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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왜란 1
김경진.윤민혁.안병도 지음 / 들녘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독도 왜란.' 좀 선정적인 제목이다. 책의 표지에 있는 익숙한 독도의 사진도 일본과의 마찰이 발생할때마다 수없이 보아왔던 낮익은, 그러나 좀 식싱하기도 하고 정치적이거나 포률리즘적인 느낌이 나는 사진이다. 우리나라의 독도에 대한 정책이 부실한 것이 늘 한발한발 일본의 페이스에 말려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과 마찰이 생길때마다 국민으로써 일본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지만 무력하고 무능한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또 그런 약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존재이다. 우리들에게. 독도란 것은...
이 책은 기발한, 그러나 실제로 있을법한 상황을 상정한다. 실제로 가능할것 같지 않은 상황은 독자들을 몰입시키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독도라는 예민한 문제에 관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내세운다. 즉 극우단체의 독도상륙과 같은 사건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폭풍이 동반되는 상황이 겹쳐져서, 신속한 후방이송이 어려워질때. 혹은 일본의 극우단체가 일부러 그런 상황을 골라서 독도상륙을 기획하고, 일본의 자위군이나 경찰중 일부가 그런 계획을 은밀하게 밀어줄때, 그리고 그것으 기회로 독도문제를 명백한 분쟁상황으로 이끌어갈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을때에는...
일본인의 독도상륙 시도는 언제든 있을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것이 한일간의 본격적인 무력충돌로 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상정하는 것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도 한 일이다. 세상의 모든 전쟁은 가능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운명하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오히려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많은 전쟁들은 양측이 이해관계를 가진 잠재적 문제가 내제한 상태에서 우연한 계기가 주어질때 벌어지는 것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은 독도를 둘러싼 분쟁자체가 아니다. 그 분쟁이 일어났을때 우리군이 취할수 있는 상황에 대한 놀라운 추리력이 이 책의 흥미를 높여주는 이유가 된다. 물론 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승리한다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이 그런 승리의 가능성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에 달려 있다. 한일감정에만 호소한 무조건적인 애국주의는 깊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이 책은 성공적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에 그토록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세계화 시대라고 해도 나는 역시 한국인인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도발에 대해 우리군이 취하는 내용들이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것을 담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논리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방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사이의 파워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일본의 힘이, 그렇게 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정학적, 정치학적, 역사적인 분석이 힘을 준다. 저자의 시선은 무척 신선하다. 그래서 이 책이 그토록 흥미로웠던 것 같다. 책의 곳곳에 나오는 지나친 애국주의와 상투적 감상적 문구를 감안하더라도 읽어볼만한 흥미와, 한반도 주변정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함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한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것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