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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ㅣ 나만의 완소 여행 4
김지선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멋진 책이다. 우선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가 그렇다. 그리고 너무나 매혹적인 이 책의 표지도 멋지다.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 또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잘 만든 책이 틀림없다.
이 책에 대한 그런 기대감은 책을 읽으면서 얻는 만족감을 통해 충분히 만족되어진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기대감으로 시작되어 실망으로 끝나고 말았던가. 그러나 이 책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이 아쉬운 느낌을 줄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파두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더욱 신비롭던 나라가 포르투갈이었다. 나는 저자처럼 포르쿠갈이 '남미 어딘가에 속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점에서는 포르투갈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찾아 볼수가 없었었다.
내 검색실력으로는 큐어리스 시리즈에 있는 '포르투갈'이란 제목의 책이 유일한 포르투갈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조각난 정보들 외에 제대로 된 포르쿠갈을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던 것이다. 요즘 인기있는 '주제 사라구마'의 소설 책들 외에는..
이 책은 스물세살에 포르쿠갈을 여행한 경험을, 스물다섯살의 나이로 다시 바라보는 한 젊은 한국여성의 삶에 드러난 책이다. 이 책은 물론 포르투갈의 여행에 관한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 부터 사람의 시선을 놓지 않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빼어난 글솜씨로 안내하는 포르투갈의 매력이 가득 넘쳐나는 책이다.
풍부한 사진. 아름다운 언어. 그리고 책속의 여정과 함께하는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행복한 여행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포르투갈을 여행한 여정을 시간순으로 따라서, 마치 내가 그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풍부한 여행경험을 대리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여행정보를 담은 책은 아니고, 기행문의 성격을 띄는 책이지만, 군데군데 잘 배치된 안내들은 포르쿠갈이란 나라에 대한 개략적인 감을 잡기엔 충분할 정도로, 아직 우리에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나라에 대한, 균형잡힌 감각을 얻기에 충분한 자료들을 제공하는 기본이 잘된 책이다. 저자의 시선과 저자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수 있지만, 너무 감성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 또한 뛰어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참 잘찍은 사진들이다. 아름다운 질감과 대상을 보는 튼튼한 감성이 잘 느껴진다. 다양한 사진들을 꿰뚫는 특징은 구도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단순히 황금분활이며, 모범적인 촬영교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에 따라서 서로 다른 특성을 잡아내는 감각이 엿보이면서도, 결코 감성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다.
저자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이런 특성들은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상세히 드러나는, 저자의 내면적인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욱 잘 드러난다. 한국이라는 규격화된 사회에서, 저자의 삶이 저자에게 제공한 '특수한' 여건의 무게를 이겨내며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한 젊은 영혼의 싱싱한 고통이 잘 느껴지는 책이다. '아프되 아픔에 메몰되지 않고, 젊되 젊음에 방종하지 않는' 건강한 방황이 이 책을 더욱 싱싱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의 저자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조숙하다. 법학이라는 고지식한 학문을 공부한다는 저자에게 이런 빼어난 글쏨씨와, 세상에 대한 이런 균형잡힌 시선과,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독서의 힘과 교양이 느껴지는 것도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더욱 농밀해지는 삶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내면의 반영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우울하고 신비로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더욱 깊은 매력으로 느껴진다. 저자의 자신의 삶에 대한 농밀한 성찰과, 아파하되 아픔에 메몰되지 않는 감성이 발하는 빛이다. 그리고 스페인과 이웃했으나 스페인과 분명히 구분되는 포르투갈의 색채 또한 저자의 감성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되면서, 단순히 평면적인 여행안내서로는 결코 맛볼수 없는 깊고 그윽한 맛으로 느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늘 알고 싶었던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 대한 제대로 된 첫 독서가, 이렇게 성숙한 젊은 영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만날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직업적인 여행가들이 쓴 글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풋풋함, 건강함, 상업적이지 않은 감성, 삶에 대한 건강하고 깊은 성찰, 튼튼한 삶에의 의지... 그런 것을 통해 만나는 포르투갈... 이 책은 나에게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P.S : 이 책의 저자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의 후기를 알지 못하듯이, 나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어디에서 무슨 삶을 살고 있는지 알수 없다. 하지만 살아가기에 상당히 팍팍한 우리나라에서의 삶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여행에서의 경험과 그곳에서 쌓은 내면에 대한 성찰의 힘일 것임을 나는 안다. 그리고 저자의 여행과 자신에 대한 천착의 깊이로 미루어보아, 그리 만만치 않은 우리나라에서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는 잘 살아내고 말리란 것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