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1
손아람 지음 / 들녘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대 미학과는 예로부터 뛰어난 문화적 반항아들을 키워낸 요람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하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내 희미한 기억에는 아마도 김민기나 김지하 같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나온 것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요즘 한참 활동하는 진중권 씨도, 그리고 수많은 문화적 안티영웅들이 서울대 미학과를 통해 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자 작중의 실존인물이기도 한 손아람 역시 서울대 미학과를  다녔습니다. 청춘은 원래 고달픈 것이고 그중에서도 인생의 아픔을 유난히 심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곤 합니다. 이혼하신 부모님, 약해지는 청력... 그런 것들은 오늘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청년들에게 공통적으로 지워진 아픔에 더해서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에게 덧 씌어진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 아픔과 방황의 탈출구가 손아람과 그의 동료들에게는 바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의 음악들과 다르고, 강한 비트와 리듬이 있고, 사회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진솔한 가사가 있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힙합을 한다는 것은 한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삶의 정체성을 정하는 것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픔과 노력으로 일관하다 음반하나 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그 시대의 아픔을 새로운 감수성으로 선도적으로 노래한 이 시대의 음유시인, 그래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힙합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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