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오디세이 - 의학용어의 신화적 기원
박지욱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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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학과잉 의료를 지양하고, 과학이 잃어버린 인문성을 되찾으려...”라는 책 소개를 보고 마음이 끌린 책이다. 의료의 과학성을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면서 의학이 이루어낸 찬란한 성과에 찬사를 보내는 오늘날 그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책인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의 의료를 비판한다기 보다는 보완하는 기능을 하는 책인 것 같다. 의학의 방법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경이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발전된 의학은 결국은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의 과학적 전문성으로 만들어진 의학적 어법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에 싸여 인간적이고도 너무도 인간적인 환자의 사이에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인문학적 전통과 오늘의 고립된 과학적 성격의 의학 사이를 다시 연결시켜 주려는 소위 ‘통섭’을 시도하는 책이다. 이 책이 진정한 학문적 연관성을 이루는 통섭을 실행하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의료에도 인문학적 전통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의료인 스스로에게 깨우치고, 일반인들에게도 의료가 인간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삶과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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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진실 -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가?
데이비드 우튼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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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로 들린다. 의학은 환자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의학에 기초한 진료와 치료행위가 환자에게 해를 끼친다면, 이는 의료와 의학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놀랍게도 적어도 1860년 이전의 의학이라고 불린 것의 대부분은, 환자에게 엄청난 해를 끼친 것으로 밝히는 내용들이 가득히 적혀 있다.




의학의 진실은 “적어도 1860년 전에는 의학이 실제로(심리적인 것 외에) 환자에게 도움을 준 것은 별로 없다.”라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그 강력한 증거로 병의 세균기인에 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미경으로 세균을 발견하고, 그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일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은 1600-1700년 대였다. 그러나 그것은 150년이나 지나서야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학계가 새로운 지적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기존의 전통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개념을 동원하여, 1860년대를 의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전의 시기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에 근거하여 근본적인 변화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정상상태’ 즉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시기였다는 지적이다. 쿤의 이론처럼 기존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근거들이 상당히 축적되고 나서야 정상상태는 도전받기 시작하고, 그때야 비로소 그 많은 설명되지 않는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는 학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노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감염설에 관해서는 저자의 논리가 맞는 듯이 보인다. 사실 근대이전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은 감염에 의한 것이었다. 감염에 대한 대응능력이 전혀 없었던 서구인들은 페스트의 유해만으로도 인구의 절반을 잃곤 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부상당한 군인을 전쟁터의 막사에서 수술한 경우가, 병원에서 수술한 경우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바로 병원의 오염된 환경과 의료기구 때문이었다.




오늘날 인류의 수명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의료기술이 암을 완치하는 것에 도전하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불노의 한계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들이다. 그러나 적어도 서양에서는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모든 의료인들이나 의료이용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만한 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다만. 쿤의 과학발전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택한다면, 1860년 이전에는 서양의학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또 반대로 쿤의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의료과학 속에는 혹시 정상상태의 맹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학은 항상 근거에 의지하여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속에서 발전을 한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발전이라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 아닌 것은 아닌지... 과학을 불신하는 입장이 아니라, 과학내부적인 입장에서의 비판적 성찰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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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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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광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일본에 대해 열광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은 오히려 일본인들의 문화적 코드를 직설적으로 파헤치기에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동경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일본문화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심리학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인과 일본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야가 산출해낸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일 뿐, 저자 자신이 일본문화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다른 일본의 문화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발로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생각나는 것, 관찰한 것, 자신의 내면에서 일본을 느끼는 것들을 메모하고 요악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산출된 아이디어의 단편들을 가지고 생각을 구체적으로 조립한 것이 바로 이 책일 뿐이다. 이 책은 이제까지 내가 접해본 일본인과 일본문화에 대한 책들과 상당히 다르다. 한층 깊을 뿐만 아니라, 섯부른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다 맞다거나 올바른 인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문화의 표피를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흥미로운 지적 경험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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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수다는 비즈니스다 - 당당하게 표현하는 여성들의 처세 노하우
국수경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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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말이 많은 가게가 있다. 수다스러운 주인이 경영하는 가게.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많이 하고, 또 말을 많이 시키는 가게. 그런데 의외로 그런 가게를 자주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편으로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가게들을 제쳐놓고 그 곳을 다시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수다의 힘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뚫고 들어와, 장벽을 풀고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데서 나타난다. 수다는 가게에서뿐 아니라, 기업의 조직이나, 생활의 어디에서건 큰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연예에서도. 수다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불편하고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율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칫 주눅이 들 수 있는 관계에서도 수다는 인간관계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수다는 힘이 센 수단이다. 그 수다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더욱 강한 힘이 될 것이다. 수다를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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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방식
마이클 버그달 지음, 김원호 옮김 / 고려닷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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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참 대단한 회사다. 미국의 회사가 첨단기술이나 금융 혹은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유통으로 세계를 휩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그것도 친절하게 물건을 팔수 있다는 것은 미국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임금이 비싸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막강한 구매력으로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력으로 물건을 사입해야 한다. 또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구입해야 한다. 그래야 남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수가 있기 때문이다. 위성을 이용한 재고관리와 물류등 첨단 기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낮은 사입가와 낮은 근로자 임금이다. 그래서 ‘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에서는 월마트 방식에 대해 호되게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반대의 논리로 월마트를 응호하는 책이다. 월마트는 최고의 인재를 뽑지 않는다. 우수하지 않은 인재를 채용해서 월마트의 조직문화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래 우수한 인재가 아니었기에 월마트의 저임금은 임금착취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거대 구입자 월마트가 사입 가격을 너무 낮게 후려치기에 납품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도산한다는 지적에도 정반대의 논리가 있다. 월마트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팔기에 인플레이션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논리처럼 들리지만 두 책을 비교하며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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