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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놀로지아 - 그림 속 비밀을 읽는 책
체사레 리파 지음, 에드워드 마이저 편집, 김은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1593년 이탈리아인인 체사레 피라란 사람이 이코놀로지아라는 이름의 책을 집필했다. 그 뜻은 그림을 정리한 책이라는 뜻이었다. 당시에는 그림을 공방에서 그렸었다. 그런 공방에서 사용되는 미술가들이 사용하는 어휘들을 정리한 아마도 최초의 책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미술경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어서 투기성으로 몰리는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경제적 수준의 향상이 미술시장을 활성화할 단계에 우리의 경제가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천박한 와인문화가 신경을 거슬리는 것처럼, 천박한 미술애호가들이 사람을 짜증나게 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도 상당한 시간을 미술이란 분야에 투자했지만, 미술을 그리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내 경험상으로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이론적인 면에서 무척 빈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의 내부에서는 분명히 무엇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언어적인 면으로 표현해내는 점에서는 무척 취약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술운동에는 미술가가 아닌 사람들이 그것을 응호 하는 대변인의 역할을 하곤 했었다. 아마도 그런 점이 더욱 미술과 일반인의 거리감을 늘리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책은 미술의 개념이나 미술의 사조, 미술이라는 것의 미학적 원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림을 읽는 독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몇몇 작품들을 선택하여 그 그림 속에 숨겨진 중의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아서는 찾아낼 수 없기에 그 그림을 주문한 패트런들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미술인들은 그런 숨겨진 상징들을 잘 찾아내고 그 의미를 발견해내곤 그들끼리의 의미를 나누곤 했었다. 그것이 바로 그런 상징과 의미체계를 정리한 이코놀로지아라는 책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미술을 읽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일일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이, 그림이 말하는 것을 읽는 독해력을 높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갈증이 있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이 주는 가치는 무엇이며. 내가 예술 작품 앞에서 어떤 감동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는 아직도 여전히 개인적인 직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 요즘 일반인을 위한 미술 이해를 돕는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란 듯한 느낌이다. 과연 언제쯤 그런 책이 나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