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Smell science - 통념과 속설을 뒤집는 과학의 향기, Sciencing Odyssey 02
랜달 리드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휘슬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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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우리 주변에서 무척 흔하게 접하는 것이다. 냄새는 바로 일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후각은 빨리 지친다. 냄새는 사방에 있기에 너무 민감하면 피로하게 되기Eo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것, 우리의 사방에 너무나 흔한 것. 그래서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기에 오히려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바로 냄새이다.


발 냄새. 방귀. 악취. 향수. 이런 것들은 우리생활에서 무척 중요하고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다. 냄새는 또 친근하고 일상적이라는 느낌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냄새는 원초적이다. 우리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변연계가 바로 냄새의 중추이다. 이 변연계는 인간의 뇌가 발달하면서 가장 먼저 생성된 부위중 하나이고, 인간의 오감중에서 감정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 자리 잡고 있는 감각중추이다.


그래서 사람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피로를 풀거나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서, 우울증이나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서 향기를 사용하는 아로마테라피가 좋은 반응을 받기도 한다. 냄새는 그만큼 흔하면서도 사람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또 가장 관심을 덜 받는 감각이관이기도 하다. 한번 생각해보라. 시각이나 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가만히 참을 사람이 있겠는가. 금새 병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냄새에 이상이 생기면... 한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냄새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그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덜 평가받고 있는 감각인 냄새. 이 책은 냄새라는 것을 한 부분만을 떼어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신경이 냄새를 인지하는 과정에서부터, 냄새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의 구조까지, 그리고 그런 화학물질들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냄새를 합성하는 원리에까지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냄새라는 중요한 삶의 부분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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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터디즈 - 일본 문화의 중심, 도쿄를 바라보는 38개의 시선
요시미 슌야.와카바야시 미키오 외 엮음, 오석철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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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바라보는 38개의 시선이라는 이 책이 우선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일본에 관심이 조금 있다. 나 같은 지적 방랑자가 어디엔들 관심이 없겠는가 마는. 나는 솔직히 다른 나라보다는 일본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우리와 일본과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오는 관심이기도 하고, 우리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오는 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이제 중늙은이인 내가 지금에 일본에 관심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일본에 대해서 가지는 관심은 말 그대로 순수한 호기심에서 오는 관심이다.


나는 일본에 딱 한번 가보았다. 우연히 어떤 모임에 끌려서 가게 된 그곳은 공교롭게도 오사카-쿄또였다. 일본에서도 일본적인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그곳을 경험하고부터 나의 일본 취향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한류에 이끌려 한국을 찾아와 가상의 세계에서 텅 빈 가슴을 채우려는 일본의 오바리안 여인들 같은 마음으로 일본에 대해 동경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는 몇 일 동안의 일본 체험에서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원형적인 힘을 일본에서 찾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순수한 나의 개인적인 체험이었다.


쿄토 부근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것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 참 많이도 닮았다. 현대도시라고 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콘크리트로 채워진 현대적 건축공간도 나라와 도시마다 제각기 그 느낌이 다르다. 일본 역시 조금은 우리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참 비슷하다고 느낀 미국보다도 우리와 더 비슷한 것이 일본이었다. 내가 그 일본에서 느낀 원형적인 느낌이라는 것은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이었다. 나는 나에게 빠져있던 무엇이, 내가 그리워하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무엇이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본에 대한 비교적 본격적인 접근을 하는 책이다. 사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보다 한 세대 전의 사람들은 식민지 교육을 받았기에 일본을 증오하더라도 일본에 대해서 잘 알았다. 일단 언어가 능통했고 감정적인 장벽은 있었어도 외국이라는 심리적인 장벽은 없었다. 그러나 다음세대에게 일본은 감정적인 벽에 갖혀 격리되고 문서화된 정보마저 부족한 나라였다. 그런 정보를 생산할 세대는 일본을 잘 알기에 문서화할 필요를 못 느꼈고, 다음 세대는 감정적인 거리감 때문에 그런 수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일본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일본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느낌을 갖는다. 일본의 문화. 그 속에는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혹은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친밀감이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고, 나 개인의 특수한 심리적인 이유일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솔직히 제대로 된 일본에 대한 안내서를 만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최근에 일본에 대한 여행안내서는 제법 제대로 된 것들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문화에 대해 신선한 젊은 감각으로 분석한 책은 만나기가 정말 힘들다.


영화감독이었던 이규형씨가 부지런히 써대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서들이 그런 것들 중에서 오히려 좋은 느낌을 준다. 우리는 정말 일본을 너무나 모른다. 일본의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 관광적인 것. 분절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인 현상. 그런 것을 떠나서 일본이라는 나라자체. 그 나라가 돌아가는 원리. 일본인들의 심성에 깃들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혼네’니 ‘다떼마에’니 하는 반복되는 단어들이나, 일본 체류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소감들을 적은 책 외에 진정으로 일본에 대해 학문적인 접근으로 다가서는 아마도 첫 번째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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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 내가 모르는 나, 99%를 찾는 심리여행
티모시 윌슨 지음, 진성록 옮김 / 부글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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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자세히 바라보라. ‘나’와 ‘내’가 서로를 마주보고 등을 돌리고 있다. ‘나’는 ‘내 마음’과 다를 수가 없지만, 나는 내 마음과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다. 나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나와는 낮선 나. 그것이 바로 나의 무의식이다.


일찍이 프로이드가 무의식의 존재를 밝혔다. 그 이전에도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있었고, 그 이후에도 무의식에 대한 많은 연구는 있어왔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무의식은 의식에 의해 억압된 무엇으로 파악되어 왔었다.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에서였다. 심리학적, 인문학적인 접근법과는 달리 인지학은 생물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무의식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접근하였다. 접근 방법이 달라지자 도출되는 결과도 달라졌다.


무의식은 정보처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의식의 검색과정에서 제외시키는 과정일 뿐이다. 노이로제를 일으키는 부적응의 기제로서가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지기능이 처리하는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접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경험하는 수많은 체험들 중 제한된 것들만이 기억의 표층에 자리를 잡는다. 처리속도를 느리게 하고, 처리 효율을 느리게 만드는 덜 중요한 자료들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뇌의 부분에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깊이 저장될 뿐 결코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언젠가 새로운 인지적 접근법이 필요하게 될 때. 그것은 기억의 표면에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이제까지 나의 인지현상을 담당하던 자료들과 다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심리학적인 방법을 지향한 사람들은 갈들이라고 불렀다. 인지학에서는 그것을 서로 다른 자료의 충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우리의 마음의 기능, 뇌의 기능을 이제까지 심리학의 관점에서 살펴오던 것을 이제 보다 발달된 학문인 인지학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나의 다른 면이 왜 그렇게 서로 다른지를 살펴보는 그런 멋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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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내가 누군지 알아봐줘서...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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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메이트. 영혼의 친구.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요즘 나는 왜 세상을 이렇게 시니컬하게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에게 많은 상처들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의 결정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펀치들을 맞다보면 그 아픔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지기 때문일까. 나는 이제 사랑이라는 것, 그런 것에 대한 희망을 거의 벗어버렸다.


이 책이 시트콤을 구성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사실 그런 이름의 시트콤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원래 TV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시트콤이라는 것은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분야였다. 그러나 그 시트콤의 내용치고는 이 책은 너무나 날카롭고, 너무나 아픔을 담고 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가벼운 시트콤으로 만들었을까.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사랑에 대한 책이다. 사람에 대한 희망과 사랑에서 받는 아픔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그래도 꿈을 잊지 않는 삶. 그래서 아픈 삶. 아프면서도 다시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삶. 그래서 어리석어 보이고, 그래서 대단해 보이는 삶. 시트콤의 내용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들의 삶은 그것과 그리 다를 것이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외로워하고,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그리고 또 아파한다.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상처를 경험하고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그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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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박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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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꿈이 없는 삶보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 훨씬 더 나은 것을 제공해준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 꿈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생각한다.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행복할 뿐, 꿈을 가슴속에 꾸깃꾸깃 숨겨놓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는 사람의 가슴에는 송곳으로 찌르는 것보다 더 한 아픔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이루기 위해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 그것은 삶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삶을 더 지치게 만드는 가시방석일 뿐이다. 그러나 내 말을 곡해하지는 말라. 나는 결코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삶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너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는 꿈을 기다리느라 지쳐버린 내 영혼에 대해 약간의 위로를 주고 싶을 뿐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아픔은 나의 꿈 때문이었노라고. 나는 노력했으나 꿈은 나에게 이루어지지 않았노라고.


히피. 나는 사실 히피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반문화운동에 대한 몇 권의 책, 68년 운동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는 했으나, 내가 찾은 책 중에는 우리나라에 히피운동에 대해 제대로 소개된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에게 히피는 꿈이었다. 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우드스탁이 영원한 꿈이듯이, 나같은 방랑하는 영혼에게 히피는 언제나 성스러운 운동으로 남아있다. 오늘날 히피운동이 마치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퇴폐적인 문화로 비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성권력의 도전권력에 대한 철저한 짓밟음의 결과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렇다. 나는 히피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내 시대에 내 영혼이 갈망하는 히피에 대한 갈증을 받아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런 운동을 지나친 낭만적 감성으로 치부하는 생경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내 영혼 속에서 철저한 반항의 감성과 비판의 지성을 키워왔다. 시대를 앞서가던 사람들이 기득권에 집착하는 속에서도 나는 철저히 무명으로, 그리고 철저히 내 꿈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다. 하여. 내 영혼은 지치고 이제 파리한 꿈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꿈을 접은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 추측할 수 있겠는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꿈을 마침내 포기한 자의 아픔을. 그리고 나는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먼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한때 꿈꾸었던 아득한 나라의 꿈을 다른 곳에서 찾는 듯이. 그것은 저 하늘위의 힌구름 속에 존재하는 세계는 아니었지만, 내가 그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나라이고, 내가 조그만 용기만 내면 다가갈 수 있는 나라였다. 그렇다. 그것이 내 비천한 꿈을 대신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이었다.


이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히피 바이러스. 물론 내가 꾸던 꿈과 저자가 꾸는 꿈은 그리 비슷하진 않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수년씩 수십개국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사람은 현실의 내가 될 수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내가 꿈꾸던 그 꿈은 그리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었던 것은 내가 실현할 수 있다고 해서 바랬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것이 좋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다. 마찬가지이다. 내가 온 세상을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내 꿈이 사라져버린 이 세상의 모습을 내 눈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꿈. 이루어질 수 없는 그 꿈을 바라는 것이 죄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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