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부사들 -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
서신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승부사. 인생을 걸고 무엇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얼마전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한 장애인 수영선수의 사례는 인생을 뜨겁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승부란 세상과 겨루어서 이기는 것도 있고,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치루어 나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두가지는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내가 내 인생을 있는 힘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진정한 승부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 자신의 열정,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그들은 때로는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우리가 한의학의 대명사 겪으로 여기는 허준의 사례는 더 이상 예를 들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 겪었으나, 자신이 스스로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간 사람이다. 세상이 그의 고집이 무모한 것이거나, 때로는 발칙한 것이라고 말리는 것을 끝내 이겨내고 마침내 일가를 이루어 한국 한의학의 기반을 이룬 분으로 만세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승부사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주어신 상황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노력하는 사람. 세상이 자신을 비웃더라도 굴하지 않고 끝내 그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 자신이 고생하여 이룩한 것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더욱 노력하는 사람. 찬바람을 맞고 주린 배를 앉고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승부사라고 부를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를 살았던 승부사들의 일화들이 잘 나와 있는 책이다. 허준이나 장영실같이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사람도 있고, 이 책을 통항하여 비로소 그 존재를 알게된 사람도 있다. 비록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나, 비천한 출신의 그들이 어려뭄을 무릅쓰고 이룩한 결과가 우리의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된 사람들이 즐비하다.

 

조선시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아주 가까운 시간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요즘 과거 사서에만 등장하는 고관정승의 삶만이 아니라, 그 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지 않았으나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어 무척 반갑다. 그냥 잊혀질뻔 했던 우리들 선조들의 진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승부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스스로 애타게 하고 싶은 것에 필생의 힘을 다해 매달리는 승부의 끝에 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 이름을 전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음악의 연주에, 어떤 이는 언어에 능통해서, 어떤 이는 자신의 손재주로, 어떤 이는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서.... 때로는 세상의 환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으로 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하면서...

 

그들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를 원한 것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사람이 성공과 명예와 안락함을 싫어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들이 주어지지 않을때에도, 아니 자신의 노력이 그런 것을 가져다 준다는 확신이 없을때에도 그들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철처하게 무시당하고 손가락질을 당할때에도,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것이 바로 승부사들의 기질인 것이다. 세상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게으름과의 싸움을 계속한 사람들. 그들의 삶을 이 책은 전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0분 에너지 스쿨
존 고든 지음, 전제아 옮김 / 프런티어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자기 개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나의 유일한 취미이고, 틈틈이 생기는 시간의 거의 모두를 독서에 투자하기에 망설이지 않는 것이 나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잡식성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좀처럼 손이 잘 안가는 분야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자기 개발서이다. 대개 그런 류의 책에 들어 있는 좋지만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류의 책에 들어 있는 내용들은 뻔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런 책 한두권 쯤은 읽어보았을 것이고, 그런 책들에 단골메뉴로 들어 있는 내용들은 아마도 외울듯할 정도가 되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에너지 스쿨이란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에너지 버스니 에너스 스쿨이니 하는 이름의 책이 워낙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 깔끔한 표지가 소박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도 잘 깨닿지 못하고 있던 내 내면에 있던 어떤 욕구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나는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이 나에게 늘 있으면서도, 너무 오래 더불어 있었기에 오히려 잘 깨닿지 못했던 에너지 부족상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자신에게 부족한 음식을 찾는 것처럼, 나의 정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절실하게 부족한 책을 선택하게 작용을 한 것이다. 자기개발서를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나도 젊은 시절엔 자기개발서를 꽤나 읽었더랬다. 그랬기에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자기개발서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책이 나의 이목을 끈 것은 때마침 내가 절실한 필요를 느끼고 있었던 것과 함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서 훨씬 쉽다! 그리고 잔소리를 덜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전반적인 에너지 부족에 관해 짤막하게 언급을 한 후 바로 본론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간단하게 나열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에 관한 언급이다. 그리고는 재빨리 그 내용들을 생활에서 실천할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루에 10분씩만 투자하라니! 10분간의 시간을 투자 하는 것 만으로도 삶이 바꿔질 수 있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저자는 책의 맨 처음에 자신이 마당의 잡초를 뽑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조금씩 나누어서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 것을 미리 설명하지 않았던가!


 

그런 인연으로 드물게 끝까지 읽게 된 이 책은 확실히 나의 삶에 유익할 것 같다. 유익하다라고 과거형 혹은 진행형으로 적지 않는 것은, 이 책이 자기개발서라는 것의 특성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실천하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던 것은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바로 실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와 함께 손쉽고 지속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책이다. 물론 저자의 독특한 글쏨씨 또한 매력적이다. 거부감이 없이 읽어나가게 하는 소박한 매력이 뛰어나다.


 

아마도 내 삶에도 변화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책에서 얻은 것을 얼마나 실천할지, 그 실천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과의 만남이라는 것이 내 머릿속을, 그리고 이미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내 삶의 방법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시작된다. 너무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슬픈시이다. 이별에 관한 시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서 부터 떠나가는 온갖 소중한 것들... 이를테면 내 친천의 주소가 내 머리에서 떠나가고, 내가 알던 나라의 수도 이름이 갑자기 이별을 고하고,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 같은... 그리고는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증발하고, 정말 깜쪽같이 나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관한 시...

 

그렇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늙어간다. 인간은 모두 늙는다. 그것은 모두가 아는 진리이다. 그러나 몹시도 불행한 것은,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에는 기억력을 잃어가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근육이 약해지고, 폐활량이 줄어들고,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은 서럽지만 참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온갖 소중한 정보와 가치와 감정을 간직한 기억마저 내 손을 뿌리치고 총총히 어둠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안타까운 일이다.

 

 

40대에 노안이 시작되면, 그 노안을 되돌릴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노안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구태여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억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무척 난감해 한다. 기억력의 저하는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의 자신의 근본적인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또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담은 그릇이 비워져 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혹시 자신에게 치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몹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선 40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기억을 관장하는 두뇌도 몸의 일부이고, 몸은 20대를 정점으로 점점 늙어가기 때문이다. 그대도 40대까지 버틸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에는 예비적으로 남아 있는 세포들이 있기 때문이고, 40대가 되면 그 소중핳ㄴ 예비세포들마저 제고가 동이 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세포마저 사라진 그때에는 이제는 마치 아무일 없는듯, 마치 늙어가지 않는듯이 살아가던 삶을 더 이상은 유지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자도 의사도 아닌 한 저널리스트가 긴 시간을 들여서 건망증이란 것에 대해서 파헤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그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기억력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는 자신의 기억력이 어디론가 자꾸 도망가는 것을 보고 실의에 빠지거나 외로워하거나 고독해 하는 대신에 기억력이 사라지는 원인과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연구의 과정에 관한 기억도 자꾸만 사라지기 때문에 그는 하나씩 얻어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메모하고, 또 잊어버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력 상실에 관해 용감하고 고백을 하고, 그 결과 그와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공감과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에는 기억력이 줄어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이제까지 인류가 밝혀낸 온갖 내용들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잘 설명되어 있다. 또 기억력에 좋다는 약과 영양분에 관한 내용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기억력에 관한 이해를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물과 음식과 생활습관들이 기억력의 향상에 도움이 되고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알수 있게 도와주는 직접적인 길잡이의 역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껏 알고 있던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관한 지식만 얻은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서 먹는 약들 중에서도 기억력에 영향을 미쳐 기억을 저하시키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또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조절하는 것으로도 기억력의 저하를 막을 수 있거나, 기억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을 피해갈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알게되었다. 이 책에는 그런 것들이 매우 쉬운 말로 잘 정리되어 있어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머리에도 이 책의 지식만은 유난히 쏙쏙 잘 들어오는 것 같다.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책을 이렇게 기억하기 쉽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기억에 관한 지식들 중 틀린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뇌와 기억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런 전문적인 연구의 성과를 일반인들이 알기쉽게 우리들의 흥미를 돋구는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 저널리스트가 기억에 관한 각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하여 우리들에게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관해 설명을 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큰 호소력을 가지고, 우리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힘을 가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조선의 작은 이야기 1
장윤선 지음 / 이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귀신이라는 것은 과연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귀신이라는 것이 없다는 확신을 할 수도 없다. 다만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삶을, 현대학문이라는 것에 의존해서 밥벌이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 스스로는 귀신에 관해 관심이 없지만 주변에서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가끔 들을때가 있다. 여름만 되면 꼭 등장하는 남량특집이나, 여름철에 영화관에 걸리는 시시껍절한 귀신영화들. "또 저런 것이야..." 하며 웃고 지나칠때가 대부분이지만, 해마다 그런 것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직도 귀신에 대한 수요가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귀신에 대한 수요... 오늘날의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성이 없는 물건, 즉 팔리지 않는 물건, 살 사람이 없고 소비할 사람이 없는 물건은 생산되지 않는다. 특별히 그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돈이라는 형태로 구매되어서 재생산될 여력이 없어지면 더 이상 재 탄생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에는 아직은 귀신에 관한 수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라는 책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가 생활을 통해서 수없이 접하는 귀신이지만, 귀신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정리가 없이, 저마다 자신들 나름의 귀신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살아왔던 우리나라에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나뉠수 있을 것 같다. 즉 귀신론과 귀신담이다.

 

귀신론은 철학적인 의미에서 귀신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동양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유교라는 학문체계에서는 귀신이라는것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정리된 내용을 만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귀신이라는 것은 유교의 이론체계에서는 합당하지 않는 엉터리 민간전승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제사를 지내는 등 귀신을 인정하는 유교에 대해 막연히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이 책은 공자로부터 주자를 거치면서 유교에서 귀신이라는 존재에 관해 어떤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해 상당히 정밀한 이론체계를 보여준다. 귀신이라는 존재는 유교의 이론체계에서 튼튼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존재인 것이다.

 

이에 반해 귀신담은 복잡한 이론체계와는 상관없이 일반인들이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담은 이야기의 모음들이다.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양반도 평민도 노비도 있었다. 또 남자와 여자도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귀신이라는 존재를 조금씩 다르게 보았을 것이다. 모든 가치체계는 결국은 그 사람의 삶의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그 많은 귀신이야기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귀신에 관한 동화와 전설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즉 귀신의 존재와 귀신의 모습들은 그 귀신을 탄생시키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정신적인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결국 귀신은 우리나라의 과거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산물이며, 오늘까지도 끈끈하게 이어져오는 우리문화의 뒷모습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여기저기서 점을치는 사람들이 있고 굿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용하다는 목사님들이 귀신을 쫒아내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 사실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 귀신이라는 수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신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귀신의 존재에 의해서 그 아픔이 경감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그런 사회가 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까. 그래서 귀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모두가 평안한 삶을 누릴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용훈 2011-12-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보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산업안전기사카페.
 
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진주만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미국의 막강한 군수산업 덕분에  재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강력한 함대를 재구성하여 일본을 격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과 같은 대규모의 공격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은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당시 미군은 진주만 공습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엄청난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미국이 정보를 입수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미국은 이렇게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과, 미국을 지도하는 대통령이 세상의 여러가지 정보를 취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여야 했다. 초기에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일시적으로 OSS를 운영했었다. 이 조직이 사실상 미국  CIA의 전신이 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다루는 기관을 군대의 휘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따로 존재를 시킨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가가 국민의 정보를 관리한다는 것, 그것도 정식 계통을 밟지 않고 특수한 조직을 따로 운영한다는 것은 민주국가로서는 정체성에 훼손이 가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부담감을 덜어준 기회가 바로 소련과의 대치로 인한 냉전국면에 돌입한 것이었다. 냉전은 말 그대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서로 상대방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한 정보의 수집만이 아니라, 자국에 이익이 가는 일을 비밀리에 행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위가 CIA에 주어졌다. 눈 앞에 거대한 적의 위협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 앞에선, 이젠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념을 훼손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정보행위를 막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첫 시발은 베를린 봉쇄였다. 독일을 분할해서 점령한 연합국의 양 당사국인 미국과 소련은 소련이 점령한 지역안에 존재하는 수도 베를린은 분할해서 점령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문제는 베를린까지 연결되는 통로였다. 소련이 그 통로를 막아버리자 베를린은 소련의 점령지 안에 존재하는 섬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미국이 소련을 경계해온 것은 오랜 일이지만, 직접 소련과의 대치로 들어간 것은 바로 베를린 봉쇄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CIA의 활약이 눈부시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CIA는 그 후 여러가지 국면마다에서 때로는 알려진 상태로, 때로는 잊혀진 존재로 큰 힘을 발휘했다. 한국전쟁에서도  CIA는 큰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역할은 일본에 대한 접근이었다. 피점령국인 일본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본을 동맹국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지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지만, 서로 엄청난 피를 흘린 거대한 전쟁이 끝난 직후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일을 해낸 존재가 바로 이 CIA였던 것이다.

 

그 이후의 CIA의 역할들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흔히 아는 것들이 많다. 베트남전에서의 역할, 중남미의 반군들에 대한 역할, 중동에서의 역할들,,, 그리고 CIA는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또 자유와 민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거짓과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적을 마주하는 시점에서 민주세계를 리더하는 국가에서 과연 이런 조직이 없이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토록 많은 해악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라는 것은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만을 행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관이 적절한 제한을 받지 않고 운영된다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후버국장과 관련한 권력남용에 관한 일화들은 이러한 당위성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또 CIA가 자유를 지키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한 그 모든 일들이 과연 그 목적에 합당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이 방대한 내용을 망라한 책이 웅변적으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을 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국가가 아니라 일개 기업의 경우에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정보는 필요하다. 일개 기업에서도 정보가 그토록 중요한데, 하물며 수많은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현대국가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보는 힘이라는 점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미덕이다. 정보라는 장벽의 뒤쪽에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반인들이 알기어려운 일들, 그런 이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보는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종속당하는 현실에서 이 책을 펴낸 작가와 같이 오랜기간동안의 노력을 기울여서 이토록 세세하게 문제를 파헤쳐 그동안 우리에게서 동떨어져 있던 진실을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풍문으로만 돌던,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요한 일들의 진실에 대해서 비로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