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로 가는 화학교실 3 - 응용 화학
구자옥 외 지음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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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말 괞찮은 아이들 책을 발견했다. '상위 5%로 가는...' 시리즈 중에서 아직 내가 읽은 것은 이 책 하나뿐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발견한 '놀라움'은 아이들에게 가급적이면 이 시리즈 전부를 다 읽히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상위 5%로 간다고 하는 슬로건이 눈에 거슬렸다. 너무 과장된 제목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아이들 앞에서만은 한없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인 학부모인지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에게 참고서를 구해주기에 앞서 내가 먼저 책을 읽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시간에 쫒기는 아이들의 참고서를 골라주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고서 책값도 문제이지만, 참고서를 한권 잘못 골라주면 그만큼 아이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아이들보다 먼저 읽으면서 이 책은 정말 괞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책의 내용이 쉽게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은 쉽게 휙휙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책의 내용은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평이한 문장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아이들의 거부감을 '싹-' 없앨수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만들면서 저자와 출판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쉬운 문맥에 화학을 구성하는 모든 내용이 압축되어 들어 있는 이 책은 한문장 한문장이 허투루 쓰여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자연과학을 전공했기에 이 책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화학과 화학과 연관을 맺고 있는 물리, 인체, 자연현상.. 들을 통합교과식으로 서로 연관되게 무척 공을들여서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이렇게 화학을 둘러싼 제 분야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면서도, 읽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단 한자의 허비도 없는 것같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기까지는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더 학습효과가 높은 책을 만들수가 있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느낄수가 있었다. 내 생각에는 과학의 제분야 중에서 학습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것이 화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껄끄러운 분야인 화학을 이토록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것 같다.

이 책은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아이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주변독서를 통해서 보충하면 과학 교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이렇게 잘 쓰여진 좋은 책을 마침 딱 맞은 시기에 만나게 되어서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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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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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들에게 상당히 낮선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우리들이 제국주의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우리가 걷기 시작한 이 길을 빠른 시간내에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한 또 다른 우리들인 중국과 일본과 필연적으로 부딪혀, 100여년전 유럽의 국가들이 제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놀라운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와 점점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대립하게 되리란 것은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가장 큰 도전이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것은 이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이미 상식과도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그런 애매한 위기론이 아니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사이에서 위기에 처할수 있다라는 주장은 저자가 이 책에서 명시하진 않지만, 저자의 논리적 흐름에 따르자면 그 샌드위치론을 처음 주창한 사람처럼, 우리가 점점 그 방향으로 함몰되어 가고 있는 자본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립으로 향하는 논리적 도입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닿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온통 우리를 긴장시키는 이 시대의 주된 아이콘인 세계화의 경쟁이란 것의 진정한 모습을 우리가 한발 떨어진 곳에서 차분히 바라보게 해주는 미덕을 가진 책이다. 우리가 전세계적인 끝없는 경쟁의 시대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가슴 시원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닥치고 있는 이 세상이 분명 위기인 것은 트림없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위기이며, 무엇에 대한 어떤 위협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그동안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이 얄팍한 책 한권을 통해 우리가 놓인 위치에 대해 통쾌할 정도로 명확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분명 오늘날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소위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그동안의 독서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반가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이 변화하는 힘든 시기에 구체적으로 나만이 아닌, '어떤'우리를 위해,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는 양식있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알려주는 참 드문 책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 남한'이 아니라 한중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섬듯할 정도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사회가 치닺는 이 길의 끝에 필연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논리적인 귀결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의 놀라운 설득력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는 그뿐만 아니라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평화경제학이라는 것이 그 대안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 책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조악한 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평화를 위한 대안 부분은 엉성하다 못해 낭만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유치해 보이는' 것에 대안을 기대하려고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은 논의의 시작일 뿐이지, 논의의 결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아직 아무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이 시대의 문제점과, 이 시대가 내포한 모순들의 끝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88만원 세대에서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주소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원의 한계라는 새로운 시대적 현상이 마주칠때 어떤 방향성이 생길것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야 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일 것이다.

 

이제 논의의 불꽃은 지펴졌다. 우리가 제국주의로 향하고 있다는 그의 놀라운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제국주의로 가는 길을 저자의 주장처럼 적극 피하는 길로 가려는 사람들에게도, 저자의 바람과는 반대로 아하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제국주의로 가는 길이구나... 라고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방향성을 인식한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은 무척 중요한 출발의 기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 나라를, 이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인지는 300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개개인의 결단과 그 노력의 끝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달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평화를 향한 경제를 이루어 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가 경제적 성장과 동시에 평화를 함께 이루어 낼수 있을지 참으로 멀고 아득하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에게 안정과 평화가 깃드는 그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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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나만의 완소 여행 4
김지선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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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참 멋진 책이다. 우선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가 그렇다. 그리고 너무나 매혹적인 이 책의 표지도 멋지다.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 또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잘 만든 책이 틀림없다.

이 책에 대한 그런 기대감은 책을 읽으면서 얻는 만족감을 통해 충분히 만족되어진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기대감으로 시작되어 실망으로 끝나고 말았던가. 그러나 이 책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이 아쉬운 느낌을 줄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파두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더욱 신비롭던 나라가 포르투갈이었다. 나는 저자처럼 포르쿠갈이 '남미 어딘가에 속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점에서는 포르투갈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찾아 볼수가 없었었다.

내 검색실력으로는 큐어리스 시리즈에 있는 '포르투갈'이란 제목의 책이 유일한 포르투갈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조각난 정보들 외에 제대로 된 포르쿠갈을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던 것이다. 요즘 인기있는 '주제 사라구마'의 소설 책들 외에는..

이 책은 스물세살에 포르쿠갈을 여행한 경험을, 스물다섯살의 나이로 다시 바라보는 한 젊은 한국여성의 삶에 드러난 책이다. 이 책은 물론 포르투갈의 여행에 관한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 부터 사람의 시선을 놓지 않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빼어난 글솜씨로 안내하는 포르투갈의 매력이 가득 넘쳐나는 책이다.

풍부한 사진. 아름다운 언어. 그리고 책속의 여정과 함께하는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행복한 여행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포르투갈을 여행한 여정을 시간순으로 따라서, 마치 내가 그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풍부한 여행경험을 대리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여행정보를 담은 책은 아니고, 기행문의 성격을 띄는 책이지만, 군데군데 잘 배치된 안내들은 포르쿠갈이란 나라에 대한 개략적인 감을 잡기엔 충분할 정도로, 아직 우리에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나라에 대한, 균형잡힌 감각을 얻기에 충분한 자료들을 제공하는 기본이 잘된 책이다. 저자의 시선과 저자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수 있지만, 너무 감성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 또한 뛰어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참 잘찍은 사진들이다. 아름다운 질감과 대상을 보는 튼튼한 감성이 잘 느껴진다. 다양한 사진들을 꿰뚫는 특징은 구도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단순히 황금분활이며, 모범적인 촬영교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에 따라서 서로 다른 특성을 잡아내는 감각이 엿보이면서도, 결코 감성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다.

저자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이런 특성들은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상세히 드러나는, 저자의 내면적인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욱 잘 드러난다. 한국이라는 규격화된 사회에서, 저자의 삶이 저자에게 제공한 '특수한' 여건의 무게를 이겨내며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한 젊은 영혼의 싱싱한 고통이 잘 느껴지는 책이다. '아프되 아픔에 메몰되지 않고, 젊되 젊음에 방종하지 않는' 건강한 방황이 이 책을 더욱 싱싱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의 저자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조숙하다. 법학이라는 고지식한 학문을 공부한다는 저자에게 이런 빼어난 글쏨씨와, 세상에 대한 이런 균형잡힌 시선과,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독서의 힘과 교양이 느껴지는 것도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더욱 농밀해지는 삶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내면의 반영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우울하고 신비로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더욱 깊은 매력으로 느껴진다. 저자의 자신의 삶에 대한 농밀한 성찰과, 아파하되 아픔에 메몰되지 않는 감성이 발하는 빛이다. 그리고 스페인과 이웃했으나 스페인과 분명히 구분되는 포르투갈의 색채 또한 저자의 감성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되면서, 단순히 평면적인 여행안내서로는 결코 맛볼수 없는 깊고 그윽한 맛으로 느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늘 알고 싶었던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 대한 제대로 된 첫 독서가, 이렇게 성숙한 젊은 영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만날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직업적인 여행가들이 쓴 글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풋풋함, 건강함, 상업적이지 않은 감성, 삶에 대한 건강하고 깊은 성찰, 튼튼한 삶에의 의지... 그런 것을 통해 만나는 포르투갈... 이 책은 나에게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P.S : 이 책의 저자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의 후기를 알지 못하듯이,  나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어디에서 무슨 삶을 살고 있는지 알수 없다. 하지만 살아가기에 상당히 팍팍한 우리나라에서의 삶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여행에서의 경험과 그곳에서 쌓은 내면에 대한 성찰의 힘일 것임을 나는 안다. 그리고 저자의 여행과 자신에 대한 천착의 깊이로 미루어보아, 그리 만만치 않은 우리나라에서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는 잘 살아내고 말리란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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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와 소름마법사 1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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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로 그 명성을 날린 발터 뫼르스의 새로운 작품인 에코와 소름마법사는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와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와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볼수 있는 작품이다.

차모니아라는 작가가 탄생시킨 가상의 대륙을 배경으로, 엄청난 상상의 존재들을 잉태시키고 탄생시킨 작가는, 그 신비로운 도시에서 코양이라는 존재를 대상으로 흥미진지한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모든 훌륭한 작품들이 그렇듯이 상당히 중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독특한 상상력과 삽화가 어울러진 무척 매력적인 상상력의 산물로 읽힐수도 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흥미로운 동화의 스토리 라인이 우선 돋보인다. 어떻게 한사람의 작가가 한권의 책에 그토록 많은 기발한 상상을 담을 수가 있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모든 상상은 전래되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책도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서양중세의 여러가지 문화적 토양에서 많은 것을 차용해온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무척 신선하고 새롭다. 그러나 그 새로움과 상상력이 현란함으로 빠지지 않을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흥미로움 뒤에는, 읽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존재의 근본적 의문에 관한 질문과 성찰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 성찰은 너무나 흥미로운 책의 전개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책을 덮을때까지도 잘 의식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흥미거리로 읽고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낄때 비로소 내가 이 책에 그토록 빠져들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 책은 나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느꼇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너무나 흥미로운 상상력과,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의 전개에 휩쓸려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들이, 책을 덮은 후에 더욱 생생하게 하나씩 떠오르면서, 아-- 이 책이 그 대단한 흥미로움 뒤에 이런 깊이를 감추고 있었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 올리게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은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보다  훨씬 더 큰 무게를 지니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가공의 존재와, 이 책에 동원된 엄청난 상상력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상쇄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너무 무거운 책이 될 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롭게 경쾌한 이야기 구조로 엮었기에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여길수도 있을만큼 술술 읽히는 책으로 만들수가 있었던 것같다.

요즘 유행하는 책들이 흥미로움을 강조하다 내용이 없는 책이 되는 경향을 바라볼때, 이 책은 찾아보기 힘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무게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대단히 잘 조직되고, 주의깊게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 책은 추후에 발터 뫼르스라는 한 걸출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이만한 존재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담은 작품을 또 내어놓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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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맨 - 제임스 브래독, 맥스 베어, 위대한 복서들
제레미 샤프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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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보다 책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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