게서 배운 편지 쓰기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던 스파이어는 이를 통해 일생의 스승, -[단도투자]의 저자- 모니시 파브라이를 만나게 됩니다. 회사 인턴으로 채용한 아론 버드가 모니시 파브라이의 2003년 시카고 투자자 연례총회에 참석한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 함께 참석했는데, 이 총회에서 감동을 먹은 스파이어는 뉴욕에 돌아온 다음 파브라이에게 평범한 (그 주에 보낸 10통 중의 1) 감사의 편지를 보냅니다.

 

파브라이는 총회 참석자 중 유일하게 감사 편지를 보내 온 스파이어에 대해 기억하게 되었고 6개월 후 회의 참석차 뉴욕 방문길에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묻게 됩니다. 2005 2 11일 파브라이와의 저녁 만찬은 스파이어로 하여금 투자는 물론 삶의 방식까지 변화하게 만드는 멘티와 멘토의 만남이 되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파브라이는 성공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복제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충분하다는 지혜를 줍니다.

 

몇 달 후 두 번째 만남에서 파브라이는 스파이어에게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 함께 응찰하자고 합니다. 처음엔 점심 한끼에 너무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며 거부하는데, 기부금을 받게 되는 자선단체의 성격과 덤으로 버핏과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이며 이는 버핏의 가르침에 대해 감사할 기회라는 파브라이의 설득에 공감하고서 참가를 결정하지만 낮은 응찰액으로 인해 실패합니다.

 

다음 해 두 번째 응찰에서는 기필코 낙찰 받겠다는 파브라이의 의지에 겁을 먹은 스파이어는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을 제시하게 됩니다. 파브라이는 자신이 더 많은 부담을 갖겠다는 관대한 제안을 하면서 그를 안심시켰고 버핏과의 점심은 결국 $650,100에 낙찰 받게 됩니다.

 

점심 날짜는 2008 6 25. 책에서는 스파이어가 셋째 출산과 집 이사 등으로 들어갈 돈이 많다는 것 외엔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당시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증시 상황이 무척 어려울 때였으므로 스파이어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한 해 아쿠아마린 펀드는 무려 46.7%의 손실을 입었거든요.

 

버핏과의 점심을 앞두고서 스파이어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 보수구조가 버핏이나 기본 수수료 없이 수익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는 파브라이 운용펀드에 비해 탐욕스럽다는 데 대해 고민하게 되고 -처음 펀드 보수체계를 만들 때 그랬듯이 고문 변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본 수수료를 없애는 방식으로 보수체계를 수정합니다. 그리고 버핏에게 자랑했더니, 버핏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려줍니다. “당신이 특이한 방식으로 옳은 일을 하려 하면, 사람들은 항상 말릴 것입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버핏이 들려 준 말씀..

- 외면적 평가가 아니라 항상 내면적 평가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 세상은 당신을 최상의 연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연인이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은 당신을 최악의 연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최상의 연인이 되고 싶습니까?

- 찰리와 나는 큰 부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고,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으며,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부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 더 나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우리는 개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 내 나이가 되어서도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내 계좌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내 인생은 완전히 실패입니다. 이것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기준입니다. -> 아내 수지에게서 배운 버핏이 말하는 <성공>의 정의입니다.

 

버핏과의 점심 6개월 뒤, 스파이어는 뉴욕을 벗어나 냉철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곳으로 선택한 스위스로 이사하기로 마음 먹었고 2008년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훌륭하게 대응한 후 2009년 여름 취리히로 이사합니다. 나름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스파이어는 버핏과의 점심에서 버핏의 뛰어난 두뇌에 감탄합니다. 넘사벽을 깨달은 그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 버핏과 경쟁하려 하지 말고 진정한 기회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것은 최고의 가이 스파이어가 되는 것이다. 버핏이 즐겨 말하는 오래된 농담이 떠올랐다. 바비 피셔(체스 선수)를 물리치는 방법은? 체스 이외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버핏과의 점심 후 스파이어는 버핏과 파브라이를 더욱 모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취리히의 사무실은 버핏의 사무실을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배치하고 출퇴근 소요시간은 10~12분이 적당한 거리로 결정하고서 사무실을 구합니다.

 

스파이어는 개장 시간 중에는 주식 매매주문을 절대 하지 않는다. 경영진과 면담하지 않는다는 등 그의 경험을 통해 확립한 8가지 투자 원칙을 제시합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적잖은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 가치투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투자 원칙은 존 템플턴, 피터 린치, 필립 피셔, 워렌 버핏 등의 대가들이 제시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번역한 이건 님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언급한 11, 투자 점검목록, 즉 나름의 체크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투자 종목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투자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먹구구식 투자를 하는 저로선 자신만의 체크 목록의 필요성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이 책의 감수자인 신진오 님이 책 말미에 정리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스파이어는 비교적 젊고 투자경력도 짧은 투자자로써 확실히 시장을 이기고 있는 성공한 투자자이긴 하지만 빼어나게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투자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독자로서 건질 것은 투자법이 아니라 실패와 변신과정을 통해 그가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데 있다는 신진오 님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가치투자>는 단순히 유망종목을 선정하는 전략이 아니다. 워런 버핏의 인생이 보여주듯, 가치투자에는 <진정한 가치 추구>도 포함된다. , 직업적 성공, 사회적 지위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 모니시 파브라이와 워런 버핏이라는 걸출한 두 스승으로부터 배운 스파이어가 투자는 물론 삶의 방식까지 포괄하는 가치투자의 개념입니다.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은 투자수익만을 쫓는 투자가 아닌 솔직한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 돈 그 이상을 추구하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투자는 즐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치투자가 최고라는 저의 평소 생각과 상당히 공감하는 내용이라 읽기가 편했습니다. 월급쟁이로서의 실질적 은퇴가 임박한 저로선 가정과 일정 거리를 두는 (10분 정도 통근거리) 일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또한 본업 소득보다 투자 소득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전업투자자가 되는 것이라는 감수자의 조언은 저로 하여금 은퇴는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뭔가 서두르는 듯한 저보다 훨씬 젊은 친구들에게 금언(金言)이 될 듯 합니다.

 

사족: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앞서 보았는데, 감수자께서 [가치투자 실전 매뉴얼]이란 책에 가이 스파이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작년 9월에 저도 이 책을 읽고서 독후감까지 썼던 책이지만, 붕어 기억력은 가이 스파이어란 이름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통에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저자인 존 미하일레비치가 뛰어난 투자전문가 100명 이상을 인터뷰해서 만든 이 책 곳곳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저자는 버핏, 파브라이와 함께 스파이어에 대해 솔직하고 투명한 투자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투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음이 특이한데,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 범위를 넓혀준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늘 찾게 되는 가치투자자에 있어 촉매에 대한 스파이어의 언급이 당연하면서 적절한 조언이라 생각되어 옮깁니다.

가치 그 자체가 촉매입니다. 그 종목이 싼 것은 이 종목은 절대 상승하지 않을 거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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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 - 세계를 뒤흔든 신화의 기업 알리바바 스토리
둥즈쉬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이레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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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 In 2014

- 지은이: 둥즈쉬안

- 옮긴이: 이현아

- 출판사: 이레미디어 / 2014-12 / 314 / \14,500

 

저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전기문을 꼽습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배움은 실용적인 면에서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뢰감이란 점에 있어서 전기의 주인공이 직접 혹은 대필자를 고용해서 저술한 책을 - 인터뷰와 연설문, 보도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저술함으로써 객관성에 있어 나을 것으로 짐작되는 - 전문 작가의 전기문에 비해 선호합니다.

 

전문 작가가 쓴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은 덜합니다. 이 책은 2014 9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면서 유명인이 된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에 대한 50세까지의 전기문입니다. 이전에 한 번쯤 들어보기는 했던 것 같은 정도로 여겼던,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었는데, 상장 당일 <구글> 다음의 시가총액을 평가 받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여섯 차례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지만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꽌시(關係)로 대표되는 부정과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하는 차량과 보행자의 무질서 그리고 전반적으로 지저분함이었던 저로선 <알리바바>의 상장은 충격이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미국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어졌지만 어쨌든 미국이라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인정 받은 기업과 그 기업을 설립한 인물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이 해결되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책은 마윈이 알리바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마윈이 추구한 기업 목적과 가치관 발전과정 그리고 알리바바의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마무리 합니다. 책 전체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이는 마윈과 알리바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시점(연도) 표시와 통계 수치가 거의 없는 것은 자료의 빈곤으로 인한 것인지 혹은 독자의 쉬운 읽기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로선 아쉬웠습니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는데 마윈의 부모는 배우였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였다는 마윈은 3수만에 입학한 항주사범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였고 영어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것이 24, 1988년이었습니다. 졸업생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았는데, 마윈은 우수한 성적 덕분에 항주전자과학기술대학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6년 반 동안 대학에서 영어와 무역을 가르쳤는데, 여기서 가르친 제자들이 나중에 마윈이 창업하였을 때, 든든한 동료가 됩니다.

 

창업을 고민하던 마윈이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영어학과 학과장을 만났는데, 학과장의 자전거 핸들에는 시장에서 산 채소를 담은 봉지가 걸려있었습니다. 안정된 학교 영어강사라는 직장을 떠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마윈은 학과장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고서는 창업을 결정합니다.

 

1995년 마윈이 첫번째로 만든 기업은 통역회사였는데, 이 일로 미국에 갔던 마윈은 인터넷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인터넷의 미래를 발견한 마윈이 인터넷 서비스회사를 설립(chinapage.com)한 것은 차이나텔레콤이 인터넷을 개통하기 4개월 전인 1995 4월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상대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사업을 하였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실제 자신의 홈페이지를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사기꾼으로 오해 받기도 합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사업은 항주텔레콤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만나 굴복하고 흡수 합병된 다음 결국 대주주와의 경영 갈등으로 퇴사합니다.

 

이미 유명인이 된 마윈은 중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1997년 말부터 그의 동료들과 함께 베이징에 위치한 정부기관인 중국전자상거래센터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1998 7월 중국 최초의 On-Line 상품매매시장을 개설하는 등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면서 많은 수익을 내기도 하였지만 국가기관에서의 변방일 뿐인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14개월 만에 다시 항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리바바>를 설립합니다.

 

2003 C2C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를 개설해서 미국 이베이(Ebay)를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게 하였고 2004년에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 설립하는 등 알리바바의 발전 과정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 생략~

<알리바바>는 설립 후 2003년 중국을 휩쓴 싸스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어려운 과정을 마윈의 경험에서 얻은 뚝심과 지혜로 잘 넘기고서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거대한 기업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는 첫째 마윈이라는 인물의 능력이고 2000년에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와 협조 그리고 중국이라는 생산/소비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배경이 어우러져 최선의 결과를 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는 것보다 상거래 위주의 특화 전략을 지향했습니다. 1999 2, 야후의 제리 양과의 만남에서 야후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말을 듣고, 마윈은 모든 것을 한다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수평화 발전을 지향하는 제리 양에 대해 자신은 수직화를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또한 바닷가재를 잡아 부자가 됐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고래를 잡아 부자가 됐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며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강조한 자신의 주장을 고집합니다.

 

마윈의 어록을 부록으로 따로 소개하고 있고 책을 읽는 중에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그의 말씀은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교과서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실행이 중요함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그 중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어떤 사람, 어떤 기업의 우수성은 그 기업에 유명대학 졸업생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미친 것처럼 일을 하느냐, 직원들이 퇴근할 때 미소를 짓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 알리바바는 가장 적합한 인재가 필요하지 제일 우수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 하늘 아래 어려운 사업은 없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이후 우리는 이것을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 적용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했다. 우리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매우 단순하게 디자인해 고객이 쉽게 조작하도록 하고, 불편은 우리가 감수한다. 이것은 사명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마윈은 자신이 활용할 수 없다면 다른 이용자도 할 수 없다면서 쉽게 만들 것을 강조합니다. 그는 <게으름뱅이 이론>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게으르므로 게으른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나는 인맥을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인맥이나 잔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착실하게 가치를 창조하면 이를 고수해나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못미더운 것이 바로 인맥이다.

-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게임은 안 만든다. 아이들이 전부 게임만 하면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걱정된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고객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누리며 사회가 우리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알리바바의 사회적 책임이다.

-> 인맥을 무시한다는 것과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생각에 동감하는 만큼이나 실제 그렇게 실행하였을 지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 2002, 우리의 구호는 <마지막에 쓰러지는 사람이 되자>였다. 무릎을 꿇는 한이 있어도 제일 마지막에 쓰러져야 했다. 당시 나는 <내가 어려우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내가 괴로우면 상대는 더 괴로울 것이다. 견뎌 내는 사람이 이길 것이다>라고 굳게 믿었다.

-> 드라마 <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말, <버텨라>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겨라>였던가요.

 

- 성공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말라. 특히 35세에서 40세 사이에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다시 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 고개를 갸우뚱 하였는데, 몇 번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

 

 

마윈은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기 전 해인 2013년에 물러나는데 이유를 저자가 몰랐을 수 있겠지만 책을 읽은 저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책 뒤 부록으로 붙인 그의 퇴임 연설에서는 알리바바를 완전히 떠나서 관심이 있었던 교육과 환경보호에 관한 일을 하겠다고 하면서 후임인 루다오시에 대한 지지를 부탁합니다. MS의 빌 게이츠를 닮고 싶어서였을까요. 그와 뜻이 통했던 손정의가 여전히 맹활약 중이고 그가 창업과 발전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열정으로 짐작컨데, 48세인 그의 은퇴는 석연치 않습니다. 언젠가 그의 회고록을 기대하게 됩니다.

 

<사족>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 매출 79.5억 달러, 순이익은 35.6억 달러에 이른다. 2014 7월 기준 일본 소프트뱅크가 34.4%, 야후가 22.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윈 회장은 8.9%로 개인으로는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지 않고 미국에서 상장한 것은 지분구조의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알리바바에는 <파트너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에 대해 홍콩 증시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장할 수 없었고 이를 인정한 뉴욕증시에 상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이해가 가는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느 경제신문의 사설인데, 제가 이해하기에, <파트너>들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일반 주주들에 비해 많은 배수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홍콩에서는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인정하였다는 것인데, 간혹 뉴스에 나왔던 <황금주>와 비슷한 성격으로 보면 될 듯 합니다. 이 글은 알리바바가 미 증시에서 인정받은 이 제도를 우리 증시에서도 인정하면 오너의 2, 3세 승계에 문제 없다는 논리였는데, 일말의 순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짜증나는 글입니다. 곡학아세(曲學阿世)란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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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 투자자를 위한 회계 강의, 재무 분석의 기초에서 완성까지
박동흠 지음 / 부크온(부크홀릭)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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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In 2015

- 지은이: 박동흠

- 출판사: 부크온 / 2015-01 / 372 / \25,000

 

회계사인 저자는 일반 기업의 회계감사와 컨설팅 등 회계사 고유 업무 외에도 외부 기관에서 강의도 하고 전공을 활용한 주식투자를 통해 가외 수입도 얻는 등 무척 활동적인 분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저도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주식투자 카페에서 자신의 지식을 아낌 없이 나눠주는 지식기부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회계사는 아니지만, 회계학을 전공했고 기업에서 재무관련 업무를 하면서 여유자금을 불리는 방편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을 배워야 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추가 지식을 얻기 위해 재무관련 책을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IFRS와 관련이 없는 작은 기업에서 근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 근래 회계제도가 크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은 뻔하다는 이유로 짜깁기 식의 정보 보완으로 부족함을 해결하였습니다.

 

우연히 이 책을 소개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주식투자를 하는 회계사답게 투자관점에서 활용할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회계를 처음 배우고자 하는 사람부터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회계 정보 이용자들까지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을 목표로 저술했다고 합니다. 특히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였다는데, 100% 주식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었던 저로선,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고 그래서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저자는 1장에서 회계의 기본 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6개의 장으로 나눠 기본 재무제표 4가지를 중심으로 예제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투자를 위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던 부분을 위주로 따로 정리해 두고 싶었던 부분을 옮깁니다.

 

1. 4가지 재무제표

1) 재무상태표: 자산 = 부채 + 자본으로 구성 된, 기말 시점 기준의 재무 상태를 보여준다.

2) 손익계산서: 수익과 비용 등으로 구성 된, 회계 기간의 경영성과를 보여준다.

3) 현금흐름표: 발생주의에 의해 작성 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바탕으로 실제 현금흐름을 표시

4) 주석사항: 재무제표에 표시된 각 계정과목의 구성요소와 각종 구체적인 정보 수록

 

2. 재무상태표 동 업종 기업과의 비교해서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순현금자산을 파악하는 것은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매출채권을 검토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은 매출채권의 회수가 정상적으로 잘 되는가, 떼일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3)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 오던 대손설정률이 급격히 변화했다면 이런 정황들과 더불어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4) 매출채권의 조기 현금화를 위해 이용하는 팩토링을 이용할 경우 상환청구권 여부를 따져야 한다.

5) 재고자산: 최소한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시장에서 팔려야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6) 매도가능금융자산: 미실현손익(평가차손익)을 자본계정에 반영함으로써 당기 손익계산서에 반영이 되지 않지만 언제라도 손익이 현실화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검토해야 한다.

7) 유형자산: 감가상각을 통한 정상적인 자산가치 감소가 아닌 유형자산손상차손 등을 통한 손실 처리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영업이익을 좋게 하려는 등의 숨겨진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

8) 매입채무: 매출채권의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따지듯이 매입채무가 정상적으로 결제되는지를 확인한다. -> 매입채무회전율

9) 우발채무: 재무상태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주석에 표시되는 우발채무를 주의 깊게 분석해야 한다.

 

3. 손익계산서

1) 보수주의: 손실이 예상되는 시점에 즉시 당기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 건설, 조선 등 수주 산업

2) 금융업: 순이자수익이 총 손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므로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3) 주당이익(EPS): 주당이익을 주가와 비교하는 것보다 당기순이익을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것이 효율적.

4) 희석주당이익: 기본주당이익과 차이가 큰 경우 반드시 주석사항에 들어가서 보통주로 청구 가능한 증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4. 연결재무제표

1) 연결재무제표 작성법: 투자자본상계 제거 -> 내부거래 제거 -> 미실현손익 제거

 

5. 현금흐름표 -> 재무상태표를 통해 현금/예금과 금융차입금을 따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현금흐름표 분석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기업의 재무 활동을 따져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1)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미수채권,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현금 유입 없는 이익 증가

2)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적절한 투자인지 확인

3)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차입금 증가 부문을 중점 검토

 

6. 주석사항

1)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 매출처의 성격(다양성/안정성)을 통해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2) 부문 정보: 매출처/ 매출지역 등의 자료를 통해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7. 주요 재무비율

1) 시장가치비율: 1-1) PER 1-2) PBR 1-3) EV/EBITDA

2) 수익성 비율: 2-1) ROE 2-2) ROA 2-3) ROS(매출총이익률)

3) 성장성 비율: 3-1) 총자산증가율 3-2) 매출액증가율 3-3) 영업이익증가율 3-4) 순이익증가율

4) 안정성 비율: 4-1) 부채비율 4-2) 이자보상비율 4-3) 자기자본비율

5) 유동성 비율: 5-1) 유동비율 5-2) 당좌비율

 

회계 전공자인 저로서는 이 책이 비교적 쉽게 저술되었고 투자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항목과 수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회계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주식투자를 하면서/하기 위해,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배우려는 분이 처음 시작하는 책으로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간혹 지인으로부터 재무제표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을 소개해줬으면 하는 부탁을 받을 때 마다, 학교에서 배운 책 말고는 따로 본 책이 없다며 거절했었는데, 이 책을 소개하면 크게 원망은 듣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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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 와튼스쿨 제러미 시겔 교수의 위대한 투자철학, 제5판
제러미 시겔 지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이레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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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장기투자하라

Stock for the Long Run 5Edition in 2014

- 지은이: 제레미 시겔 Jeremy J. Siegel

- 옮긴이: 이건

- 출판사: 이레미디어 / 2015-05 / 519 / \27,000

 

1994년에 첫 출간된 이 책은 개정을 거듭해서 이번에 5번째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전의 개정판인 [제레미 시겔의 주식투자바이블]을 한 번 읽었었는데, 2013년까지 주요 사건 및 통계자료를 챙겨서 이번의 보완/개정판을 낸, 어느새 75세가 된, 저자의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된 저자의 다른 명저인 [투자의 미래: The Future for Investors]와 마찬가지로 장기투자를 하였을 때, 주식만큼 높은 수익률을 주는 투자상품이 없으므로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통계자료를 갖고서 분석한 자료와 실제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의 이론이 타당함을 설명합니다.

 

책 읽는 내내 세뇌하듯 반복하면서 마지막 결론으로 주장하는, 이 책의 주제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행여 주식이 가장 비쌀 때 투자한 경우라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 결국엔 어느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원리/원칙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면 웬만한 영향/충격에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판에서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직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 시점에도 앞서 주장했던 주식이 최선의 투자라는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알아보자고 합니다. 결론은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1929년 대공황이나 1987 10월 프로그램 매도로 야기된 시장붕괴 등의 사건을 거치면서도 그랬듯이 2008년의 금융위기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최선의 투자법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은 5, 24개의 장으로 나눠 장기투자수단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1장은 주요투자 상품인, 주식, 장기채권, , 미 달러화를 갖고서 210(1802~2012) 동안의 투자성과를 비교하는 어마어마한 도표 하나로 장기투자자산으로써 주식의 강점을 보여줍니다.

2,3장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의 발생원인-경과-결론을 4장은 인간 수명이 늘어남에 따른 사회 보장제도의 위기에 대해 살펴봅니다.

 

5~8, 각종 투자자산의 구체적인 수익률 비교와 각종 시장 지수의 발생-구성에 대한 설명과 평균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9~13장은 세금, 배당 등이 투자수익에 미치는 영향 및 포트폴리오 수익비교, 주주 가치의 원천은 배당증가율과 이익증가율임을 주장하면서 각종 포트폴리오를 비교함으로써 구체적인 분산투자에 대한 방법과 국제분산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14~17, 연준이 설립되면서 바뀐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경기순환, 대형 사건, 각종 경제데이터 등 경제환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봅니다.

 

18, 주식과 옵션을 금지해야 한다는, 워렌 버핏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ETF, 선물, 옵션에 대한 설명 및 투자 대상으로서의 장단점을 분석합니다.

19~21장에서는 시장변동성과 기술적 분석, 1월 효과로 대표되는 월별 수익률 및 요일 효과 등 캘린더 이상현상에 대해 분석합니다.

22,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는 행동재무학에 대한 설명과 행동재무학 관점에서의 각종 사례 분석을 통해 주식의 단기 변동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23,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의 비교에 의해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 주식에서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주식투자법으로 인덱스펀드를 권하면서 일반적으로 인덱스투자법으로 알려진 시가총액가중 지수 인덱스펀드보다 특화된 펀더멘털가중 지수 인덱스펀드투자의 이점을 소개합니다.

24장 결론에서는 일반인들이 장기적으로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성공 투자 지침> 6가지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로 끝을 맺으며 주식을 이용한 재산 형성법을 제시합니다.

 

주제와 관련되는 인용된 많은 구루의 멋진 말씀과 저자의 명쾌한 주장이 책 읽는 재미와 이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글 중 특히 현재 증시와 관련해서 공감이 컸던 글 몇 개를 옮깁니다.

 

<시장 정점>.. 강세장이 정점에 도달하면 명성이 실추된 비관론자들은 뒤로 물러서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고무된 낙관론자들은 더욱 대담해진다.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에서>.. 장기간 경제가 안정되어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투기자와 모멘텀 투자자들만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승세에 편승하려는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기꾼들이 폰지 사기를 벌인다.

 

<고령화로 인해 선진국 은퇴자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누가 생산할 것이며 은퇴자들이 매각할 자산을 누가 사줄 것인가?>.. 세계 신흥국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선진국 은퇴자들의 자산을 사줄 수 있으므로 은퇴 연령 증가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장래 주식 수익률(6~7%)도 과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안전한 이유>.. 210년 동안의 기간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보유 기간이 17년 이상이면 주식은 채권과는 달리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재산 축적 측면에서는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해 보일지 모르지만, 구매력 보전 측면에서는 주식 분산 포트폴리오가 확실히 가장 안전했다.

 

<주주 가치의 원천: 이익과 배당>.. 배당이 투자자들의 재산 증식에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배당은 인플레이션, 성장, 주가 변동이 각각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성장, 주가 변동이 결합하여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완화한다. - 로버트 아노트(2003)

 

<주가 결정>.. 증권분석에서 주식을 평가하는 일반 원칙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주가는 사려 깊은 계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 [증권분석]

<배당수익률>.. 경험에 비춰보면, 주식시장은 회사에 유보되는 이익 1달러보다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되는 1달러가 더 가치 있다고 명확하게 판단하였다. 주식투자자는 적정 수익력과 적정 배당을 둘 다 요구해야 한다. – [증권분석]

<PBR>..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은, 먼저 순자산가치를 잠깐만이라도 훑어보라고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지성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을 살 때 첫째,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을 파악해야 하고, 둘째, 실제로 얻는 유형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 [증권분석]

–> 이 글을 인용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붙였습니다. <앞으로는 회사의 가치 중 지적재산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므로, 순자산가치로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추정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금리, 인플레이션>..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의 기대 현금흐름도 증가한다. 주식은 실물자산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한 청구권이다.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투입물의 원가가 상승하면, 산출물의 가격도 상승한다. 따라서 물가가 상승하면 미래 현금흐름도 증가한다. , 인플레이션이 투입물과 산출물에 미치는 영향이 똑같다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주식의 미래 현금흐름은 감소하지 않는다. 금리 상승은 미래 현금흐름 증가로 상쇄되므로, 장기적으로 주가는 인플레이션율만큼 상승한다(이익과 배당도 마찬가지다). 이론상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이상적인 수단이다.

 

<경기순환과 주식>.. 나는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경기침체를 예견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워렌 버핏처럼 수익성 좋은 기업을 찾는 일로 만족한다. – 피터 린치

투자자에게 최악의 투자전략은 경제활동에 대한 지배적인 의견을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낙관적으로 보는 상승기에 주식을 비싸게 매수해서 경기침체로 비관적일 때 싸게 매도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경제의 순환을 예측해서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어떤 경제 전문가도 아직까지 갖지 못한 정확한 예측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경제데이터: 실업률, PMI, PPI, CPI, PCE ).. 경제 데이터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은 짜릿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매하는 행위는 단기 변동성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나 적합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면서 장기투자전략을 고수하는 편이 낫다.

 

<ETF등 시장상품>..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 같은 저명한 투자가들은 지수상품에 반대하지만, 지수상품이 변동성을 높였거나 해를 끼쳤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사실 나는 지수상품이 세계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더 높여주었고 분산투자도 더 쉽게 해주었으며 주가도 더 높여주었다고 믿는다.

 

<기술적 분석과 추세 투자>.. 차트 분석을 점성술이나 마술에 비유하면서 완전히 무시하는 회의론자도 많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에서 상당한 비중을 둔다는 사실만으로도 차트 분석을 어느 정도 주의 깊게 연구할 가치가 있다. – [증권분석]

잠깐만 생각해보면 인간이 개입되는 경제적 사건은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 예측이 신뢰성이 높다면 사람들은 그 예측에 반응하여 행동할 것이고, 바로 그 행동 때문에 그 예측이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생각이 깊은 차트 분석가들은 어떤 분석 기법을 아는 사람이 몇 명에 불과할 때에만 그 기법으로 성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 [증권분석]

 

<행동재무학>.. 사회 전체가 갑자기 한 가지 주제에 이목을 집중하면서, 미친 듯이 몰두한다. 수많은 사람이 한 가지 망상에 사로잡혀 그 뒤를 쫓는다. 냉정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극단적인 노름꾼으로 돌변하여 종이 한 장에 인생을 건다. 사람들은 말하자면 집단적 사고에 빠진다. 이들이 집단적으로 미치고 나서 제 정신을 찾을 때에는, 한 사람씩 천천히 찾아간다. – 찰스 맥케이 [대중의 미망과 광기]

 

투기자의 심리는 자신의 성공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주가가 높을 때는 매우 낙관적이고, 주가가 바닥일 때는 매우 낙담하기 때문이다. – [증권분석]

 

<성공 투자 지침>

1.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대 수준을 설정하라. 지난 2세기 동안 주식의 실질 수익률은 6~7%였고, PER은 약 15였다.

2. 장기적으로는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보다도 훨씬 더 안정적이다. 주식은 채권과는 달리 인플레이션도 방어한다. 따라서 투자 지평이 길어질수록 주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3. 저비용 인덱스펀드의 비중이 가장 높아야 한다.

4. 주식 포트폴리오의 적어도 1/3은 국제 주식에 투자하라. 고성장 국가의 주식은 흔히 과대평가 상태여서 수익률이 낮다.

5. 지금까지 가치주는 성장주보다 수익률은 더 높고 위험은 더 낮았다. 가치주 인덱스펀드나 펀더멘털가중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여 가치주의 비중을 높여라.

6.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 관리 원칙을 확고하게 수립하라. 시장에 불안감을 느낄 때에는 자리에 앉아 이 책의 1(210년간의 수익률 비교 차트)을 다시 읽어라.

 

 

투자와 관련된 책은 자본/주식시장이 가장 발달하였고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서양, 특히 미국인 저자가 저술한 책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와 다른 세금제도 및 낯선 기업명과 사례분석은 책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이 책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감수를 맡은 [전략적 가치투자]라는 명저의 저자, 신진오 님이 <감수후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신진오 님은 우리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책의 요지를 해설하면서 저자의 주장/주제를 우리나라의 상황/형편에 맞춰 타당함을 확인하고 이를 우리 주식시장에 적용했을 때, 실제 성공적으로 적용 가능함은 물론 단순한 적용 그 이상으로 엄청난 투자성과를 얻을 수 있는 투자법 몇 가지를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책 마지막에 붙인 17쪽의 <감수후기>는 제레미 시겔교수라는 저자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이 책의 가치를 배가시켜주었습니다.

 

저는 거의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식에서 얻게 될 배당금과 자본차익(시세차익)이 현실로 코앞에 닥친, 은퇴 이후 우리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게 닥친 최근의 위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입니다. 당시 투자자산의 40% 이상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였는데, 몸으로 버텨낼 용기를 주었던 것이 제레미 시겔 교수의 다른 책, [투자의 미래]에 나오는 다음 글귀입니다. 대공황 당시 1929년 가장 고점에 주식을 갖고 있었고 25년이 지난 1954년 다우지수가 같은 수준에 왔을 때, 투자자산은 3.4배가 불어나 있었는데, 이는 6%의 복리수익률로 같은 기간 동안 채권수익률의 2배였다. 주식 장기투자가 최선의 투자법이라는 것과 배당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책은 제 투자관을 만들어주었고 2008년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 책은 이전 개정판의 책 제목, [제레미 시겔의 주식투자바이블]에서 사용된, <바이블>이라는 명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갖고서 주식투자를 해야 할 정당성/이유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투자의 미래]와 함께 이 책은 주식투자를 하면서도 또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주식투자에 두려움/의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족: 최선의 투자법으로 주식인덱스펀드를 추천하는 저자는 저PER, PBR,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한 투자를 통해 단순 인덱스투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며 보통의 투자자는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면서 극단적으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것을 강조한 존 보글과 [역발상 투자]라는 명저를 통해 저평가된 주식투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인덱스투자>의 근간인, 효율적시장가설을 강력 비판한 데이비드 드레먼의 중간쯤에 서서 우리에게 편한 투자를 제시하는 <편안한 투자의 길잡이>로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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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X파일 -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의 소설 같은 실화
데이비드 아인혼 지음, 김상우 옮김 / 부크온(부크홀릭)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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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ling some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A Long Short (and now complete) Story in 2011

- 지은이: 데이비드 아인혼 David Einhorn

- 옮긴이: 김상우

- 출판사: 부크온 / 2014-11 / 689 / \35,000

 

1996Long-short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을 설립한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저자가 2002년 얼라이드캐피털이란 기업의 회계부정을 발견하고 공매도한 다음 2008년 환매수를 통해 수익을 실현할 때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진행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인 만큼 지나칠 정도로 투명하게 운영 될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 주식시장이 전혀 그렇지 않음에 많이 놀라게 됩니다.

 

1969,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아버지와의 추억을 잠깐 들려줍니다. 아버지가 쓴 첫 책인 유머집에 관한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첫 저작인 이 책을 의무감으로 쓰게 된 각오(?)를 밝힙니다.

 

1991년 첫 직장인 증권사의 신입 애널리스트로써 고생스런 2년을 보낸 다음 헤지펀드 운영 기업에 입사해서 만난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투자법과 투자분석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1996년 직장동료와 함께 헤지펀드 운영기업을 설립합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 회사를 세우겠다는 남편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아내가 지어준 이름이, 개콘에서 볼 수 있었던, <Green-Light Capital>입니다. 초기 운용자금 1천 만 불을 목표로 하였지만, 모집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깨닫고서 1996 5월 부모님이 투자한 5십만 불을 포함한 90만 불을 초기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가치투자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를 운영한다는 아인혼은 일반적인 가치투자 분석법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간략하게 표현하면, 정확한 분석을 통해 (매도) 상대방보다 상당한 분석적 우위에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매도자가 자신들보다 먼저 잘 알고 있을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데, 치밀하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새겨들을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해인 1986 8개월 동안 37.1%의 수익을 올렸고 성공적인 투자실적에 힘 입어 운용자산은 1,300만 불로 늘어납니다. 이후 매년 대단한 수익을 올리면서 운용자산도 늘어나는데, S&P지수가 11%, 나스닥이 20% 하락한 2001년은 31.6%의 수익률을 올렸고 운용자산은 8 2,500만 불로 늘어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립니다. 그리고 운명의 2002년을 맞게 됩니다.

 

2002년 초 소규모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찾아와 얼라이드캐피털에 대해 상의합니다. 그들은 얼라이드의 변칙적인 회계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문을 구한 것인데, 이를 통해 흥미를 느끼고서 얼라이드에 대해 조사하게 됩니다.

 

분석 후 얼라이드 경영진을 두 차례 만나 문제점을 파악/확신한 아인혼은 펀드 자산의 7.5%를 얼라이드 공매도에 투자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2 5 15일 참석한 한 자선 컨퍼런스에서 가장 강력한 투자 아이디어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얼라이드에 대한 공매도라고 답하는 연설을 합니다. 얼라이드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라이드 주식을 공매도한 2002년부터 3,500만 불의 수익을 실현하고 정리하는 2008년까지 6년 동안 벌어지는 상호간의 공방과 한편이 되어 싸우는 과정, 심판 혹은 감시자가 되어야 할 언론/ 정부기관의 관심이나 외면, 상식과 반하는 편들기 등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진실하게 느껴지는 저자가 근거를 갖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설마 그렇게까지 엉망으로 돌아갈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될 정도인데요. 책에서 보여지는 관련 기관의 행태를 대략 살펴봅니다.

 

<언론> 공매도자는 수익을 얻기 위해 기업을 음해하려는 나쁜 목적을 가진 세력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반면에 상대 기업은 광고 혹은 기사 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정보처이기도 합니다.

 

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썼던 기자가 있었고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하였지만 다음 날 배달 된 신문에선 그 기사가 누락되었음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기사를 썼던 기자는 얼마 후 신문사를 사직하고, 얼라이드에서 고용한 홍보 책임자의 로비가 신문사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됩니다. 이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뻔한 얘기라든지 심층분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사화하기를 외면하는 기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진실만을 쫓는 것이 언론인/언론사로 생각했던 것은 먼 과거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던 그때 그 얘기일 뿐이고 진짜 언론인이 존재할 것 같은 미국에서조차 현실은 많이 다름을 알게 됩니다.

 

<증권사> 간혹 얼라이드의 주장과 상치되는 사실에 기반해서 작성된 증권사 분석 보고서를 볼 때가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그 증권사를 떠난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 후 얼라이드는 이전에 거래가 전혀 없던 그 증권사에 유상증자 대행 업무를 맡김으로써 수백만 불의 수수료 수입을 제공합니다.

 

회사의 부정을 숨기려는 회사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주주) 자금을 이용해서 필요 없는 홍보전문가를 고용하고 광고비와 변호사비를 지출합니다. 회사 이익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배당금에 만족하는 주주들은 이런 필요 없는 경비 지출을 하게 만드는 공매도 혹은 회사의 부정을 지적하는 세력에 대해 경영진의 편에 서서 이들을 비난합니다. 주주 이익을 해치는 경영진을 감싸는 아이러니^^

 

<신용평가기관> 얼라이드의 투자회사인 BLC의 부정대출 문제에 대해 연방검찰에서 기소를 하였음에도 신용평가사 피치는 회사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서 문제 없다는 보고서를 냅니다. 그린라이트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며 거절합니다. 귀찮아서일까요? 문제가 터지고 난 다음 급하게 신용등급을 수정하는 광경을 워낙 당연하게 봐왔던 터라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 수수료를 지급하는 기업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일 뿐입니다.

 

<증권거래위원회> 얼라이드의 회계부정에 대한 그린라이트의 정당한 지적에 대해 오히려 기업 편에 서서 옹호하고 그린라이트의 숨겨진 의도가 있을 거라며 윽박지릅니다. 얼라이드 창업자는 FBI 출신이고 경영진에는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근무했던 자가 COO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라이드의 회계 문제를 제기하고서 2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에 그린라이트의 투자자 중 한 명이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친한 사이임을 알게 됩니다.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였고 인맥을 통해 사적으로 요청한 결과 제대로 된 조사가 시작됩니다. 감독기관이 공적인 요청이 아닌 사적인 요청에 의해 행동에 나서는 상황에 대해 저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고 토로합니다.

 

2007년 조사결과서가 발표됩니다. 얼라이드의 심각한 위법사항 몇 가지를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기관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그보다 훨씬 경미한 문제로 제재를 받은 과거 사례를 들면서 증권거래위원회의 불공평한 결정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얼라이드 경영진이 자랑하는 로비의 힘이겠지요. 일시적이지만 증시에서는 주가 상승으로 환영합니다.

 

<중소기업청> 얼라이드가 투자한 150개 이상의 회사 중 10% 이상의 자산 비중으로 가장 크면서 문제가 많은 BLC라는 기업은 대출 대상 기업에 대한 대출금의 75%를 중소기업청의 보증을 받아 대출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10억을 대출하면 7.5억은 중소기업청이 부담하고 2.5억만 BLC의 자금으로 대출하는 겁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중소기업지원책인데, 대출 과정이 엉성함을 넘어 부정이 만연함을 보게 됩니다.

 

눈먼 돈이라고 부르기도 하듯이 이런 정부 지원자금은 관리/집행하는 기관의 실적(질보다 양에 치중)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이 자금을 지원받아 실수요자에게 대여하는 중간 금융사업자(이 책에서는 얼라이드의 투자회사 BLC)가 자신들의 성과를 우선시하는 막무가내 식 대여자 선정 혹은 대여조건에 미달하는 대여자를 조건에 맞도록 조작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중소기업청은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배상을 받아내려 하기보다는 자원부족을 이유로 문제를 밝히기보다 오히려 덮어두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로 인한 손실은 국가 세금으로 메우게 되는데 이에 대한 지적조차 관계 기관 대부분이 무관심합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따져나가는 과정에서 <공익고발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여기선 일방적으로 기업 편을 드는 <검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에 실망하게 됩니다.

 

<농림부> 중소기업청과 비슷한 형태로 대출금의 75%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청처럼 대출 관리에 대해 무관심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월급만 받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돼지 같은 공무원이 많은 미국입니다.

 

얼라이드가 저지르고 있는 문제의 회계부정은 투자회사에 대한 회사 임의의 평가문제에 있습니다. 투자자산에 대해서 공정가치에 입각한 평가를 하여야 한다는 증권관리위원회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만기보유가치평가법이니 매각이익회계라는 식으로 투자자산의 과대평가, 즉 적극적인 회계를 통해 수익을 과대 계상합니다. 잘못된 평가방법을 지적하고 수정할 것을 지시해야 할 <회계법인>의 소극적 묵인과 기업의 부정을 고발하는 투자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증권관리위원회가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기업에서 얻게 되는 수수료 수입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갑과 을의 관계, 정치자금 제공 등을 통한 로비, 접대를 통해 회사에 유리하게 끌고 가는 모양새는 우리나 거기나, 개콘식 표현으로 도찐 개찐^^ 입니다. 우리 증시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이 책을 통해 본 미 증시의 주변 환경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얼라이드의 경영진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결국 실적에 따른 보상/성과급이 이유입니다. 주주들은 회사 곳간이 비어가는 줄도 모르고 꾸준하게 지급하는 많은 배당금에 만족함으로써 다른 정당한 이해관계자의 주장에 귀를 막고 회사 경영진의 주장에 동조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결국 도산한 얼라이드에 대해 저자는 2002년 자신들이 회계부정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얼라이드가 제대로 시정/대처했다면 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두 가지 잘못이 있었음을 주장합니다.

 

첫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얼라이드는 16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0.8억불의 자금을 조달하였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손실을 메우고 주주에게 배당을 하고 경영진의 성과급으로 가져 갔습니다. 높은 배당에 만족했던 주주들은 회사 도산으로 재산을 날리게 됨으로써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둘째, 관리/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중소기업청과 농림부는 얼라이드의 대출금에 대해 지급 보증한 75%의 보증금을 대신 상환함으로써 발생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게 되어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자는 얼라이드 경영진들이 폰지 사기를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와 흡사한 행태를 보였다고 합니다. 즉 메이도프는 뒤에 들어온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을 앞에 들어온 사람에게 지급하였는데, 얼라이드는 배당에 부족한 자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해서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 다를 뿐이라고 합니다.

 

그린라이트는 2007년 리먼 브라더스를 공매도 함으로써 얼라이드와 같은 싸움을 하게 됩니다. 다만 얼라이드는 긴 세월을 끌었지만 리먼은 1년 만에 끝이 납니다. 둘 다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시장의 경색이 공매도를 한 그린라이트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악화된 시장 영향에 동의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얼라이드와의 논쟁이 10년 가까이 지속된 반면, 리먼은 1년도 안 돼 망했다. 리먼이 이렇게 빨리 무너진 것은 경제 상황의 영향이 컸다. 시장과 경제가 너무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리먼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여지가 거의 없었다. 반면 2002년 내가 얼라이드 연설을 한 후에는 경제와 자본시장이 회복되는 바람에 얼라이드는 몇 년 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얼라이드는 추가로 번 이 시간을 이용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그럼으로써 납세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로 수억 달러를 더 사취할 수 있었다.

 

2003년 저자가 워렌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장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버핏이 처음 공매도한 종목은 고등학교 때 AT&T였는데, AT&T에 은퇴자금을 투자했던 선생님을 놀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시의 적절한 공매도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래서 매수-보유 투자자의 이미지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버핏은 얼라이드 같은 회사를 공매도해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린라이트에게 있어 얼라이드는 포트폴리오의 한 포지션에 불과하지만 얼라이드의 경영진에게는 그들의 명운이 걸린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두 번째로 읽었던, 당시 최대 규모의 M&A 사건을 다룬, [문 앞의 야만인들]을 연상하게 하는 이 책은 재미있게 읽는 중에 미 증시 이면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영감의 책을 읽으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을 거듭 확인한 것이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공매도>의 다른 긍정적인 면을 발견한 느낌은 약간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저자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인상 깊은 말을 마무리 글로 옮기면서 좋은 책을 읽은 감상을 마무리 합니다.

 

우리가 공매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라 이 회사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족: 1996 5월 헤지펀드를 설립한 이후 아인혼은 매년 시장 지수를 능가하는 수익을 거두면서 운용자산을 불려나갑니다. 책에서는 설립 이후 매년 특이한 투자 사례와 함께 수익률, 운용금액을 알려주다 2003 36.8%의 수익률을 얻었고 운용금액 18억불이었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운용 현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후 2002년에서 2007년 동안 연평균 17.1%의 수익을 얻었다며 간단하게 궁금증을 해소시켜 줍니다.

 

아인혼은 펀드 운용에 있어 매수 포지션과 공매도를 함께하지만 공매도 보다는 매수 포지션을 많이 가져간다고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이 상승하기 때문인데, 항상 두 포지션 모두에서 수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S&P500 22% 나스닥이 31% 하락한 2002년은 매수포지션에서 손실을 입었고 공매도에서 21%의 수익을 올린 덕분에 7.7%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적절한 공매도의 필요성, 공매도의 유혹을 느꼈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공매도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1932년 크로이거 성냥 회사의 공매도로 큰돈을 벌고 난 다음에 주위의 불행을 보고서인데, 나름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하였던 크로이거의 사주가 기업외적인 불운으로 인한 실패로 권총 자살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매도자와 기업의 불운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사주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영감의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아 공매도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는데, 얼라이드처럼 경영진의 부정에 대한 소심한 복수라는 점에서 우리 증시에선 재벌기업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이유로 터무니 없는 주가를 형성하는 기업을 보노라면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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