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혜성에 사는 사람들 - 무한카논 1부 ㅣ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이 태어나 하는 것 중 가장 허무한 것이 사랑일까. 사람이 세상을 스쳐가며 경험하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일까. 아니 아름다움과 아픔과 독함과 쓸쓸함과 허무함을 모두 한꺼번에 지니고 있는 것이 사랑일까. 사랑이란 광채에서 쏫아져 나오는 무지개빛 프리즘이 아픔과 희열까지의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 함게 함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머니의 배에서. 그 이전의 염색체에서. 또 그 아득한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염색체의 변주와 재생에 의한 것이 우리들의 이 찰나의 불꽃같은 생명일까. 혜성이 밝게 빛나는 것은 그 자신에 내포하고 있는 물질들을 태양의 빛에 비추어 장렬하게 우주로 흘려보냄으로써.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생명을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약간 변용하면, 에너지는 물질과 사랑의 종합인 것일까.
사람이 가진 가장 강렬한 에너지. 사랑이라 불리는 것의 힘은 자신의 생명을 소모함으로써 얻어지는 그 강렬함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돈, 지위, 권력... 그 모든 것이 사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철부지 어린 순간에 한번의 사랑으로 잊혀진 후에도, 평생을 그 사랑을 추억삼아, 이 칼바람부는 세상을 쓸쓸하게 살아가는 힘으로 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성정이거늘...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은 목숨을 건 사랑. 처절한 사랑. 사랑에 의해 불꽃처럼 몸을 산화하는 바로 그런 혜성같은 사랑이다. 그래서 혜성이 밤하늘에 긴 불빛을 그으며 그 괘적을 남기듯. 역사라는 길고 복잡한 정글속을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마차도(정글도)를 들고 삶이라는 의문의 숲을 헤쳐나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 오랫동안 잊었던 "사랑이라는 이름의 낡은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 내가 읽은 사랑에 관한 책중에 가장 '독한 사랑' 에 관한 책. 사랑이라는 삼류소설의 낡고 구차한 주제를 등골이 서늘한 삶에 대한 갈망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은 책. 그것이 바로 이 혜성... 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주는 것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문체. 멋진 번역.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에겐 이 책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다시금 깨닿게 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