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한국 -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
조희연.박은홍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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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에 관해 만세를 외쳤고 몽둥이와 최류탄의 위협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거리로 거리고 뛰쳐나갔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국에 그토록 소원하던 민주주의라른 것을 꽃피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그토록 소원하던 국민의 손으로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복수 후보들 중에서 자유투표로 국민들의 대표를 뽑기도 하고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권력자나 정치인을 비난한다는 죄목으로 잡혀가는 억울한 사람은 더 이상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토록 바라던 민주주의를 이룩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요? 이 책은 바로 이런 민감하고도 매우 중요한 문제를 묻고 있는 예리한 질문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시선은 우리나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민주주의 혁명을 이룩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태국과 필리핀에 관해서. 그리고 역시 오랜 투쟁 끝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대만에 대해서도. 그런데 이들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발견됩니다. 민주화가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주의라는 형식적 틀 안에 담을 진짜 민주주의의 내용이 결여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 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형식적 민주주의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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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1
손아람 지음 / 들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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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학과는 예로부터 뛰어난 문화적 반항아들을 키워낸 요람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하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내 희미한 기억에는 아마도 김민기나 김지하 같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나온 것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요즘 한참 활동하는 진중권 씨도, 그리고 수많은 문화적 안티영웅들이 서울대 미학과를 통해 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자 작중의 실존인물이기도 한 손아람 역시 서울대 미학과를  다녔습니다. 청춘은 원래 고달픈 것이고 그중에서도 인생의 아픔을 유난히 심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곤 합니다. 이혼하신 부모님, 약해지는 청력... 그런 것들은 오늘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청년들에게 공통적으로 지워진 아픔에 더해서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에게 덧 씌어진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 아픔과 방황의 탈출구가 손아람과 그의 동료들에게는 바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의 음악들과 다르고, 강한 비트와 리듬이 있고, 사회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진솔한 가사가 있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힙합을 한다는 것은 한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삶의 정체성을 정하는 것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픔과 노력으로 일관하다 음반하나 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그 시대의 아픔을 새로운 감수성으로 선도적으로 노래한 이 시대의 음유시인, 그래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힙합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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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십육계 3 : 차도살인 - 1부 승전계 소설 삼십육계 3
정문금 지음, 김찬연 옮김 / 반디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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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십육계라는 동양의 고전을 소재로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가진 현대적인 감각의 책으로 재탄생시킨 책이다. 이런 책을 계획하고 출간을 하기로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용기가 대단하다. 우리들의 고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할때 그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기획이나 내용들이 매우 신선한 아이디어인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대라는 것은 고전을 끊임없이 리바이벌하여 현재화시키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고전은 그저 죽은 것일 뿐이다. 과거의 것을 오늘의 것으로 새로이 재탄생시키는 부단한 과정이 전통을 재창조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옛 속담처럼 우리가 사는 이 하늘 아래에 옛것과 단절된 완전한 새로운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도 새로이 접하게 되는 서양의 문화들 중 만은 것들이 사실은 끊임없이 과거의 신화와 전설에서 끝없이 모티브를 얻어서 재생시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 온 아시아의 시대에 아시아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더욱 흥미롭고 마음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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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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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권의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한권의 책을 중심으로 한 테마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분절된 이야기를 모은 것은 아닙니다. 책을 매개로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시대를 살아간 소녀의 이야기를 너무나 시적인 문체로 담아낸 창의적인 책입니다.

죽음의 신이 바라다보는 시선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책이 보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합니다. 너무나 강렬한 도입부. 너무나 처절한 비극를 너무나 아름다운 시적인 문장들에 싣는 작자의 재주는 재주라고 하기보다는 타고난 천재적 서사시인의 경지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구성뿐만 아니라 책의 아름다운 문장과 기발하리만큰 독특한 문체로도 칭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또 한 인생이라는 것,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차가운 듯하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입니다.

사람의 삶의 아픔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이며,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인간은 얼마나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웅변이면서, 숨이 금새 끊어질듯이 갸느다란 생명력을 가진 소녀가 가장 참담한 역사적 상황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열정적인 주장이기도 합니다.

기존 소설의 어법을 송두리째 엎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소설의 전개법이 대단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너무나 신선한 문장들이 독서를 제법해서 어지간한 책에는 마음이 끌리지 않는 독서 피로감에 사로 잡힌 사람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힘을 가진 책입니다.

이런 모든 찬사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렬한 힘은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명확한 주제의식입니다. 역사의 아픔과 사람의 삶에 대한 긍정. 그 강한 힘이 이 책의 독특한 관점과, 아픔을 표현한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성되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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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에 사는 사람들 - 무한카논 1부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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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 하는 것 중 가장 허무한 것이 사랑일까. 사람이 세상을 스쳐가며 경험하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일까. 아니 아름다움과 아픔과 독함과 쓸쓸함과 허무함을 모두 한꺼번에 지니고 있는 것이 사랑일까. 사랑이란 광채에서 쏫아져 나오는 무지개빛 프리즘이 아픔과 희열까지의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 함게 함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머니의 배에서. 그 이전의 염색체에서. 또 그 아득한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염색체의 변주와 재생에 의한 것이 우리들의 이 찰나의 불꽃같은 생명일까. 혜성이 밝게 빛나는 것은 그 자신에 내포하고 있는 물질들을 태양의 빛에 비추어 장렬하게 우주로 흘려보냄으로써.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생명을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약간 변용하면, 에너지는 물질과 사랑의 종합인 것일까.

사람이 가진 가장 강렬한 에너지. 사랑이라 불리는 것의 힘은 자신의 생명을 소모함으로써 얻어지는 그 강렬함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돈, 지위, 권력... 그 모든 것이 사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철부지 어린 순간에 한번의 사랑으로 잊혀진 후에도, 평생을 그 사랑을 추억삼아, 이 칼바람부는 세상을 쓸쓸하게 살아가는 힘으로 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성정이거늘...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은 목숨을 건 사랑. 처절한 사랑. 사랑에 의해 불꽃처럼 몸을 산화하는 바로 그런 혜성같은 사랑이다. 그래서 혜성이 밤하늘에 긴 불빛을 그으며 그 괘적을 남기듯. 역사라는 길고 복잡한 정글속을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마차도(정글도)를 들고 삶이라는 의문의 숲을 헤쳐나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 오랫동안 잊었던 "사랑이라는 이름의 낡은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 내가 읽은 사랑에 관한 책중에 가장 '독한 사랑' 에 관한 책. 사랑이라는 삼류소설의 낡고 구차한 주제를 등골이 서늘한 삶에 대한 갈망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은 책. 그것이 바로 이 혜성... 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주는 것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문체. 멋진 번역.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에겐 이 책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다시금 깨닿게 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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