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같은 외출 미래의 고전 59
양인자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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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놀러 온다는 아이들에게 돈을 내밀며 거절하는 영주.

컴퓨터에 빠진 엄마와 두 집 살림을 하는 아빠.

그런 가족이 부끄러운 영주는 선물을 사주면서 민영이의 비위를 맞추며 곁에 있는다.

우연히 만난 장은이의 가족을 보면서 환한 친구의 얼굴이 부럽기만 하다.

외출을 꺼리는 엄마와 함께 밝은 햇살 아래 걷고 싶은 영주의 마음을 엄마는 알아 줄까?

자신의 가정과 다른 아이들의 가정을 비교하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우리 아이들도 가끔 그런 경우들이 있다.

다른 집 엄마는 이런데, 왜 엄마는 이렇냐?

다른 집 아빠는 이런데, 왜 우리 아빠는 이렇냐?

이런 식으로.

그 말을 듣는 부모도 그런 말을 하는 아이도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그 모습이 남들의 시선 속에서 부끄럽게 비쳐질 모습이라면 아이는 그런 환경을 친구들에게 꼭꼭 숨기게 된다.

책 속의 영주처럼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말이다.

책 속의 아이들은 모두 감추고 싶은 사정들이 있다.

숙제를 대신 해주고 돈을 받기로 했던 상진이는 단원 평가 때 시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돈을 주지 않겠다는 종현이에게 화가 났다.

동생도 청소를 도와주면 떡꼬치를 사주겠다고 해놓고 그냥 간 친구와 싸웠다고 했다.

동생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오빠가 되겠다고 결심한 상진이는 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을까?

이런 비슷한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도 가끔 친구가 먹을 것을 사준다고 했다가 그냥 갔다고 삐죽거리며 오는 경우가 있다.

상진이 같은 경우는 돈을 모으기 위한 확실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안을 물리치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518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그날, 우리는'과 '망월동 삼거리'

같은 장소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날의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서럽다.

이 서러움은 언제쯤이면 없어질지.

민박 겸 식당을 하기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주령이는 이번 연말 큰 결심을 하고

콘서트를 위한 가출 같은 외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손님은 밀려 들고 주령이가 할 일은 끝이 없다.

바쁜 부모님과 누나를 찾는 동생을 두고 주령이의 가출같은 외출이 가능할까?

자신의 기쁨을 어디서 찾는가는 본인에게 달렸다.

주변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불행하다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론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책이다.

감추고 싶은 사정들이 있는 아이들일지라도

가능하면 높이, 가능하면 멀리 날아오르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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