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트 정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ㅣ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8월

막스 베버의 여러 저작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 책은, 사회를 비평함에 있어서 정신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하는 것이 특색이다. 베버가 활동을 하기 이전에 독일사회의 지적인 풍토는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물적 기반이 정신적인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팽배 했었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여러 가지 고찰을 통해 가톨릭에 반발하여 새로이 수립한 기독교인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이 자본주의의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프로테스탄트 신학이 내포하고 있는 소명의식에 따른 성실함은 노동력 생산성의 향상과 그에 따른 부의 획득을 가져왔고, 이는 자연스럽게 저축으로 이어져 자본을 축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봉건사회가 일정한 모순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어 다음 단계인 자본주의 사회로 자연히 이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의 영향과 그에 따란 정신적인 변화가 사회에 가져오는 영향력에 의해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의 이러한 새로운 주장은 사회변혁을 바라보는 시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프로테스탄트라는 종교의 등장과 그에 따른 윤리적인 요소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인 변화요인들이 결국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까지도 이룩해 낼 수가 있다는 것이, 요즘의 세상에서 얼마나 인정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당시의 사회에서 주류적인 담론으로 인정받고 있던 사상에 대한 당시로서는 놀라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때문에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일 것 같다.

도시. 인간이 만든 것.

도시의 역사 ㅣ 크로노스 총서 18
조엘 코트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4월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류는 도시를 만들었다.’ 바로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는 글귀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도시를 지향한다.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모든 위대한 문명들은 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문명을 평가한다. 인류는 그들 자신이 스스로 만든 도시를 가지고 인류의 다른 부분이 이룩한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까지 한 것이다. 도시는 인간이 이 땅에서 이룩한 모든 활동의 잉여물의 축적이다. 결국 인류를 구성하는 인간들 한사람 한사람이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결과물로서 생겨난 잉여노동은 도시로서 남게 되는 것이다. 왜 다른 형태의 많은 가능성을 두고 인류는 도시를 창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가 자신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조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조선왕조 사회의 성취와 귀속
에드워드 와그너 지음, 이훈상.손숙경 옮김 / 일조각 / 2007년 3월

흔히들 조선은 당쟁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국력을 낭비하여 국가발전의 기회를 잃고 쇠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망국적인 당쟁이라는 말이 우리들의 귀에 낮설지가 않다. 그러나 외국인 연구가가 펴낸 이 책은 정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흥미가 당긴다. 훈구파와 사림파로 통칭되는 조선의 당쟁은 조선이 중심을 잃지 않고 조선의 왕권을 유지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기 때문이다. 사실 500년 동안 한 왕조가 지속되어 온 것은 동서고금을 망라해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세상에서 500년을 한 왕조가 유지해 온 원동력이 바로 정신적인 곳에 에너지를 집중한 선비들의 행태라는 분석이 이색적이다. 물론 왕조의 지속과 민족의 번성과는 다른 개념이겠지만, 우리의 당쟁에 대한 선입견이 식민사관의 연속이 아니냐고 묻는 저자의 물음은 일리가 있어보인다.

부동산 - 일본과 우리

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 - 일본을 통해본
다치키 마코토 지음, 강신규 옮김, 차학봉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부동산 불패신화. 그것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잠시 잠잠한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가히 미친 듯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던 부동산의 열기를 잊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부동산은 역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실제로 거품이 붕괴되면서 10년간의 기나긴 고통의 기간을 경험한 일본인이 쓴 책이다. 일본이 어떻게 거품붕괴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며, 그 고통의 악순환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의 상황과 대치시켜 볼 때 상당수 비슷한 점들이 많다. 이제 우리의 경제성장률도 정체되고 있고, 인구성장률도 급락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도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는 급격한 부동산 가격하락을 경험한 일본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향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갸늠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만한 책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동로마제국의 역사

비잔티움 연대기 세트 (반양장) - 전3권 ㅣ 비잔티움 연대기
존 J. 노리치 지음, 남경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4월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길고긴 역작에 비하면 그 부피가 다소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동로마제국 혹은 비잔티움제국의 역사는 결코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제국과의 형제국이며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비잔티움 제국은 기독교의 지주였던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 서양에 기독교적 중세를 지탱해온 정신적 힘의 원천이었다. 이 책은 그 역사적 의미가 결코 만만치 않은 파란만장한 비잔티움의 일천년에 걸친 역사를 인물들을 중심으로 지루하지 않게 생생한 모습으로 엮었다. 저자의 그런 노력덕분에 우리는 비잔티움 제국의 흥과 망을, 성과 쇠를 눈앞에서 보는 듯이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에 이르기까지의 길고 험한 비잔티움제국의 역사를 생생히 접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