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 게바라 시집 -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추모시집
체 게바라 지음, 이산하 엮음 / 노마드북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그는 그 한마디의 간결한 단어로 이미 충분히 강한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 공산주의가 사라지고, 사회주의도 퇴조하는 오늘날, 모두가 신자유주의가 규칙을 정하는 세상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오늘이다. 이런 날에 그의 이름이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잃어버린 것을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과 그의 인상과, 그가 남긴 말들과, 그의 행동들, 그의 사진들, 그에 대한 책들이 그토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강하게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체. 그는 이제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꿈을 일깨워주는 상징으로...
인간 체 게바라는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에 관한 책. 체 게바라 평전과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무척 감동깊게 보았다. 헐리우드가 만들었지만 잔잔하게 그려진 동명의 영화 또한 무척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오늘날은 혁명을 파는 세상이다. 그렇게 헐리우드는 상업부의를 타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혁명을 일으킨 체 게바라를 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comandante cje guebara'라는 노래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그 노래는 우리나라의 CD가게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이 그들이 죽인 '체'를 상품화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세상을 떠난 '체'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사실 '체'는 시인은 아니다. 그가 남긴 글들, 그가 남긴 어록들이 충분히 시적이고 그가 남긴 글들 중에서 시의 형식을 띤 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사실 습작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총알이 날아드는 전장터에서도 네루다와 그외의 문인들의 글들을 항상 끼고 다닌 그이지만, 그는 사실 훌륭한 시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인의 조건이 정형화된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가 남긴 글들, 그가 남긴 말들은 전세계의 수많은 나와 같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hasta siempre(언제까지나) 라는 그의 말은 하루하루를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시원한 생명의 생수와 같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체' 항상 별이 달린 베리모를 쓰고 다니던 그는 이제 하나의 '별'이 되었다. 헐리우드의 번쩍 번쩍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언제까지나 영롱하게 비쳐지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 '체'의 절절한 삶이 우리들이 바라는 전형적인 인간상 위에 덧씌어지면서 그는 우리들의 억눌린 자아의 상징이 된 것이다.
어둠이 깊을 수록 새벽이 다가온다고 어느 시인이 이야기 했다. 오늘날 세상은 '체'가 바라던 인간성과 동료애로 가득한 그 영원한 아르다움의 나라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는 갈망한다. 우리에게 금지된 것들을.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시인이 아닌 '체' 의 글을 애써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삼고 영혼의 위안을 삼는 것이다.
산문을 단지 행을 끊어놓은 것에 불과한 듯한 글들이 많은 그의 시편이지만, 그의 글들은 시인을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보다 우리들의 영혼에 박히는 힘이 더 강하다. 그것이 바로 진실의 힘이고, 글이 아니라 삶으로 시를 쓴 사람이 세상에 줄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들의 영원한 로망이자, 갈증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제공되는 영원한 생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