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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와 소름마법사 1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로 그 명성을 날린 발터 뫼르스의 새로운 작품인 에코와 소름마법사는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와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와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볼수 있는 작품이다.
차모니아라는 작가가 탄생시킨 가상의 대륙을 배경으로, 엄청난 상상의 존재들을 잉태시키고 탄생시킨 작가는, 그 신비로운 도시에서 코양이라는 존재를 대상으로 흥미진지한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모든 훌륭한 작품들이 그렇듯이 상당히 중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독특한 상상력과 삽화가 어울러진 무척 매력적인 상상력의 산물로 읽힐수도 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흥미로운 동화의 스토리 라인이 우선 돋보인다. 어떻게 한사람의 작가가 한권의 책에 그토록 많은 기발한 상상을 담을 수가 있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모든 상상은 전래되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책도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서양중세의 여러가지 문화적 토양에서 많은 것을 차용해온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무척 신선하고 새롭다. 그러나 그 새로움과 상상력이 현란함으로 빠지지 않을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흥미로움 뒤에는, 읽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존재의 근본적 의문에 관한 질문과 성찰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 성찰은 너무나 흥미로운 책의 전개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책을 덮을때까지도 잘 의식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흥미거리로 읽고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낄때 비로소 내가 이 책에 그토록 빠져들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 책은 나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느꼇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너무나 흥미로운 상상력과,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의 전개에 휩쓸려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들이, 책을 덮은 후에 더욱 생생하게 하나씩 떠오르면서, 아-- 이 책이 그 대단한 흥미로움 뒤에 이런 깊이를 감추고 있었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 올리게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은 '잃어버린 책들의 도시'보다 훨씬 더 큰 무게를 지니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가공의 존재와, 이 책에 동원된 엄청난 상상력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상쇄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너무 무거운 책이 될 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롭게 경쾌한 이야기 구조로 엮었기에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여길수도 있을만큼 술술 읽히는 책으로 만들수가 있었던 것같다.
요즘 유행하는 책들이 흥미로움을 강조하다 내용이 없는 책이 되는 경향을 바라볼때, 이 책은 찾아보기 힘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무게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대단히 잘 조직되고, 주의깊게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 책은 추후에 발터 뫼르스라는 한 걸출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이만한 존재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담은 작품을 또 내어놓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