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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시작된다. 너무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슬픈시이다. 이별에 관한 시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서 부터 떠나가는 온갖 소중한 것들... 이를테면 내 친천의 주소가 내 머리에서 떠나가고, 내가 알던 나라의 수도 이름이 갑자기 이별을 고하고,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 같은... 그리고는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증발하고, 정말 깜쪽같이 나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관한 시...
그렇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늙어간다. 인간은 모두 늙는다. 그것은 모두가 아는 진리이다. 그러나 몹시도 불행한 것은,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에는 기억력을 잃어가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근육이 약해지고, 폐활량이 줄어들고,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은 서럽지만 참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온갖 소중한 정보와 가치와 감정을 간직한 기억마저 내 손을 뿌리치고 총총히 어둠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안타까운 일이다.
40대에 노안이 시작되면, 그 노안을 되돌릴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노안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구태여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억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무척 난감해 한다. 기억력의 저하는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의 자신의 근본적인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또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담은 그릇이 비워져 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혹시 자신에게 치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몹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선 40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기억을 관장하는 두뇌도 몸의 일부이고, 몸은 20대를 정점으로 점점 늙어가기 때문이다. 그대도 40대까지 버틸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에는 예비적으로 남아 있는 세포들이 있기 때문이고, 40대가 되면 그 소중핳ㄴ 예비세포들마저 제고가 동이 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세포마저 사라진 그때에는 이제는 마치 아무일 없는듯, 마치 늙어가지 않는듯이 살아가던 삶을 더 이상은 유지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자도 의사도 아닌 한 저널리스트가 긴 시간을 들여서 건망증이란 것에 대해서 파헤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그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기억력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는 자신의 기억력이 어디론가 자꾸 도망가는 것을 보고 실의에 빠지거나 외로워하거나 고독해 하는 대신에 기억력이 사라지는 원인과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연구의 과정에 관한 기억도 자꾸만 사라지기 때문에 그는 하나씩 얻어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메모하고, 또 잊어버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력 상실에 관해 용감하고 고백을 하고, 그 결과 그와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공감과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에는 기억력이 줄어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이제까지 인류가 밝혀낸 온갖 내용들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잘 설명되어 있다. 또 기억력에 좋다는 약과 영양분에 관한 내용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기억력에 관한 이해를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물과 음식과 생활습관들이 기억력의 향상에 도움이 되고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알수 있게 도와주는 직접적인 길잡이의 역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껏 알고 있던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관한 지식만 얻은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서 먹는 약들 중에서도 기억력에 영향을 미쳐 기억을 저하시키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또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조절하는 것으로도 기억력의 저하를 막을 수 있거나, 기억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을 피해갈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알게되었다. 이 책에는 그런 것들이 매우 쉬운 말로 잘 정리되어 있어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머리에도 이 책의 지식만은 유난히 쏙쏙 잘 들어오는 것 같다.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책을 이렇게 기억하기 쉽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기억에 관한 지식들 중 틀린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뇌와 기억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런 전문적인 연구의 성과를 일반인들이 알기쉽게 우리들의 흥미를 돋구는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 저널리스트가 기억에 관한 각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하여 우리들에게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관해 설명을 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큰 호소력을 가지고, 우리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힘을 가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